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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Apr 17. 2022

'부울경을 뛰고 먹다'를 시작하며

달리기와 브런치를 통해 지역 읽기

2019년 12월 코로나가 대한민국을 잠식하기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마스크를 끼지 않고 동네 초등학교를 운동장을 뛰었다.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그날부터 달리기는 나의 취미로 자리를 잡았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게 된 계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19년 여름 갑자기 이유 없이 어지럼증이 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폭염의 날씨에 더위에 먹어 잠시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여름이 가도 낫지를 않았다. 귀에 이석이 빠지면 어지럽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비인후과에 들려 이석증 치료를 하기도 했다. 어지러움증 약도 꼬박 빠지지 않고 먹었다. 좁은 원룸에 누워 몸을 이리저리 가누며 이석을 바로 잡는 운동도 매일 했다. 하지만 어지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이석증이 아니었다.      


결국 부산에서 용하다는 이비인후과에 가서 거금을 투자해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차라리 뭐라도 나와서 정확한 치료를 받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귀도 머리에도 이상 없었다. 대신 의사는 비싼 치료 몇 가지를 권하며 계속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말했다. 치료 내용은 주로 운동치료가 중심이었다. 정확히 어디서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의사가 권하는 비싼 진료를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어지러움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의사에 말에 치료 대신 유튜브를 검색했다. 유튜브에는 어지러움증을 완화하기 위한 눈 운동을 권하는 영상이 많았다. 효과가 있었으면 꾸준히 했을 텐데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금방 포기해버렸다.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마라닉 TV’라는 유튜브를 알게 되었다. 마라닉은 마라톤을 피크닉처럼을 줄임말이다. 마라닉 TV는 ‘올레’라는 유튜버가 직접 달리기를 하며 운동 전후로 변화된 모습을 구독자에게 보여줬다. 올레님은 매일 달리기를 통해 몸이 건강해진다며 특히 달리기 시작 전 보다 잘 생겨졌다고 자랑했다. 진짜 잘생겨졌는지는 모르겠는데(?), 표정이 달라지고 인상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었다. 

     

달리기가 만병통치약같이 보였다. 마라닉 TV 유튜버에 구독과 좋아요를 박고 그날 바로 운동화를 신고 학교 운동장으로 갔다. 처음에는 1km 뛰는 것도 힘들었다. 300m 운동장 2바퀴만 뛰어도 숨이 차서 멈출 정도였다. 그래도 꾸준히 달렸다. 나날이 거리도 길어지고 속도도 빨라졌다. 2달 만에 5km를 뛸 수 있게 되었고 6개월 만에 10km를 완주했다.      


2019년 12월에 시작하여 2020년은 러닝과 함께한 한 해였다. 코로나로 세상이 어수선했지만 나의 러닝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마라닉TV 출연을 신청했는데 덜컥 합격이 되어서 유튜버를 실제로 만나 촬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달리기에 푹 빠져있던 나는 그날 올레님을 만나고 달리기의 힘을 더더욱 맹신하게 되었다.    


마라닉tv 올레님과 구독자들과 함께 해운대와 광안리를 뛰었다출처 마라닉tv


2020년 1년간 1001km를 뛰었다. 주 3회 정도 집 주변 강변대로(사하구 하단)를 뛰었다. 어지러움증도 1년간 뛰다 보니 증세가 사라졌다. 달리기를 평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21년 민주노총에서 일하게 되면서 평일 저녁에 일정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21년은 내 인생에 가장 다사다난한 해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노동조합에 일하면서 ‘신라대 청소 노동자 농성 투쟁’을 직접 참여하고 평생 꿈이었던 책 쓰기를 도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러닝을 놓고 싶지 않았다. 바쁜 일정 속에도 러닝을 사수하며 553.2km를 뛰었다. 20년 한창 러닝에 재미 붙었을 때처럼 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뛰었다.      


하지만 2022년 접어들자 러닝 권태기가 오기 시작했다. 일도 바쁘고 평일 저녁에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는 핑계로 러닝을 하는 것이 우선순위에 밀려버렸다. 주 1회도 하지 못하고 그냥 한주가 지나가는 날이 많았다. 바빠서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는데 1월 말에 이상근증후군(좌골신경통)이 생겼다. 이상근증후군이 왼쪽 다리에 오니 조금만 뛰어도 이틀 정도 다리가 져렸다. 아이고! 이건 러닝 하지 마라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그날부터 러닝을 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2월 코로나에 걸려 1주일 강제 격리되었다.      


3월이 되어서 이상근증후군도 덜하고 코로나 후유증도 없어지자 다시 신발끈을 묶고 집 주변 온천천을 뛰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이 러닝을 하면 상쾌하지도 재밌지도 않았다. 오래 쉬어 5km만 달려도 숨이 차서 더 이상 뛸 수가 없었다. 내가 이유 없이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대로 하다가는 러닝이라는 운동이 나에게 취미가 아니라 하나의 일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3월 달리를 다시 시작하니 상쾌한 기분보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달리기를 하면 1주일 내내 일정을 소화하는 게 힘들 정도로 피로했다. 이대로 달리기를 지속하는 것은 건강을 오히려 해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달리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고 느꼈던 상쾌하고 건강한 느낌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문득 마라닉 tv가 생각났다. 마라톤을 피크닉처럼 이라는 슬로건이 떠올랐다. 나는 마라톤을 소풍처럼 즐기지 못했다. 의무적으로 똑같은 코스에 똑같은 거리만 뛰고 있었다. 달리기를 다시 즐길 방법이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와이프와 벚꽃을 보러 서생포왜성에 갔다. 벚꽃을 보고 간절곶 근처 카페에 갔다. 카페에 가니 브런치 메뉴와 음료를 팔았다. 점심을 먹어 간단히 음료만 시켜 먹었다. 카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카페 창문으로 바다가 보이고 바다 옆에는 사람들이 걷고 뛸 수 있고 인도가 이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옆 손님이 시킨 브런치(빵, 계란, 햄 등)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와이프에게 다음에 혼자라도 와서 브런치를 꼭 먹겠다며 군침을 흘렸다. 이때 갑자기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유레카!     


러닝과 브런치를 결합하며 주말 아침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상상을 했다. 물 좋고 산 좋은 곳을 뛰고 주변에 맛있는 브런치를 먹으면 어떨까 싶었다. 식욕이 강한 나에게 러닝과 브런치는 금상첨화와 같았다. 러닝 권태기를 벗어날 수 있는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바로 실행하였다. 4월 15일 노동조합에 연차를 내고 송정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다.      


앞으로 러닝과 브런치를 주제로 소소한 글을 써볼까 싶다. 단순히 좋은 풍경과 맛있는 집 소개만 하면 광고를 받고 글을 적는 ‘유료광고’ 티가 나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도 써볼까 싶다. 마음 같아서는 명소에 숨겨진 저항의 역사나 민중의 희생 등 역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싶기만 내 역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우선 제목은 ‘부울경 뛰고 먹다.’로 정했다. 부울경에 잘 알려진 곳을 새롭게 바라보기도 하고 숨겨진 장소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까 싶다.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가벼우면서도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봐야겠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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