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쓰다- 어느 날 찾아온 자유에 대하여(4)

[4편] 글을 쓴다는 것, 세상을 보는 것

by 백제웅

"닫힌 세계에서 나만의 우주에 갇혀 있어서는 다른 우주를 알 수 없는 법. 내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물건을 내놓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없는 것. 뇌로 들어오는 지식, 정보가 있어야 글로 나오는 것도 있다는 너무 평범한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글쓰기 #에세이 #일상 #커피숍


한가해진 나는 뭔가 읽히는 글을 써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고 손에 잡히는 것 없지만 괜한 자만심에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평가받는, 동시에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고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틈틈이 생각해 온 것도 많아 금방 글을 잘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모니터는 하얗고 자판은 검었다. 그 중간에 내 뇌는 회색빛이었고 쓰겠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어떤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 건지도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내 처지의 곤궁함과 궁색하기만 한 내 글쓰기 실력과 내가 가진 지식의 일천함을 깨닫고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바닥모를 물웅덩이에 가라앉는 느낌을 가질 무렵,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끄적거려 보던 글들이 시작도 끝도 없이 방치되어 있을 때, 닫힌 사무실을 벗어나 바라본 세상은 내게 신선한 자극이었다.




마치 오래된 고전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허리케인을 타고 도착한 왕국이 별안간 흑백에서 컬러화면으로 바뀌는 것 같은 영감을 줬다고 하면 심한 과장일까… 아무래도 좋다. 닫힌 세계에서 나만의 우주에 갇혀 있어서는 다른 우주를 알 수 없는 법. 내 고객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물건을 내놓거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없는 것. 뇌로 들어오는 지식, 정보가 있어야 글로 나오는 것도 있다는 너무 평범한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된 그날의 커피숍 방문이 오랜 시간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을 기억하고 느끼기 위해 그날의 커피숍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긴다.




요즘도 나는 멀쩡한 사무실을 두고 커피숍에 가끔 가서 앉아 있는다. 마침 때맞춰 커피쿠폰을 선물해 준 고마운 이도 있다. 오전에 미적거리다 시간을 놓쳐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무실을 나서 방문하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나를 기다린다.


매번 같은 커피숍을 가더라도 앉아 있는 손님이 다르고 내가 앉은자리가 달라지며, 흘러나오는 음악이 다르다. 조금씩 달라지는 날씨를 느끼는 것도 흥미롭다. 눈으로 귀로 코로 들어오는 자극이 굳어 있던 나를 깨뜨리는 것 같다. 막혀 있던 뇌혈관이 뚫리고 새로운 피가 공급되면서 새로운 생각도 떠오르고 글을 쓰겠다는 의욕도 더해진다. 왠지 글도 잘 써지는 것 같다.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느낌과 생산적인 사람으로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좋다. 이 기분이 감사하다. 이 감사함으로 또 하루를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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