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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 Nov 17. 2016

'밀당' 좀 하세요?(2)

밀당에 필요한 우리의 자세


박제 말고 공유하는 센스


먼저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밀당은 '상대를 안달 나게 해서 내 뜻대로 조련하려는 용도'로 쓰는 밀당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배로 보이게 하고, 서로가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오래도록 배려하고자 하는 일종의 '좋은 밀당'이다.


먼저 외치자


밀당은 밸런스다!!!!!!!!!!!!

밀당은 호기심 유발이다!!!!!!!


카톡 좀 20분 두고 보낸다고 밀당이 아니다. 삶 자체가 밀당이 가능한자로 거듭나면 그 삶의 밑바탕에서 내가 편하게 하는 모든 행동이 상대에게는 밀당으로 보일 수 있고 나는 만만치만은 않은 존재가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 연애대상이 아니라 자연인으로 볼 것: 장점에 박수를 아끼지 말고(당) 단점을 좌시하지 말자(밀)  

별로 자기 스타일도 아닌 사람한테도 혼자 집착하고 속상했던 적은 없는가? 그래 놓고는 상대는 나에게 밀당을 하는데 난 망했다고 한탄한 적 없는가? 앞뒤 없이 어장관리당했다고 욕하진 않았는가? 상대를 자연인 누구누구로 못 보고 내 연애 생활에 오랜만에 들어온 '연애인'으로만 봐서이다. 콩깍지를 스스로 찾아와서 내 두 손으로 눈에 끼워넣어서이다. 빨리 연애하고 싶은 욕망만 너무 강해서 단점에 대해서는 머리로만 알고 마음으로는 무시하고, 상대가 왜 나한테 들이대지 않는지에만 촉각을 곤두 세우면 매일 위에 패턴만 반복일 수밖에. 이런 자세로 무슨 밀당을 한다는 것입니까? 당신은 이미 그저 열린 마음인데. 자연인 누군가의 장점과 단점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장점은 따뜻하게 사랑하고 단점에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좋은 점이 보이면 과장 말고 곧바로 칭찬한다. 하지만 단점들 또한 놓치지 않고 본다. 단점을 따박따박 지적하라는 게 아니다. 상대의 단점을 똑바로 바라보고 기억하는 것 정도만 해도 나 스스로의 집착에 대한 좋은 고삐가 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밀당 잘하는 사람들의 종특 중 하나가 바로 이 객관성과 판단력을 놓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유의 사람들은 굳이 밀당을 한다기보다는 좋은 것에 반응하고 아닌 것에는 반응을 안 할 뿐인데 상대방은 그게 밀당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약 오를 필요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다.



2. 시간차 공격: 매력을(당) 단계적으로(밀) 보여줄 것


밀당 잘 못하는 사람 중 대표적인 유형이 성격 급한 사람이다. 기껏 좋은 점이 있는데도 그걸 서둘러 못 보여줘서 안달이 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여유를 두고 시간차 공격을 하면 나의 매력을 몇 배로 커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럼 그게 뭐냐. 여기 아주 쉽고 귀여운 예가 있다.


가슴에 자신감이 넘치는 내 친구 C는 소개팅 때마다 정말 깔끔하고 단정한 겉옷을 입고 속에는 가슴이 잘 드러나는 피트 되는 옷을 입는다. 그러고는 실내에 들어왔음에도 얼마 동안은 겉옷을 벗지 않는데, 옷을 여미고 있는 동안 안에 리볼버라도 숨긴 것처럼 자신만만해진다고. 적당히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 자연스럽게 옷을 벗어놓는데, 옷을 벗어놓는 순간 아주 미묘하게 긴장되는 공기와, 정말 아주 0.1%이지만 겉옷을 벗은 후와 벗기 전에 상대의 다른 반응을 포착해내는 게 그렇게나 즐겁단다. 실제 C의 '성공률'은 꽤나 높은 편인데 C가 기본적으로 자신의 여러 좋은 점들을 천천히 적절한 타이밍에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플러스로 매력을 툭 꺼내놓았을 때 상대의 변하는 행동과 감정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포착해내는 것도 성공의 이유이다.


