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사람이 사는 집, 다락방 한 켠 낡은 이불 위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작은 토끼 남매, 토로와 토리가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토로는 다락방 창문 너머로 숲으로 날아드는 새 한 마리를 보게 되었어요. “저 숲 속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토로의 마음은 설렘과 궁금함으로 가득 찼지요.
며칠 뒤, 토로는 동생 토리에게 속삭였어요. “내일 이른 새벽, 엄마 아빠가 주무실 때 숲으로 모험을 떠날 거야.” 걱정이 앞선 토리는 망설이다가 결국 말했어요. “그럼 나도 같이 갈래!”
다음 날 새벽, 토로는 토리를 몰래 깨워 조용히 다락방 창문 밖으로 나왔어요. 별빛이 아직 머물러 있는 어두운 하늘 아래, 토리는 무서운 듯 형의 손을 꼭 붙잡았지요.
“토리야, 하늘 좀 봐.” 토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밤하늘엔 수많은 별들과 환한 달님이 반짝이고 있었어요. 마치 두 남매의 길을 밝혀주듯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답니다.
두 남매는 무사히 숲에 도착했어요. 큰 나무 구멍 안으로 들어가 나뭇잎을 덮고 잠시 쉬기로 했지요. 하지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가 있다는 걸 형제는 알지 못했어요.
깜빡 잠이 든 토로와 토리는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떴어요. 처음 보는 숲의 풍경은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어요.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숲은 마치 살아있는 동화처럼 빛나고 있었지요.
토로와 토리는 나무 미끄럼틀을 타고 산딸기를 따 먹고, 덩굴 그네를 타며 깔깔깔 신나게 웃었어요. 그 웃음소리는 숲 너머까지 퍼져나갔어요.
그런데 그때였어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스으윽, 스으윽…” 낯선 소리에 두 남매는 숨을 죽이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아주 아주 큰 초록나무 비단뱀이, 무섭게 웃으며 형제에게 다가오고 있었어요.
겁에 질린 두 남매는 달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달리던 중, 토리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지요. 토로는 다급히 동생을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이미 초록 비단뱀은 그들을 향해 똬리를 틀고 있었어요.
비단뱀은 남매를 천천히 감싸며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조여왔어요. 두 남매는 눈을 질끈 감고 꼼짝도 할 수 없었어요.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크고 부드러운 날갯짓과 함께 부엉이 할머니가 나타났어요.
“후우웅—!”
부엉이 할머니는 날카로운 부리로 비단뱀의 머리를 쪼았어요. 놀란 비단뱀은 똬리를 풀고 도망쳤지요.
그 틈을 타, 부엉이 할머니는 토로와 토리를 품에 안고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어요.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그 길 위에서 남매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요.
“정말 고마워요, 할머니…” 토로가 말하자, 부엉이 할머니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어요.
“사실은, 너희 부모님이 부탁하셨어.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기면 지켜달라고 말이야. 숲은 정말 아름답지만, 그만큼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단다.”
토로와 토리는 할머니의 품에서 서로를 꼭 안았어요. 조금은 부끄럽고, 조금은 다행인 마음으로.
다시 집에 돌아온 남매를, 엄마 아빠는 활짝 웃으며 반겨주셨어요. 두 형제는 그제야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지요. “다시는 몰래 가지 않을게요…”
그날 밤, 토로와 토리는 조용히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속삭였어요.
“다음엔 꼭,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다 같이 숲으로 소풍 가자.”
창밖엔 달님이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었고, 다락방 이불 위엔 다시 평화로운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사랑하는 토로와 토리에게
너희가 아주 작았을 때, 어느 날 몰래 다락방 창문을 열고
두근두근 가슴을 안고 숲으로 떠났던 이야기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단다.
그날, 별빛은 너희 발걸음을 비췄고, 숲은 찬란한 아침을 선물했지.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빛만 있는 곳은 아니란다.
아름다운 곳일수록 그만큼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는 걸
너희는 그날 처음으로 알게 되었지.
부엉이 할머니가 너희를 구해주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을 때의 눈물 섞인 웃음은
지금 생각해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단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꺾지 말고,
두려움이 느껴질 땐 혼자 가지 말고,
언제나 너희를 걱정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함께 나아가렴.
언제나 너희 곁에 마음으로 함께 있는
2045년의 배네 할머니가.
“모험은 용기에서 시작되지만, 사랑으로 완성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