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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Nov 23. 2019

고요하게 멀어지는 관계

다툼없이 페이드아웃되는 관계에 대해서 접어둔다

악스트 가을호, 임현 작가의 결혼에 대한 사유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관계에 있어서 무엇보다 두렵게 만드는 것은 아무런 다툼없이.

그러니까 격정적이거나 열렬한 분노없이 무던하게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일이라는 구절.


그런 다음에는 바닥을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합리화하면서,

그 모든 '나쁨'의 전조들을 좋았던 기억으로 덧씌우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길 바라겠지.



연애하면서 상대와 죽일듯이 싸워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안볼 것처럼 싸우고 화해하는 친구나 지인을 보면서 타인에게 무슨 에너지를 저렇게 써댈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내던져서 타인을 바꾸려고 노력하거나,

발악까지 해서 이해받길 바라는 대상이 있다는 게 부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끝내 이제 그런 연애를 하고 싶지 않고 너무 피로하다고 버릇처럼 말했는데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나는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해본 적도, 그래서 그 사람을 내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변화시키고 끊임없이 투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너무 많은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야 고백한다.



 (악스트 가을호를 보다가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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