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한 첫 수련회

외국어교육지회 간부 수련회

by 배성민

외국어교육지회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밀양 얼음골에 첫 1박 2일 간부 수련회를 갔다.


수련회는 새로운 간부들을 발굴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현재 외국어교육지회 지회장과 사무장은 3년째 간부를 하고 있다. 신생 지회인 만큼 처음 노조를 시작한 사람이 간부를 오래 맡기 마련이다. 하지만 3~4년 안에 간부를 교체하지 못하면 첫 지회장이 마지막 지회장이 되는 현장을 많이 봤다. 외국어교육지회 또한 지회장이 한국인과 결혼하여 오래 체류할 수 있어 만년 지회장이 될까 걱정이 되었다.


예상외로 많은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주로 현재 단체교섭과 투쟁이 있는 현장에서 많이 참가했다. 교육은 지회장과 사무장이 노동법과 조직화 전술 등을 풍부하게 발표했다. 재밌는 사실은 한국인들은 강연을 하면 질문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강연 중간에 끊고 질문하는 청중은 드물다. 하지만 외국어교육지회 동지들은 강연 중간에도 손을 들어 질문을 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노조 활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수련회의 꽃은 뒤풀이였다. 방법은 동일했다. 같이 고기 구워 먹고 술 한 잔 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약간의 문화 쇼크는 모두 같이 움직이지 않고 지방 방송이 많았다. 몇몇은 카드 게임을 하고, 몇몇은 노래를 부르고, 일부는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닌텐도 게임을 들고 와서 하기도 했다.


수련회가 멤버십을 강화할 목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주로 뒤풀이도 모두 함께 한다. 물론 술을 강요하는 문화는 줄었지만 말이다. 이주노동자 동지들은 공식 프로그램까지는 함께 하고 뒤풀이부터는 자유로웠다. 신기한 것은 끼리끼리 놀지 않고 카드게임 했다가 노래 불렀다가 술 마시다가 산책했다가 모두가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처음엔 정신없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서로의 취향을 함께 나누는 것 같아 신기했다. 지회장의 '할머니가 알려준 카드 게임'이 아직 머리속에 떠나지 않는다 ㅋㅋ


한국에서는 수련회에 새벽 2시까지 놀고 마무리합시다라고 정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외국어교육지회 동지들은 미리 한계시간을 정하고 딱 2시 되니깐 열외 없이 이불을 깔고 눈을 붙였다. 2시 전까지 미친 듯이 놀다가 약속된 시간이 되니 누구도 더 놀겠다는 사람이 없는 게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꼭 2~3명 남아서 부엌 근처에서 소주 한 잔 하며 해 뜨는 것을 보는 사람이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하이킹 계획이 있는데 난 솔직히 사람들 술을 많이 먹어 가지 말자고 할 줄 알았다. 반면 예정된 일정은 꼭 사수했다. MBTI에서 J형 계획형 인간이 많아서인지 계획이 철저히 지켜졌다.


수련회와 같은 행사에서는 사무장이 빛난다. 숙소 예약, 음식 준비, 심지어 요리까지 지회 사무장이 책임지고 해냈다. 사무장은 전날 술을 많이 먹어 다음에는 하이킹을 아침에 하지 말자고 나에게 말하면서도 끝까지 일정을 사수했다. 평소 활동에서도 사무장 동지는 약속에 늦는 법이 없다. 울산에 살고 있는데 부산 오전 8시 일정에 지각을 하지 않고 함께 한다. 사무장 동지와 같은 성실하고 열정적인 활동가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와 같은 건강한 활동가들 주변에는 늘 사람이 따른다. 수련회에도 그가 조직한 간부들이 많았다.


2025년 외국어교육지회는 부산글로벌빌리지에 부당해고에 맞서 승리를 맞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6년에는 더 많은 영어강사들과 함께 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부산글로벌빌리지 조합원들은 노조법 2, 3조 개정 후 실제 현장에서 원청 교섭을 시도하며 더 많은 권리를 쟁취할 것이다.


더 많은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이 한국 노동운동을 바꾸기 위한 노조 간부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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