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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 Nov 30. 2016

내 애인은 왜 나보다 친구와 노는걸 더 좋아할까

'재미있는' 연애의 중요성

박제 말고 공유하는 센스



만남의 문제는 늘 화두이다. 서로 만남의 횟수에 대한 만족이 동일하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늘 한쪽은 목말라하고 한쪽은 지겨워한다. 그리고 우리는 늘 생각한다 '내가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과연 그렇기만 할까



1. 내 애인은 나보다 친구와 함께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연애 초에는 별 문제가 안 된다. 뭘 해도 즐겁고 가만히 앉아서 눈만 봐도 행복하고 매일 봐도 뒤돌아도 또 보고 싶다. 하지만 달콤한 로맨스의 열정이 사라진 뒤 남아있는 하루하루의 현실은 그야말로 "오늘 뭐하지"이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이것은 어쩌면 오늘 우리가 얼마큼 사랑하느냐 보다 중대한 문제이다. 시간과 재화는 한정돼있고 우리는 무언가로 또 오늘의 데이트를 채워야 한다. 대화의 소재는 떨어졌고 갈 수 있는 곳은 다 갔다. 할 수 있는 섹스는 다 한 것 같고 우리에게 남은 게 없는 것 같다. 이 건조함을 권태라는 단어로 말할 무렵, 내 애인은 나보다 친구와 있을 때 훨씬 많이 웃고 편안해한다는 것을 포착한다. 이대로 사랑은 끝난 걸까


2.  숭고한 '사랑 신화' 안에서는 보지 못하는 '재미'라는 가치: 재밌을 거리를 찾자


왜 친구랑 있는 걸 더 좋아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친구와 함께 하는 게 더 재밌기 때문이다. 그럼 누군가는 반문한다 사랑을 재미로 하냐고.


맞다 사랑은 재미로 하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도 재밌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관념론적인 사랑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랑은 죽음도 넘어설 수 있지만 사랑은 때론 오늘 모텔 갈 돈이 없음을 넘어서지 못하고, 회사 야근을 넘어서지 못하고, 친구와 당구치고 싶음을 넘어서지 못한다. 너를 사랑한다 해서 그 말이 곧 너와 있는 시간이 모두 재밌기만 하다는 것까지 보장하는 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는 연애의 일상은 무엇을 할지 채워나가야 하는 하루이고, 이 하루를 채워나가야 할 성실함을 '사랑의 성실함'으로 착각하는 순간 사랑은 급속도로 차가워진다. 주변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애인 만나는 게 즐겁다는 소수의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뭐 더 대단히 사랑해서라기 보다는 함께 있는 것의 즐거움과 유의미함이 존재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친구와 놀 때 할 게 없고 재미없다고 해서 "넌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고 울지 않는다. 대신 놀 거리를 찾거나 그도 아니면 그냥 서로 내버려두고 각자 할 일 하고 있다 한 마디씩만 던져도 웃기다. 그리고 그 마저도 소재가 떨어지면 "야 가자 졸리다" 하고 집으로 간다. 속상하고 자격지심 느끼지 않는다. 오늘은 졸릴 뿐이며 우리는 친구이기에 언제든 또 만나 재미있으면 된다. 사랑도 적당히 우정이 하는 만남처럼 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 '난 너랑은 가만히만 있어도 즐거운데'라는 생각을 개인이 할 수는 있지만 상대가 그렇지 않을 때 그것이 그저 사랑이 아니라고 울상부터 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로 '사랑이 끝나서' 무얼 해도 재미없고 그냥 만나기도 싫은 때 또한 있다. 단지 말하고 싶은 건 모든 상황을 사랑/비사랑의 관점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상대가 지금 재미없을 수 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재미있을 수 있는 거리를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태도, 이를 위해 노력하는 태도 또한 사랑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재미있는 사람은 이제 상대가 무얼 해야 재미있을지에 귀 기울이고 관심 가져야 한다. 기껏 재미있을 거리를 찾기로 해놓고는 그 재미거리 또한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 상대는 카페에 앉아 있는 게 벌 받는 기분인데 재미있는 걸 하겠답시고 매일 예쁜 카페 투어를 끌고 다녀봤자 그 데이트는 한 사람에게는 일상의 의무와 감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전락한다. 이를 그저 사랑이 식었다고만 탓할 것인가?


