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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민관 Oct 09. 2017

Genesis G70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의 완성이자 시작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5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를 현대로부터 떼어놓으며 국산 최초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G90(국내명 EQ900)으로 플래그십 세단 시장을, G80으로 준대형 세단 시장을 겨냥했지만 G90은 에쿠스에서,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분리 전 2세대 제네시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차량인지라 제네시스 브랜드의 고유 차종이라고 하기엔 어려웠고 둘 다 주행성능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G70은 이러한 상황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단 라인업 완성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두 가지 막중한 임무를 떠맡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현대차와는 차별화한 아름다운 디자인과 역동적인 주행성능이 필수적이다.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시장의 기존 강자는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로 셋 모두 어려운 상대다. 3시리즈는 역동적인 D세그먼트 고급 세단의 기준이 된 차고 C클래스는 럭셔리의 기준을 높였으며 A4는 세련된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하고 있다. 또한 이미 각자의 매력을 갖추고 이들에게 도전 중인 재규어 XE, 알파로메오 줄리아, 인피니티 Q50, 렉서스 IS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네시스는 자기 자신을 가시밭길에 던져야만 했다. 다소 오래된 인식이긴 하지만, 세단 라인업이 회사의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로스오버와 SUV가 대세라고 해도 랜드로버나 지프처럼 오프로드 전용 브랜드가 아닌 이상은 세단을 통해 회사 이미지를 부각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에 큰 기대와 야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시장의 강자들을 무찌르고 제네시스를 게임 체인저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인력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쉐보레에서 카마로와 콜벳, 스팅레이 컨셉을 디자인하고 벤틀리에서 플라잉스퍼와 벤테이가, EXP10 스피드6 컨셉 디자인을 총괄한 이상엽,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에 이어 벤틀리에서 이상엽 디자이너와 함께 일한 루크 동커볼케, 람보르기니 우라칸과 부가티 시론 디자인에 참여한 알렉산더 셀리파노브 등 쟁쟁한 디자이너를 영입했을뿐더러 BMW M의 총괄 개발 책임자였던 알버트 비어만도 스카우트했다.


과감한 투자 끝에 만들어진 G70은 생각보다 스타일링 측면에서 파격적이진 않다. 2016년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뉴욕 컨셉을 보수적인 방향으로 다듬은 모습이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디자인이긴 하지만 어깨에 짊어진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싶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향후 제네시스의 디자인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알아낼 수 있다. 한번 훑어보자.



첫인상은 스포티하다. 제네시스가 자사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제시한 것이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인데, G70은 지금까지의 제네시스 차 중 가장 역동(Athletic) 쪽으로 치우친 느낌이다. 기존 제네시스 차들과 어느 정도 패밀리룩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이다. 헤드램프는 그간의 난잡하던 모습을 어느 정도 벗어던지고 두 줄의 LED DRL 시그니쳐로 방향성을 잡았다. 이는 GV80 컨셉의 LED 헤드램프에서 따 온 것이다. 앞으로도 모든 제네시스 차종에 적용될 아이덴티티라고 한다. 크레스트 그릴의 모양새는 G80이나 G90에서 크게 변형된 형태는 아니어서 조금 아쉽다. 크레스트 그릴 자체가 현대차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는 헥사고날 그릴(현재 캐스케이딩 그릴)과 너무 비슷하게 생겨 차별화가 부족하다. 아직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가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이상엽 디자이너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그릴은 앞으로 더 낮아지고 넓어지며 현대차 그릴과는 차별화될 것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를 기대해봐야 할 듯하다. 그릴 안쪽은 기존의 수평 리브가 아닌 GV80 컨셉과 비슷한 메쉬 타입의 격자 리브를 적용해 엄격한 느낌을 조금 벗어던졌다. 그런데 프론트 인상의 전체 비례를 볼 때 그릴이 지나치게 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면적이 넓은 크롬으로 마감되어 있어 그런 건지, 새로운 스포티한 디자인에 눈이 아직 덜 익은 건지 그릴이 혼자 튀어 보인다.