처음부터 "안녕하세요 가슴입니다. 어때요 멋지죠???" 해도 물론 누군가에겐 좋겠지만, 그냥 딱 거기까지만 보이게 한다. 기억하자. 츤데레에 그토록 열광하는 건 츤데레가 누구보다 착해서가 아니라 안 착한 줄 알았는데 방심했던 순간에 훅 들어오기 때문이다. 맨날 친절했던 사람은 억울할 수밖에 없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3. 따뜻하고 배려심 있게 대하는 가운데(당) 생활패턴의 유지(밀)

내 시간을 비워두고 한없이 상대를 기다리는 건 제일 미련한 짓이다. 그렇게 해서 몇 번 더 봐야 의미 없다 지치고 닳는 건 본인이다. 내 스케줄 때문에 상대를 못 보게 될까 봐 아쉽다면 불발 났을 때 다음 약속을 잡고 나중에 보면 그만이다. "오늘 이 사람을 못 봤으니 다시는 안 만나야겠다"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제가 오늘은 무슨무슨 일이 있어서요 정말 죄송해요"라고 말할 줄도 좀 알자. "혹시 다음 주 목요일은 어떠세요?"라고 뒤이어 물으면 그만이다. 일에 지장 주지 말자. 사람은 가도 일은 남는다. 일은 날 기다려주지 않고 일까지 매번 흔들려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영양가 있는 사람도 아니다 내다 버리자.

연락도 마찬가지이다. 반가운 건 알지만 일하다가도 나가서 전화받고, 손에 물건 잔뜩 있는데도 꾸역꾸역 카톡 하지 말자. 답답해도 좀 참고 주변 정리가 됐을 때 편안히 답하자. 내가 다시 했을 때 혹 전화 안 받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 길로 누군가 한 명이 몇 시간 뒤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연락하게 될 것이고 아쉬우면 만나게 된다. 가만 팔짱 끼고 상대가 나한테 대시하기만 기다려서도 안 되지만 절대 무리하지도 말자.


4. 세 번에 한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잘해줌병에 걸린 사람들이라면 세 번에 한 번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쉬자. 굳이 밀당한다고 억지로 나쁘게 굴라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 위에 쓴 3번의 경우처럼 성격 급한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 것을 못한다. 좋을 게 없다. 보여줄 시간은 늘 충분하다. 어차피 100통의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으면 불처럼 매일 편지를 100일간 쓰다 마는 것보다 3일에 한 번씩 3년을 쓰는 게 서로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매일매일 꽉 채워 잘해줘 봐야 나는 사람이기에 언젠가는 지치고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반복된 호의는 그냥 일상이 되어 그 소중함을 잊게 마련이다.




좋은 밀당은 높은 차원에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와도 통한다.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편안하고 다정하게 대하되 항상 그 거리와 정도를 유지하는 것, 상대의 기분과 패턴을 읽어가며 행동을 조절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밀당이 아닐까. 기본 매너 없이 그냥 연락 무례하게 씹고 약속 수시로 파토내는게 무슨 밀당인가 그건 그냥 싸가지이다. 언뜻 뻔한 듯 보이는 위에 4가지 생활 수칙들은 굳이 연애 상황이 아니더라도 남에게 따뜻하고 스스로는 건강한 인간으로 살 수 있게 해준다. 밀당은 꼭 연인 사이에서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밀당 법' 글은 여기서 마친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여러분 중 누군가가 혹시 '가격 후려치기'를 밀당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너무 훈훈하고 뻔한 이야기만 쓴 건 아닐지 불안하다. 먼저 연재했던 <당신을 놀리고 비하하는 사람과의 연애>나 <약속되지 않은 관계의 지저분한 지점 1탄>을 한번 읽어보고 일단 지금 누군가 당신에게 하는 행동이 밀당인지 사기 장난질인지부터 구별해보길 바란다. 더불어 32세 A군의 파행을 던져놓고 가겠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사람을 만났을 때 전후 사정 모르는 상태에서 행동만 보고 밀당인 줄 아는데 당신을 머리 터지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밀었다 당기는 사람이 있으면 안타깝지만 이 A군과 비슷하게 사는 사람일 확률이 높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정말이지 개새끼는 멀리 있지 않다.