아무래도 지루하기만 한 사람은 그렇다면 이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뭐든 귀찮아하며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해놓고는 데이트에 끌려온 소마냥 하품만 찍찍 할 바에는 지금 자신이 어떤 지경에 있는지 호소하는 것이 낫다. 한 사람은 어떻게든 웃겨보려고 떠드는데 자신은 귀찮아하기만 하는 건 대단한 무례이고 기만이다. 차라리 무의미한 만남의 횟수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면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심으로 상대에게 말해야 할 것이다.


애초에 연애를 '가끔 만나 밥 먹고 섹스하는 관계'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사실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마저도 귀찮아지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좀 더 전방위적으로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연애를 꿈꾼다면 서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귀를 기울이고 함께하며 공감하려는 대단히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피곤하다. 하지만 이 과정이 없이 '위대한 사랑의 힘'만으로 삶의 공유는 일어나지 않으며 결국 '뻔한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정말이지 연애도, 가만히 있어서는 맘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3. 연애는 놀이이다: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


결국 연애도 재미있어야 한다.


깔깔거리고 자극적이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욕이 아니어도 함께 있으면 재미있을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이유'가 없이 장기적 관계는 어렵거나 이루어져도 지루한 일상과 의무의 반복일 뿐이다. 그냥 인생 다 그렇지 하기에는 연애 말고도 정말 재밌는 게 너무 없지 않은가, 연애라도 재밌어야지. 각자 할 거 하고 액세서리로 사회에서 모양 빠지지 않기 위해 시늉만 하는 연애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취향은 재앙이 되는데 사실 이쯤 되면 헤어지던지, 아니면 대단한 배려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중요한 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공유할 수 있는 화제가 애초부터 너무나 없다면 사실 웬만한 노력으로도 재미를 찾아내기 힘들다. '우린 그냥 정말 침묵을 지키고 가만히 앉아서 각자 할 일을 하는 걸 좋아해'라는 거 마저도 대단히 훌륭한 취미의 공유이다. 사실 매일 매 시간 새로운 화제로 떠들어댈 수 없으며 그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어도 편안하고 즐거운 것도 훌륭한 데이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경멸하는 행태 중 하나가 "우리 와이프는 음악을 몰라 그래서 정말 외롭고 지루해"라고 와이프 욕하면서 집에 안 들어가려고 하는 유부 음악 남자이다. 대체 집에도 안 들어갈 만큼 음악이 중요하고, 제일 좋아하는 게 음악인 사람이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랑 왜 결혼한 것일까. 음악은 핑계고 그냥 인간이 쓰레기인 게 아닌 이상에야 라이프를 아예 함께 해야 하는 결혼이라면 생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감이라도 할 수 있는 이를 만나야 함이 자명하다. 공유할 취미와 취향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는 생각보다 끔찍할 수 있다.


애인과 앉아서 유튜브만 틀어놔도 10시간 20시간 내내 재미있는 이들과, 한 사람은 야구 보고 게임하는 것만 좋아하고 한 사람은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것만 좋아하는 이들의 데이트의 질이 같을 수가 없다. 사랑은 어디 천상에서 하는 관념의 유희가 아니다. 연애는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현실 세계의 모든 민낯이 완벽하게 드러나는 명백히 사회적인 장이다. 환상을 깬 자리에 무미건조한 현실만이 올까 봐 두려워하지 말자. 환상을 깨고 현실의 언어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려 할 때 다른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랑의 재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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