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세대는 없다-신진욱>을 읽고
2007년 <88만원 세대>를 읽고 세대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감탄했다. 나에게 세대론은 한국 사회 모순을 기승전 '자본주의'로 퉁치는 선배들에게 세대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무기였다. 세대론에 매료되었고 88만원 밖에 받지 못한 청년의 현실이 바뀌면 세상 바뀐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세대론에 몰입한 나머지 586세대에 대한 냉소가 늘 함께했다. 사회운동을 하면서 586 선배들의 이상한 모습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꼰대라고 퉁 쳤다. 그리고 사회 문제를 세대론으로 해석하니 손쉬웠다. 청년은 피해자이고 중년은 기득권 가해세력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그런 세대는 없다>를 읽고 세대론의 오류를 알게 되었다.
"세대란, 어떤 경우에도 간단히 정의할 수 있는 사회집단의 단위였던 적이 없다. 세대는 다양한 개인과 집단들로 구성된 '관계'이며, 우리는 그 관계의 구조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만큼 그 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세대는 없다> 12p"
2021년 신라대 청소노동자 농성 투쟁을 하며 20대 학생과 50대인 청소노동자 간의 갈등을 목격했다. 20대 학생 중 일부는 노동조합의 시위가 학업에 방해가 된다며 비판하며 침묵시위를 농성장 앞에서 벌였다. 이 장면을 보고 최근 내가 쓴 <현장의 힘>에는 MZ세대에게 집회 시위가 익숙지 않다고 말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MZ세대에게 노조의 투쟁 방식은 생소했을 것이다. 책과 방송을 통해 봤을 뿐 실제 현실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이었을 테다. <현장의 힘> 76p"
노조 시위를 비판하는 학생들에게는 MZ세대라고 하고 노동조합을 지지하는 세대에게는 새로운 노학연대(노동자 학생연대)를 만들었다고 썼다. 책을 쓸 때는 몰랐는데 <그런 세대는 없다>를 읽고 청년 세대 문제를 나 스스로도 많이 헷갈렸던 것 같다. 20대 청년을 집회 시위 문화에 익숙지 않은 MZ세대이지만, 지지하는 청년은 집회 시위를 배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든 투사로 묘사했으니 말이다.
20대 청년들 중에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을 통해 이미 집회 시위를 경험한 청년이 많았다. 국민 절반 가량 집회를 참가했으니 청년들도 촛불집회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알고 있다. 물론 2016년 촛불 집회의 양상과 2021년 신라대 농성투쟁은 양상이 많이 다르다. 16년 촛불은 질서 정연하게 집회 신고에 따라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고 투쟁을 진행한 명예혁명과 버금가는 평화적 집회였다. 노동조합 집회 또한 법에 저촉되진 않지만 방송차 소리로 학생들의 수업권과 부딪쳤다. 학생들은 학습에 피해를 받는다는 이유로 집회를 방해했던 것이다.
총학생회는 노동조합을 비판하며 학습권을 청소노동자의 부당함 보다 앞선다고 주장했다. 지지하는 청년은 노동자 집단해고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업권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두 세력 간에 대자보를 통해 치열한 논쟁도 있었다. 2021년 상반기 신라대 청소노동자 현장은 노조 투쟁과 함께 청년 세력 간의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던 장소였다. 조금 더 치열하게 논의하고 학생들에게 청년들 간의 논쟁에 대해서 알려나가는 선전활동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쉬울 정도다.
그리고 청소노동자와 청년의 노동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좁은 취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애쓰는 청년들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50~60대 청소노동자의 처지는 같았다. 모두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분투하고 있었다.
"50대 취업자의 무려 70%가 서비스, 판매직, 기능, 기계,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50대 다수는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이며, 이들은 오늘날 청년들과 조직적인 위계관계에 있기보다 동료 노동자 관계나 판매자-소비가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세대는 없다> 145p"
586세대는 기득권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잘못되었고 중년 세대와 청년 세대는 계급과 사회적 처지에 따라 나뉜다. 세대론으로 퉁칠 수 없는 사회적 맥락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세대는 없다>는 세대론의 허구성과 한국 사회 문제의 핵심은 계급 즉 소득, 학력, 주거, 자산 등 불평등 내의 위치라는 점을 저자는 증명한다. 세대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당신에게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