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부장 퇴임식에서
민주일반노조 활동을 하면서 퇴직할 때까지 지회장 역할을 하고 은퇴하는 조합원들을 많이 목격했다. 대공장 큰 사업장 노동자들처럼 근로시간면제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니 어느 누구도 지회장을 맡기를 꺼려한다. 근무시간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에 노조 활동을 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럼에도 민주일반노조에는 20년간 활동을 하며 간부 역할을 한 조합원들이 꽤 있다.
올해는 환경지부장이 퇴사를 한다. 지부장이 퇴사를 한다고 하니 작년 노조 임원 및 지부장 선거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내가 본부장에 출마해야 했고 부본부장부터 지부장까지 출마자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리 생각해 둔 조합원들이 있었으나 몇몇이 출마를 거절하면서 난감했었다. 난감한 상황에서 지부장은 퇴사를 1년 앞두고 한 번 더 출마를 하겠다고 말했다. 퇴직 후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자리를 채워야 한다며 입후보 서류에 사인을 했다.
그는 거절한 사람들에게 현장보다 노조가 먼저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라고 재차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부가 채워지지 않으면 현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활동해도 어렵다며 무조건 채워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다행히 지부장의 집요함으로 인해 집행부를 무사히 꾸릴 수 있었다.
환경지부장은 마지막 퇴직을 축하하는 자리에서도 노조를 강조했다. 유창환경부터 고용승계를 위해 오랫동안 투쟁했던 조합원들에게는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던 이야기다. 그들은 지부장과 동고동락하며 수년간 농성 투쟁을 하며 노조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지부장은 젊은 조합원들을 걱정했다.
젊은 조합원들은 유창환경 고용승계 투쟁을 경험하지 않았다. 치열한 노조 투쟁 이후 입사해 현장이 평화로운 것이 당연한 조합원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노조 조합비만 내고 노조 활동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부장은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측은 지부장이 퇴직하기만을 고대하는 눈치다. 지부장은 사측이 노조를 탄압하면 우리는 더 단결해야 하고, 노조 활동을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해야 함을 강조했다. 일장 연설이 길어지자 지방방송을 켜는 조합원도 있었지만 마지막 그의 충고는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지부장은 나에게는 본부장의 역할을 마지막으로 충고했다. 현재 투쟁을 하고 있는 사업장 동지들을 위해서 본부장이 나서서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에도 그는 내가 조금이라도 안일한 태도를 보일 때마다 조언을 했다. 조언은 늘 정확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늘 조합원들과 함께 노조 활동을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늘 나를 다잡게 했다.
부산일반노조 시작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지부장은 올해 12월 31일 은퇴를 한다. 하지만 남은 지부장 임기는(2026년 12월 31일까지) 채우겠다고 약속했다. 은퇴하면 시간도 많이 있어 한 번씩 미조직 생폐노동자들을 만나며 조직사업에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지부장은 퇴직 후에도 노조 활동에 손을 놓지 않고 이어갈 것 같다. 오래오래 건강히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
치열한 현장에서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