우리는 정말 일본을 알고 있을까?
"사실은 저만 일본을 잘 모르는 걸까요? 매년 천만 명의 발길이 오가고 서로의 문화를 탐닉하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가장 가까운 이웃의 속내를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대해서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일본의 외교정책과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취하는 주요 입장과 일본이 자신들의 대외정책 목표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외교를 해 나가는 정교한 기술 등에 대해서 제 생각을 정리해서 말씀드려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글을 쓰려고 하자마자 일본에 대해서 쓰는 것이 미국에 대해 쓰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과 지혜의 한계가 걸림돌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일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합니다.
일본의 역사에 대해 야트막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고, 일본에 대해 매 순간 접해 왔으면서도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알고 나름의 정립된 견해를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재주가 없습니다.
미국이라고 하면 오랜 시간 생각도 많이 해 봤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안보, 경제적 번영, 사회, 문화적 연계 등을 아울러 고민을 한 결과를 어느 정도 말이나 글로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일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더라는 겁니다.
그냥 옆에 있는 나라이고 고래적부터 우리나라와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오래전 옛날 옛적에는 우리나라 덕분에 중국의 월등한 문화와 문물을 수입해서 발전해 왔으면서, 평상시에는 해적질로, 조선 중기에는 임진왜란으로 우리나라를 초토화하고, 급기야는 근대화 이후, 서양 문물을 조금 먼저 받아들였다는 이점을 활용해서 멀쩡히 5천 년간 자주국가로 살아왔던 이웃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버린 우리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못된 나라라고 생각이 되는 것이죠.
어디 그게 다입니까.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미국이 중심이 된 유엔군 병참 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전쟁 특수를 기회 삼아 2차 대전 이후 폐허에서 기적과 같은 성장의 기회를 가져간 얄미운 이웃이었습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요.
원인이야 어찌 됐든 우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판인데, 저들은 그걸 기회삼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을 하다니요.
게다가 저들은 우리를 식민지로 삼았고, 2차 대전을 일으켜 전 세계를 전쟁의 비극에서 고통받게 한 주범의 하나인데요.
정작 우리가 여전히 아픔을 겪고 있다니 말이 됩니까…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1965년 관계정상화에 합의합니다.
말인즉슨, 외교 관계를 다시 수립하고 국가 대 국가로서의 관계를 다시 맺어 보기로 한 것이죠.
이름하여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이죠.
정상화 논의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나, 법률적 해석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강제징용 배상문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을 여기에서 길게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일본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과거 한일 외교사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말씀드리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얘기할 때 항상 잊지 말고 마음 깊이 새겨두고 있어야 할 것이 과거 일제 식민통치를 둘러싼 과거사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잊으려 한다고 잊힐 문제도 아니죠.
뿌리 깊게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그리고 우리의 감정에 올올이 새겨진 역사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우리와 일본의 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앞으로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를 고민하는데 우리는 일본을 잘 모른다는 점에 대해서도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은 저만 일본을 잘 모르는 걸까요?
매년 천만 명에 달하는 양국 관광객들이 상대 나라를 안방 드나들 듯이 오가면서 서로의 음식을 맛나게 먹고,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소설과 만화를 읽고 감동하며 음악을 듣는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요.
이렇게 생각해 보니, 저만 모르는 일을 저만 아는 척 글로 써보려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우리나라가 우리나라에 중요한 국가들을 이해하고 그 나라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서 어떤 협력과 긴장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하려고 하는 만큼 제가 아는 범위에서 일본을 이해하고 일본의 외교 안보 정책을 생각하며, 일본이 외교를 하는 미시적 방식을 들여다 보고, 21세기 두 번째 4분기가 시작한 2026년 4월 현시점에 우리가 일본과 어떻게 따로 또 같이 외교를 해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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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살라미보다 얇고 날카로운 일본식 '사시미 전술', 그 미묘한 공기와 깊은 속셈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