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을 읽고
최근 몇몇 모임에 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모임장인 내가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에 응하는 사람들이 결합한다. 제안에 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정을 정하고 임시 규칙을 만들어 모임을 운영한다. 모임 진행도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진 후 주요 프로그램 진행하고 후기를 나누고 뒤풀이를 한다. 20년간 사회운동을 하면서 실패한 모임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집약된 방식이라 큰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모임은 활력이 생기지 않았고 참가자들 간의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모임 목적도 참가자들에게 잘 전달되는지 불투명했다. 자연스럽게 모임 불참자가 잦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람들 시간만 빼앗는 불필요한 모임이 될 것 같았다. 사람들과 긴급히 만나 소통을 해야 했다. 우연히 SNS 끄적거리다가 ‘모임을 예술로 만드는 법-프리야 파커’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SNS 알고리즘이 내 머릿속까지 읽고 있는 것 같아 섬뜩했지만 바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2번째 파트인 ‘목적에 맞춰서 버려라’라는 부분이었다. 처음에 사회운동을 시작해서 함께할 동료를 찾을 때 ‘에스맨(Yes Man)’을 선호했다. 어떤 사람이고 어느 정도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거절하지 않는 사람이 좋았다. 하지만 막상 모임을 같이 해보면 문제가 생긴다. 주로 에스맨들이 나에게만 에스를 하는 게 아니었다. 모든 제안을 수락하는 바람에 에스맨 중 10개 모임을 동시에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모임에 늦거나 결석하는 일이 잦았다.
그럼에도 나는 에스맨들을 배제하지 못했다. 워낙 긍정적이니깐 잘 타이르고 교정하면 훌륭한 활동가가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에스맨들은 우선 한 가지 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보다 여러 활동을 통해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많은 제안을 하기보다는 적절히 배제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려 깊은 배제란 어중이떠중이가 모여 다양성이 묻히는 대신 모임에 경계를 세워서 모임 내부의 다양성이 부각되고 강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109p”
에스맨들에게 다른 제안을 거절하고 내가 하는 모임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강요할 수 없다. 다만 내 모임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규칙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지각하는 사람을 대처하는 재밌는 사례를 소개한다.
“누군가 몇 초만 늦어도 모두가 환호하는 가운데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해야 했다. 다소 창피할 수는 있어도 무해하면서도 재미있는 벌칙을 지정함으로써 우리는 모두가 동의한 임시 사회계약을 작성했다. 그 규칙은 몸을 쓰는 재미있는 벌칙을 규정하고 있었기에 이 팀에 매우 필요했던 경쾌함을 더했다-287p”
책을 덮고 내가 진행하는 모임이 잘 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모임의 목적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소통이 부족함을 느낀다. 주로 목적을 정하고 나를 따르라 하는 대장부 스타일인데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다. 최초의 제안은 그럴 수 있지만 목적은 구성원들과 함께 끝임 없이 수정되고 변화 발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결국 함께 하는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전화기를 꺼내 들고 약속을 잡아야겠다.
일기일회(一期一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