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군 Nov 06. 2016

첫째 날_ 난생처음 일본땅을 밟아보다

낯선 도쿄 신주쿠에서 길을 잃다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


  지난 8월 여름, 무더위가 가실 무렵 입사 후 첫 번째 여름휴가 나에게도 왔다. 기대했던 휴가였지만 막상 어느 여행과 다르게 나는 단지 비행기표만 끊어 놓고선 계획을 짜 놓지 않았다.


  어디를 가야 할지 어느 숙소에서 묵어야 할지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가. 출국하기 전날 부랴부랴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4박 5일 동안 도쿄에서 묵을 숙소를 예약해 놓기만 했을 뿐 그 어느 것도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


  무작정 회사를 떠나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야지 라는 생각에 두려움도 없었던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날마다 마음 가는 데로 몸이 이끄는 데로 떠나기로 했다. 처음 일본이라는 나라를 가보면서도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8월 23일 화요일, 일본 도쿄로 떠났다.


  고등학생 시절 제3외국어로 일본어를 처음 공부를 했다. 그 후에 계속 공부를 하면서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인턴을 할 때도 일본인 동기와 일본어나 영어로 대화를 하곤 했지만,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여행을 가기 전 친구들에게 내가 일본을 처음 가본다고 하니까 전부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만 수십 번은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에는 꽤 자주 일본을 들락날락거렸다.


  부푼 마음을 안고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오후 비행기여서 회사 출장을 갈 때처럼 새벽같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다. 천천히 공항에 도착하고 출국 수속을 끝냈다. 그리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몇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하네다 공항이 도쿄 시내와 더욱 가깝다. 어쩐지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표가 더 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다니 역시 사람은 많이 찾아보기 나름인 것 같다. 이런 때에도 아는 것이 힘이구나 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다니.


 보통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갈 때 JR선을 타거나 케이세이 버스를 타곤 하는데, 나는 매표소에 가서 케이세이 버스를 탔다. 귀국하는 길에는 JR선을 탔었는데 케이세이 버스가 더욱 편하고 시간이 더 빠른 것 같았다. 게다가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오면서 창밖을 보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 후 도쿄역에 내리니 우리나라 서울역처럼 번화한 곳이 나왔다. 사실 서울역보다는 더욱 번화한 곳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 근처에도 이렇게 루이뷔통 매장이 있을 정도이니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스페이스 마케팅은 명품 브랜드 중에서 루이뷔통이 손에 꼽히게 제일 잘하는 것 같다. 외국에 가서도 한눈에 들어서 이렇게 사진을 찍게 만들다니 루이뷔통 만의 스페이스 마케팅은 언제 봐도 뛰어난 것 같다. 안에 상품들이 어떤 것이 있던지 특정한 색깔이나 장소들을 보면서 어떠한 브랜드가 연상이 된다면, 그 브랜드는 마케팅을 잘한 브랜드라고 생각이 된다.



  도쿄역에서 내려서 JR선을 타고 신주쿠로 출발. 처음에는 우리나라 지하철표를 사듯이 그냥 쉽게 표를 면 되겠지 라는 생각이 었는데, 생각보다 노선도 많고 내가 준비를 안 해갔던 게 티가 너무 났다. 처음에는 조금 헤매다가 이정표들을 보고 매표소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다음번에 여행을 온다면 기필코 동선도 다 고려해보고 와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표를 구매다. 이때 JR선을 타러 가면서 느낀 것이 우리나라는 스크린 도어가 거의 다 있는데 여기는 없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사고가 나지 않나?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나중에 만났던 일본인 친구가 사고도 자주 나는 편이고, 실제로 본인도 철로로 떨어진 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나라별로 문화가 다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가다가 내가 4박 5일 동안 묵었던 숙소가 있던 신주쿠 역으로 도착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온 여행이라서 그런지 똑같은 숙소를 4박 5일이나 있었다. 그 뒤로는 에어비엔비 다른 곳이나 비즈니스호텔 등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잡으면서 지냈는데, 큰 짐을 어딘가에 두고 갈 수 있다는 것 자체로는 숙소가 같은 게 좋은 것 같다.


