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뼈의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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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해보고 나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연재라는 것이 쉬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너무나 힘든 것이었다
도대체 일주일은 왜 그렇게 빠르며
별 할 일 없는 나는 가난하고 아무 일도 진척되지 않지만 왜 바쁜 것인가
놀기 때문이겠지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아마추어는 하고 싶은 것만 겨우 하고
프로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것도 그럴싸하게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아마추어 중에 상아마추어라서
관심 있고 생각나는 주제에 관해서만 열을 올렸고 그나마도 글이 재미를 떠나 일단 비문 투성이었다
읽는 걸 생각 안 하고 써 해치우려 한 것이 보여
마치 한번 쓰고 다시는 읽지 않는 내 논문들처럼 창피했다
하지만 뭐든 부담만 갖고 달겨들어서 누구보다 자격지심 심한 나에게, 글은 내가 정말 별 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아서 오히려 부담 없고 재밌었다
내 밥벌이도 아니고 평가받을 일도 아니니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이었다 역시 모든 건 취미가 답인가
또한 연애 얘기하는 걸 제일 재밌어하는 나였기에
비록 나와의 약속이지만, 연재라는 형태도 그럭저럭 재미나게 할 수 있었다
1.
구독자가 거의 없던 브런치의 구독자가 오늘로 594명이 됐다
파워 브런처(?)에 비하면 귀여운 숫자이지만
600여 명에게 내가 글을 쓴 순간 푸시가 가는 건 참 감사하고 무서운 일이다
망뼈를 쓰며 생각보다 많이 답답했다
차라리 쓰고 싶은 대로 휘리릭 썼으면 좋겠는데
엑스들 중 몇몇이 이 브런치 글을 단 몇 줄이라도 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애초에 이렇게 공개된 웹에 쓰는 것을 그들이 보지 말아야 할 이유도 못 볼 것도 없었다
2.
못난 존재들에게 씹어먹을 어떠한 먹이도 주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직도 본인이 내 기억에 어떤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자위할 것이 좀 싫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쓰고 불특정 다수와 공유를 했어야만 했음은, 나를 팔아서라도 남들을 웃기고 관심받고 싶어 하는 나의 못난 관심병 탓이다
특정인을 연상시킬 저격의 글을 쓰는 건 그저 구린짓이기에
몇 명의 인물을 조합해서 제3의 일반적 인간형을 창조해서 쓰곤 했다
즉 이것은 누군가의 얘기이자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 무엇을 느꼈건 내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 폭력은 더 이상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서로 죽었다 생각하고 살면 그게 행복이다
3.
시즌 1이 좀 더 상대방에 대한 글이었다면
시즌 2는 나에 대한 것들이 중심이 된, 다소 늙은 존재의 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시작하진 안(못)하기에
좀 더 가벼운 끄적임로 워밍업하고 돌아오려 한다
재밌게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 매거진 '난중일기'를 시작하며
0.
난중일기라는 이름의 역사가 시작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같은 반 친구들 8명끼리 팔패밀리(가칭 '팔쌍스: 여덟 명의 썅년들')라는 창피한 이름으로 몰려다녔고 또래 소녀들이 으레 그렇듯 교환일기를 썼는데 그때 그 교환일기에 내가 지은 이름이 '난중일기'였다. 안네의 일기 제목이 '키티'여서 제 2권의 이름은 키티로 지었는데, 물론 안네의 일기와 우리 일기는 전혀 상관없으며 고 안네 선생님을 모독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
모든 건 직관적으로만 행동하던 한 괴이한 소녀의 발상들이었을 뿐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서 그랬다기보다는 일단 난중일기라는 명칭이 재밌었고 안에 채워질 내용이 전쟁 같고 끔찍할 것이라는 예상에 지은 이름이었다. 일기 내용은 생략... 그저 아직도 서로 누구 집에 있는지 찾아서 불태우려고 한다는 것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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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내가 거쳐간 싸이월드, 블로그 등에 매일 그날의 쓸데없는 것들을 끄적이는 게시판의 제목은 항상 '난중일기'었다. 이보다 더 좋은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팔자가 좋은 나이이고 아무리 남들 보기에 잘 풀리는 시기라도 각자의 삶은 전쟁이고 괴로우니까.
이곳 브런치에도 '망뼈'와 구별해서 볼 수 있는 데일리 헛소리가 담길 곳이 필요해졌고 그 공간의 이름은 망설일 것도 없이 난중일기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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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은 연재가 아닌 간헐적 글쓰기가 올라오는 곳이 될 것이다.
되려 더 자주 글이 올라올 수도 있겠는데
연애만을 주제로 연재를 하는 것이 아니어서
망뼈의 애정을 가져주시던 구독자 분들이
"얘 모라 지껄이는겨" 하고 구독을 끊으실 수도 있다
그러나 취미가 사랑인 나이니
뭐 망뼈랑 별 다를 내용이 있을까 싶다
사실 좀 더 자유의 몸이 된 나의 글은 좀 더 재밌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도 해본다
계속 사랑해달라는 말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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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괴이해 평화로울 날이 별로 없다
요즘은 그 불안정을 최대한 안정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피할 수 없는 불안정이라면
재밌게라도 만들어 동지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느 때의 나는 사실 그 불안정을 너무 피하지 않은 감이 있었고
그로 인해 진짜 파멸의 언저리까지 가본 뒤로는 한층 겁이 많아졌다
늘 이야기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의 끝에서 바라는 건 행복이다
슬프고 무서운 건 살인자도 행복을 꿈꿀 테고
모두가 행복을 꿈꾸겠지만
그 행복을 꾸려나가는 방식이 다르니 세상이 지옥이라는 것이겠지
나도 행복하고 싶다
일단 나만 행복해도 충분하지만 되도록이면 여럿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암튼 그러한 마음으로 새 매거진 난중일기 시작합니다
링크는 요기 brunch.co.kr/magazine/war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