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글로벌빌지 영어강사들 노조법 개정 이후 원청 교섭 이야기
지난 8월 노조법 2, 3조가 개정되었다. 시행은 내년 3월 10일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서 교섭의제를 정해준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의 혼선을 줄이겠다고 한다. 매뉴얼이 현장 요구가 제대로 반영이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교섭의제는 현장에서 만들고 제안하는게 맞다. 우선 부딪치고 보자는 심보로 외국어교육지회 이주노동자 동지들과 기장군청을 찾아갔다.
부산글로벌빌리지(이하 BGV) 소속 조합원들은 현재 기장군청의 민간위탁 사업장 이주노동자 영어강사들이다. BGV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기장군청이 임대한 건물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민주일반노조는 BGV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기장군청이 원청이지만 노조법 개정 이전에는 민간위탁 사업장과 단체교섭을 할 수밖에 없었다. 힘겹게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BGV가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 임금, 건물 공간, 안전 문제 등 원청의 개입 없이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기장군청 교육청소년과는 일전에 부당해고 문제로 찾았을 때도 과장님이 간담회 참여할 정도로 환대해 줬다. 그래서 이번 방문도 어렵지 않았다. 지난 방문 때는 환대를 받긴 했지만 부당해고를 BGV가 독자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도움을 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
노조법이 통과되고 기장군청의 입장 또한 변화가 있었다. 조합원들은 군청에 임금문제, 안전매뉴얼 제작, 휴게공간 및 노조사무실 마련 등을 요구했다. 첫 만남이라 교섭이라기보다는 핵심 사안에 대한 문제를 던지는 정도로 방문했지만 공무원들은 성실하게 답변해 줬다.
먼저 임금 문제에 대해 기장군 예산이 언제 만들기 시작해서 결정이 되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줬다. 내년부터 임금교섭은 언제쯤 하면 팁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올해는 이미 예산안이 결정되어 의회 통과만 앞두고 있다는 말도 강조했다. 노조에서 혹시나 의회 통과를 방해할까 봐 살짝 경계하는 태도였다. 조합원들은 올해 임금인상에 대해서는 별도의 요구가 없다며 공무원들을 안심시켰다.
안전 문제에 대해 현재 강사들에게 개별 안전 보험이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합원들은 BGV를 통해 잘 통지받지 못했던 내용인데 기장군청을 통해 내용을 알게 되었다. 물론 노조에서 단순히 보험에 가입해 달라는 요구는 아니었고 강사들이 학생과 수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라고 요청했다. 매뉴얼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장군청에서도 인정했고 이후 차근차근 만들어보자는 약속도 받아냈다.
마지막으로 노조 사무실 문제는 BGV가 단체협약에 사무실 제공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늘 공간 부족과 기장군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알고 보니 현재 강사들이 휴식할 수 있는 휴게공간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무원은 새로 만들어지는 곳 중심으로 휴게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휴게공간 문제는 법으로 의무화한 만큼 빠른 대처를 요구했다.
원청과 첫 간담회를 통해서 결정된 바는 없다. 다만 법 개정 이후 원청의 달라진 태도를 확인했고, 우리의 요구를 어떻게 관철할 것인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한 번에 간담회로 그치지 않고 1월에 다시 만나 답변을 듣기로 했다.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직접 부딪치며 찾아볼 것을 조합원들과 다짐하며 간담회를 마쳤다.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단체교섭 의제는 현장이 결정한다. 정부는 매뉴얼로 현장 요구를 제약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