더 가까이서 살펴보면, 그릴의 디테일이 GV80 컨셉과 꽤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다. 아마 메쉬 타입 그릴을 향후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시키고자 하는 의도인 것 같다. 아래의 에어 인테이크에는 제네시스의 날개 로고를 형상화한 V자 조형이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과해 보여서 이게 그리 감각적인 시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앞으로 제네시스 차종 모두에 들어갈 디자인 요소라고 한다. 그릴 아래부터 에어 인테이크를 지나 포그등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크롬으로 마감되어 있는데, 사진에 따라 좀 다르지만 반짝이는 은색의 크롬은 아니고 조금 어두운 색으로 처리한 것 같다. 지나친 장식을 절제하는 건 대놓고 드러내는 화려함이 아니라 은근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해야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좋은 방향성이다. 크롬 가니싱 안쪽은 그릴과 마찬가지로 메쉬 타입으로 마감되었고 양 사이드의 에어 인테이크는 기존 제네시스 차들보다 공격적인 면처리로 스포츠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포그등의 조형에서 소나타 뉴라이즈가 떠오르기도 해서,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이 적용되지 않은 건 그릴에 이어 또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인 앞부분 디자인은 팽팽한 면들로 구성되어 군살 없는 몸처럼 다부져 보인다. EQ900과도 약간 비슷한데 더 역동적이다. 후드 라인은 제네시스 뉴욕 컨셉에서 이어진 모습이다. 전폭은 D세그먼트 세단 중 가장 넓다는데, 그래서인지 낮게 깔린 듯한 차체가 보기 좋다. 위의 메탈릭한 그레이 색상보단 좀 더 채도가 있는 색상에서 차체 볼륨이 더욱 살아 보이는 듯하다. 이번 G70은 차체 색상이 10가지로 예전보다 다양해지고 도장 퀄리티 또한 높아졌다. 특히 왼쪽의 '블레이징 레드' 색상은 베이스 코트를 두 번 뿌리는 도장 방식을 사용하여 더욱 채도 높고 고급스러운 색상을 낸다고 한다.



사이드 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에서부터 시원스럽게 쭉쭉 당겨진 면이 섹시하다. 스팅어가 차분한 느낌의 사이드를 가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BMW와 비슷한 느낌의 역동적인 볼륨으로 디자인되었다. 특히 파라볼릭 라인이라고 부르는 캐릭터 라인의 굴곡이 날카롭게 그려지며 위로 조금씩 흘러가 리어램프로 이어지는 모습이 꽤 멋지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역동적인 라인, 긴장감 있는 면으로 구성된 G70의 사이드는 C클래스나 A4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듯하다. 다만 프론트 휀더 바로 뒤의 에어 벤트 형상은 조금 아쉬운데, 제네시스 뉴욕 컨셉에서 이어온 디자인인 건 알겠으나 전체적인 사이드 조형에 비해 시원스럽지도 않고 비례도 아쉽다.



리어에서도 트렁크 리드는 위로 솟아 스포티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리어 스포일러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고, 쿼터 패널에서 이어지는 면과 범퍼 또한 탄탄한 긴장감으로 멋져 보인다. 가로로 찢어진 리플렉터와 함께 듀얼 머플러도 양쪽으로 벌어져 차체가 넓어 보이게 디자인되었다. 리어 램프 안쪽의 C자 형태 LED 램프는 프론트 램프와 마찬가지로 두 줄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모양새인데, 램프 조형 자체가 좀 낡아 보인다. 앞으로 램프 디자인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듯하다. 전반적으로는 보기 나쁜 모습은 아니지만 과격해 보이는 프론트와 비교했을 때 리어의 전체적인 조형이 좀 보수적이고, 특히 리어 램프 디자인에서 벤츠나 BMW M2가 생각난다.



G70은 차체 전체가 초고장력 강판으로 제작되어 차체 강성을 극대화하며 안전에도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차체 곳곳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경량화에도 신경을 썼는데, 그 덕인지 비슷한 덩치와 성능의 3시리즈와 비슷하거나 더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차체 바닥에는 풀커버 언더커버를 적용해 공력성능도 챙겼다.