굳이 내 눈을 더럽히고 싶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32세 A군은 본인이 술 같이 마시고 싶을 땐 상대가 받을 때까지 전화를 하는 습성이 있다. <부재중 5통>을 본 상대가 놀라 전화하면 어디냐고 놀자고 만나자고 하고 몇 시든 어디든 달려온다. A군을 만나는 여자들은 보고 싶다고 부산에도 갑자기 찾아오는 A군의 이런 열정(?)을 보고 당연히 A군이 자기를 대단히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고교생 같은 저돌적인 모습에  A에 대한 객관적 판단 여부를 떠나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A군은 어딜 가도 여자친구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 만나는 여자를 옆에 앉혀두고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여자친구는 없다고 한다. A의 페이스북 글은 심심찮게 "외롭다" "오늘도 남탕" "혼술"이다. 상대가 이런 A군에게 우리 관계가 대체 뭐냐고 물으면 A군은 항상 외롭고 슬프고 트라우마나 있는 듯 말을 끝내거나 난 이 관계로도 충분하니 싫으면 네가 떠나면 된다고 마치 자유를 준 듯 거칠게 말한다.(약속되지 않은 관계의 지저분한 지점 1탄에 나오는 바로 그런 녀석이다!)

A군은 그가 원할 땐 부재중 몇 통도 스스럼없이 남기지만, 상대의 전화를 늘 받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식으로 만나는 사람이 2016년 11월 현재 6명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명씩만 만나도 상대 여자들은 A군은 자주 봐야 주 1회 볼 수 있다. 6명 모두 연락과 만남 횟수가 동일하지는 않다. 제일 자주 만나고 나름 A군이 놓기 싫어서 약간 쩔쩔매는 사람부터, 부르면 언제든 만날 수 있어서 제일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 공식 친구인데 애매하게 친구 같진 않게 음기를 흡수하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어떨 땐 득달같이 달려오고 전화하고 매달리고 로맨틱한 말을 내뱉는데, 밤에 한 번씩 연락 두절되고 자주 보기는 힘들고, 만날 땐 꼭 사랑하는 것 같은데 애인은 아닌 A군을 만나는 사람들은 A군이 '밀당을 잘한다'라고 생각한다. 또는 바쁘다고 생각한다. 자기 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을 수 있진 않을까 의심까진 하는데 그게 6명일 거라곤 누구도 상상을 못 한다. 기껏 생각한 게 'A는 나만큼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인 정도이다. 그래서 슬퍼하고 상처받는 와중에 A군을 떠나지 못하고 맴돈다.

결국 성적 긴장감을 가지고 만나는 대상을 여러 명 만들어 자신의 감정을 분산시킨 태도가 상대에게는 '밀당'으로 보였고,  기대와 불안을 안은 상대는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그림이 된 것이다.


A군은 잔혹하게도 상대를 아쉽게 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바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매사를 그런 식으로 산다. 일할 때도 이런 식이다.

단기적으로 상대를 압박하거나 자잘한 일을 뜻대로 할 땐 잘해줌보다 잘 먹힐 수 있어서 이러한 상태를 즐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건강한 관계이기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누구든 지쳐 떨어져 나가게 마련이다. 행동이 바뀌지 않는 한 A군에게 주어진 미래는 비참하고 외로운 독거노인의 미래이다. 무엇보다 내 생각에 A군은 곧 크게 사건 하나 터져서 패가망신할 것 같다:)

쓰레기짓을 밀당이라 착각하지 말자

멋진 밀당으로 정신 건강 유지하며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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