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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 Oct 04. 2024

룰루 밀러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후반부터는 잘 읽혀요! 힘내세요 :)

이 책은 '논픽션'이다.

책에 등장하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실제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이자, 어류학자였다. 과학 기자로 등장하는 주인공도 실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연구하면서 10년 자신의 성장을 경험한 인물이다.


이과 교실에 잘못 들어서 한참 수업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과학서이자, 한 사람이 알을 깨고 나오는 성숙의 과정을 다룬 인문서,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사다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서-

이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독자를 분류학, 심리학, 실존 철학 등 낯선 소재의 롤러코스터로 안내하고 싶었다”고 했다. “세상엔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느낌을 주기 바랬다"는 의도다.

의도하신 화살이 정확히 날아와 꽂힌듯 합니다 :) 



[나무위키]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읽기 어렵다던데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1/3 지점에서 포기했다. 두번째 읽을 땐 오디오 북으로 완독을 했다. 그리고 세번째에 비로소 다시 글로 읽으며 완독했다. 이 책 덕분에 어려운 책들은 오디오 북으로 먼저 들으면서 전반적인 내용을 익히고 난 후, 문자로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암튼- 이 책은 중반부 부턴 갑자기 다른 사람이 책을 쓴 것 마냥 술술 읽히니 조금만 인내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어떤 내용이길래

작가는 곱슬머리 남자와 이별을 하고 처음 느껴보는 상실감에 시달리며, 살아갈 의지와 희망을 찾아나선다. 비로소 만나게 된 것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었다. 그는 평생을 어류를 연구하는 분류학자였다. 수십년간 모아온 그의 샘플들이 지진으로 부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대신 깨진 유리병에서 흘러나온 물고기를 잡아들고 바늘로 이름표를 꽂은 사람이다. 이 정도의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절망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에서 시작한 '그에 대한 연구', 그 과정을 그리는 책이다. 


결과적으로 '그에게서' 답을 찾는 것은 실패했다. 왜냐하면 그가 집착했던 물고기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면 '그를 통해' 자신을 지배하고 있던 틀을 깨고 나오는데 성공한다. 어쩌면 그녀가 집착하고 고통받고 있던 물고기도 애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을테니.


다 읽으니 어땠는데

10년에 걸친 집필 시간은 결국 치유의 과정이었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던 날들이 나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줬죠. 독자들도 그런 나날들에서 걸어 나오길 바래요.”

작가의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과학이니 사랑이니 하는 것보다 나는 도대체 이 작가가 이렇게 까지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집착하는 이유가 '이별'에서 시작됐다는 게 신기했다. 이렇게까지...? 

하지만, 돌이켜보니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누군가는 '별거 아닌 일'이라 할 수 있지만 나에겐 세상의 문을 닫아버리고 싶을 만큼의 고통이 삶을 지배하고 있을 때말이다. 그 때 나는 집착적으로 주변사람들에게 답을 구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녀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서 답을 찾았던 것 뿐, 이 깊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가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지금 나는 마치 겨울이 지나 두껍고 푹신한, 그러나 나를 꼭 조여매고 있던 옷을 벗어던지고 따스한 봄햇살로 걸어 나가듯 터널에서 벗어났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그녀도 그런 홀가분함을 느끼고 자유를 찾은 듯 하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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