  처음 신주쿠에 도착을 해보니 느낌이 사뭇 달랐다. 나에게 신주쿠라고 하면 일본어를 배울 때 보던 교과서 그리고 티브이 속에서만 보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첫날은 엄청 헤맸는데 4박 5일 동안 왔다 갔다 거리다 보니 신주쿠도 어느 정도 내 눈에 익었고 우리 동네 같이 느껴졌다.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일본인들 그리고 친절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일본인들 그리고 친절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처음 우측통행을 하고 돌아다니다 보니 동선이 일본인들이랑 꼬여서 처음에는 신경 쓰였던 것만 빼면 더할 나위 없던 첫 여행이었다.



지나다니면서 유명한 곳이 꼭 아니더라도 일본 느낌이 물씬 드는 곳들이 있으면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요도바시 카메라?! 동관 나름 큰 가게인 것 같았는데 들어 가보진 않았다. 그래도 무언가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서 제법 장사는 되는 곳인가 보다 라는 생각만 하고 나왔다.


  도쿄도청 근처의 길거리들을 지나면서 보았던 고층 빌딩들이 서울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역삼의 빌딩 숲을 떠올릴 수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무튼 여차저차 에어비앤비를 통해서 예약한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어놓고 저녁을 먹을 겸, 신주쿠 구경을 할 겸 숙소를 나왔다.



  신주쿠의 밤은 화려했다. 사람들도 많이 있고, 다양한 전광판들이 반짝반짝 정신없이 쳐다보다 보니 길을 잃어버려서 아무렇게나 걷기 시작했다. 퇴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가롭게 거닐다 보니 이게 진짜 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걸어 다니다 보니 스타벅스 커피가 먹고 싶었는데, 내가 가는 길목마다 스타벅스가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주쿠에 스타벅스가 많이 있는데 나는 그 길만 골라서 피해갔던 것이었다. 이것도 팔자려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회사를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를 기쁘게 했다.



  정신없이 길을 헤매다가 걷다 보니 도착한 곳은 카부키쵸였다. 한참을 걷다 보니 주위 풍경이 갑자기 바뀌어 있었다. 길거리에 흔히 삐끼라고 하는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호스트 같은 남자들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곳들이었다. 아 내가 잘못 왔구나 라는 생각에 빨리 한 바퀴를 돌아보고 또 다른 곳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지나가다 보니 코믹 샵 만화책을 파는 보여서 구경하려고 들어갔다. 일본은 콘텐츠들이 상당히 많이 발달한 나라답게 곳곳에 만화책을 파는 곳들도 있었고, 캐릭터들이 상품화가 잘되어있었다. 남녀노소 만화책을 보는 모습도 뭔가 새로웠다. 일본을 처음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문화 차이나 생활패턴 같은 차이점들을 찾아내면서 "아 일본은 이렇구나", "우리나라는 어땠더라?"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교과서나 TV를 보아도 직접 가서 소소한 것에서 느끼는 재미와는 확실히 다른 듯하다.

  한참을 헤매다가 드디어 스타벅스 발견, 신주쿠 역 어느 방면인지 까먹었지만, 신주쿠 역 건물 안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괜히 신주쿠 근처만 1~2시간 헤매다니.... 물론 덕분에 신주쿠 구경은 잘 한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망고 오렌지 프라푸치노를 시켜서 맛을 보고 신기한 맛이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또 신주쿠 주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혼자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길을 잃어버려도 싸울 친구도 없고, 조급함도 없어서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결제를 하는 법을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폐를 이용해서 구매를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나라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또는 스타벅스 카드를 이용해서 구매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본의 모습이었다.

  신주쿠의 밤은 뭔가 사람도 많고 화려한 것 같다. 화요일 저녁에 왔는데 이 정도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금의 모습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신입사원 첫 번째 휴가의 첫날밤은 끝이 났다.


  숨 막히게 매일 일찍 출근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진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도 물어봤던 나날들이 많았었는데, 이렇게 휴가를 받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정도 그 생각들도 사라지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던 첫째 날인 듯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