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글쓰기 무조건 좋을까?

<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

by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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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조 대의원대회 결의문 작성을 클로드 AI로 돌렸봤다. 별로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글이 나왔다. 좋은 글이 나오기 위해서 프롬프트를 어떻게 입력하는 게 중요했다. 이전에 썼던 결의문도 첨부하고 최근 노조에서 활동했던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노란봉투법 기사 등을 첨부했다.


대충 훑어봤을 때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문장 다시 읽어보니 그대로 자료집에 실기는 어려웠다. 프롬프트를 여러 번 입력했지만 세밀한 수정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손으로 고치는 게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문장 고치고 나니 결의문이 예전에 썼던 것과 다르지 않게 결기가 느껴졌다.


결의문을 AI로 돌려보겠다는 판단은 실무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함이었다. 상근자가 부족한 노조에 실무자들에게 결의문을 쓴다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AI를 활용해서 빠르게 처리해 보자는 심보로 시작한 일이다. 장점은 빠른 시간 안에 결의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그래도 수정은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의원대회 결의문 낭독 후에 뭔가 허전함이 느껴졌다. 몇 시간 고민하여 직접 꾸역꾸역 적었을 때는 한 해를 출발한다는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를 결의문 대로 살겠다고 늘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마음이 전혀 없었다. AI 글쓰기는 빠르게 글을 써내지만, 인간 스스로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성찰을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인공지능 나의 글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의 김성우 저자는 AI로 인해 변화되는 읽기와 쓰기에 대해 말한다. 인공지능 디지털 러터러시(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정보를 이해비판적으로 분석평가하여 활용하고 생산하는 종합적 역량)의 강화를 강조한다. 다만 리터러시가 개인의 역량만 강화한다고 되지 않고 사회적 역량, 관계적 행위의 영역으로 확장, 경쟁이 아닌 윤리적 성찰로서의 리터러시가 중요하다 말한다.


책을 읽고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새로운 기술이 유행하면 늘 나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SNS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도 혼자 이것저것 해보는 재미를 추구했고, 최근 AI가 부상했을 때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혼자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주변에 있는 사회운동,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이 기술을 토대로 어떻게 리터러시 능력을 키워 활동에 접목시켜 나갈지가 중요하다.


우선 주변 동지들이 비판의 잣대를 내려놓고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검색도 구글 말고 AI로 해보고, 여러 정보를 요약해서 보기도 하고, 글쓰기를 대신시켜보기도 하고 말이다. 그 과정에서 AI가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읽기-쓰기 능력을 발견할 수도 있고, AI를 통해 새로운 연대와 관계를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이 기계 파괴의 목적이라기보다 사회경제적 형평성과 분배의 정의를 겨냥한 운동이었던 것처럼,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분배의 정의를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가 AI로 생성된 부를 시민들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떻게?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PS. AI 도움을 받아 작성한 결의문

<2026년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결의문>

2000년 부산일반노조를 시작으로 20여 년간 이어진 지역일반노조운동은, 2021년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창립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23년 7월, 부산일반노조가 전국민주일반노조로 통합되면서 일반노조운동은 더욱 확대·강화되었다. 그로부터 또다시 3년이 흘렀다.


2024년 말 윤석열의 내란은 분노한 시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무너졌다.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노동 존중'을 내세웠고, 오랜 탄압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잠시 피어올랐다. 그러나 현장의 현실은 냉혹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부당해고를 당해도 구제받을 길이 없고, 연장·야간·휴일수당도 보장되지 않는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지난 2월, 청와대 앞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비정규직·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지속되고 있다.

2025년 여름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었고 올해 3월 원청과의 교섭할 수 있는 날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 취지가 무색하게, 원청 자본은 여전히 교섭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정부는 별도의 시행령을 만들어 법의 취지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말은 넘쳐나지만 실제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민주노총은 2026년을 '원청교섭 원년'으로 선언하고 교섭창구단일화 시행령 폐기와 원청사용자성의 폭넓은 인정을 요구하며 7월 총파업을 결의했다.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현장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서면시장에서, 마트월드에서, 외국어교육지회 영어기관에서 지역 곳곳의 중소영세사업장에서 노동조합 깃발을 세우고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일반노조답게' 비정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권리 쟁취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 왔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중소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선거의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노동의 언어가 정치의 언어가 되도록,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의 변화를 이끌도록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희망은 말속에 있지 않다.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수많은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행동 속에 있다. 일반노조답게 현장으로, 지역으로, 더욱 세차게 뿌리를 뻗자.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앞장서서 싸우자. 우리가 정치의 선봉에서 민중의 등불이 되자!


— 결 의 —

- 5인 미만 사업장 모든 노동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하라!

-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철폐하고 원청 교섭을 투쟁으로 쟁취하자!

- 지방선거를 통해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를 쟁취하자!


2026년 2월 27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대의원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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