인테리어는 기존 현대나 제네시스 차량과 비교하면 한 단계 발전한 모양새다. 일단 소재 자체가 확연히 차이 난다. 플라스틱으로 된 부분이 가죽이나 금속으로 된 부분보다 오히려 더 적을 만큼 고급스러운 소재들로 곳곳의 표면들을 잘 감쌌고, 한눈에 보기에도 내장재 수준은 동급의 다른 차들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도어 트림과 시트에 빼곡히 채워진 퀼팅 처리나 면의 모양새도 고급스럽고, 버튼과 트림류에는 금속을 주로 사용했다. 버튼과 각종 조작부, 디스플레이, 계기판도 깔끔하게 디자인되었고 디테일도 훌륭하다. 사실 세부 장식의 고급스러움만 보자면 3시리즈보다 낫고 C클래스와 대등한 수준인 듯 하다. 컬러나 여러 마감 측면에서도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여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노력했다. 신체 정보를 통해 시트 포지션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인텔리전트 시트 기능, 능동적 운전자 보조 기능인 ADAS 등 편의 기능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칭찬만 받기에는 좀 부족하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한 지 2년밖에 안 됐긴 하지만, 현대와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부족하다. 좋은 소재를 많이 쓴 건 좋은데, 조형적인 측면에선 BMW 3시리즈도 살짝 보이고, 쏘나타 뉴라이즈나 코나 같은 최근 현대차들의 모습도 언뜻언뜻 보인다. 면의 형상 자체는 분명 고급스럽고 재질도 좋은데 제네시스만의 무언가가 없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제네시스만의 정체성을 잡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확실히 볼 수 있는데,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는 아직 노력이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한편 뒷좌석 레그룸이 스팅어에 비해서 좁다는 의견이 많은데, 스팅어와 G70의 차량 포지션을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스팅어는 고성능과 함께 어느 정도 편안한 장거리 주행을 지향하는 스포츠 GT 세단이고 G70은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지향하는 스포츠 세단이다. G70의 거주성은 같은 포지션에 있는 3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타일을 위해 루프를 낮추고 휠베이스를 컴팩트하게 디자인한 것이 패밀리카의 역할로는 해가 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편안함을 위해 높은 루프와 긴 휠베이스를 적용했다면 스포츠 세단의 역할을 잃지 않았을까.



G70은 가솔린 2.0L 터보, 디젤 2.2L, 가솔린 3.3L V6 터보로 총 3가지의 파워트레인 옵션을 제공한다. 2.0T는 최대출력 252마력에 최대토크 36.0kg.m이고 연비는 10.9km/l다. 2.2D는 최대출력 202마력에 최대토크 45kg.m, 연비는 15.2km/l. 마지막으로 3.3T 모델은 최대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kg.m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연비는 9.0km/l다. 가장 높은 옵션인 3.3T의 경우 0-100km/h 4.7초, 최대속도 272km/h의 성능을 자랑한다. 하지만 국내 모델의 경우 유럽/북미형에 비해 서스펜션이나 주행감은 좀 무르게 세팅되어 있다고 한다. 대중성을 위한 선택이긴 하지만, 차의 포지셔닝을 애매하게 만드는 것 같아 걱정된다.



아쉬운 부분이 여럿 보임에도 G70은 분명 현대의 야심으로 빚어낸 좋은 상품성을 갖춘 차다. 성능 면에서는 C클래스를 압도하고 3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며, 디자인적으로는 비록 몇몇 실망스러운 디테일이 있지만 면의 볼륨이 섹시하고 그간 국산차에서 보지 못했던 조형을 시도한 게 보인다. 내장재나 옵션의 다양성, 편의사양의 수준은 독일 3사 모두를 앞지른다.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 모델보다 500~1000만 원 저렴해 경쟁력이 있다.


물론 3시리즈와 C클래스, A4는 지금껏 재규어, 알파로메오, 인피니티, 렉서스에게 그랬듯 쉽게 프리미엄 컴팩트 세단의 왕좌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고, G70은 좋은 차지만 후발주자로써 선두를 제치기엔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없다. 이 정체성 부족이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하지만 G70이 제네시스 로고를 그릴 위에 올린 3번째 차라는 것을 명심하자. G70은 앞으로 제네시스 브랜드가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갈지 보여주는 차로써 존재감과 기본기는 갖췄다. 이제 시작이고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앞으로 현대의 파격적인 변화 모색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금의 G70보다 더 색깔 강하고 매력적인 차가 나와, 제네시스가 유럽 회사들에 뒤지지 않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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