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흔하디 흔한 소설을 써보자.
쇼오지는 도쿄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소설가였다. 수많은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사람들은 그를 공포 소설의 대가라 불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글은 더 이상 술술 나오지 않았다. 마감 앞에서 머뭇거리는 시간만 길어졌다. 그는 영감을 찾겠다는 핑계로 시골 마을로 내려와 있었다.
그런 그에게, 오랜만에 마치모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대학 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후배였다. 한때 개그맨을 꿈꿨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최근에는 방향을 잃은 듯 보였다.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선배님, 좋은 집을 하나 구했어요. 방도 두 개나 되고, 가격도 정말 싸더라고요.”
쇼오지는 미간을 좁혔다. “좋은 집이라니… 무슨 사연이라도 있나?”
“그게… 사실은 그 집에서 자살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헐값에 나온 모양이에요. 그런데 집 안에 13계단이 있는데, 사람들이 거기서 이상한 일을 겪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솔직히 조금 불안해서 선배님께 여쭤보려구요.”
싸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다. 쇼오지는 잠시 말을 잃었다. 흔한 괴담 같기도 했지만, 그 불길한 수치와 반복은 단순한 우연처럼 들리지 않았다. 소설가로서의 직감이 반응했다.
“그럼, 직접 가서 봐야겠군. 너 혼자라면 감당하기 힘들지도 모르지.”
마치모토는 안도의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요? 같이 와주신다면 든든하죠.”
쇼오지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늦가을의 마을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정원수들은 마치 가위로 똑같이 잘린 듯 정직하게 서 있었고, 바람조차도 억눌린 듯 불어오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단정한 풍경이었지만, 그 완벽함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그 집에, 그 계단에, 무언가 숨어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밤이 깊어가자, 집은 유난히 조용했다.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마저 잠잠해지자, 정적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마치 숨조차 삼켜버리는 듯한 고요였다.
쇼오지는 책상 위에 올려둔 원고 노트를 펼쳐놓고도 글자를 읽지 못했다. 시선을 따라다니는 건 페이지의 빈칸이 아니라, 집 안 어딘가에서 서서히 스며드는 알 수 없는 감각이었다. 공기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 감돌았다. 깔끔하고 정돈된 실내가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낡은 나무판자가 비명을 지르듯 삐걱 하고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 한가운데 놓인 13계단 쪽이었다. 소리는 단순히 오래된 집에서 날 법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의 발걸음 같았다.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소리.
쇼오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마치모토는 부엌에 서서 컵에 물을 따르고 있었다. 후배는 놀란 기색 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
“선배님, 또 삐걱대는 소리 들으셨어요? 이 정도면 그냥 오래된 집 탓이죠. 겁낼 필요 없어요.”
그는 일부러 가벼운 목소리를 냈지만, 그 안에 묘하게 섞여 있는 억지가 쇼오지의 귀에 걸렸다.
“아니, 단순한 삐걱거림이 아니었어. 누군가 내려오는 발소리 같았어.”
쇼오지는 한동안 계단을 바라보았다. 계단은 조용히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13번째 계단은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붉은 기운을 띠고 있었다. 그 빛깔은 오래전에 스며든 무언가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자국처럼 보였다.
쇼오지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밑에서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삐걱거림은 마치 집 자체의 숨소리 같았다. 마지막 계단에 이르자, 등 뒤로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
순간, 그는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건 단순히 낡은 집의 장난이 아니었다.
아침이 되자, 마치모토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집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 여긴 괜찮아요. 오히려 영감이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러나 쇼오지는 그 웃음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어긋남을 느꼈다. 말은 낙천적이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무언가 묘한 불안이 깃들어 있었다.
쇼오지는 다시 계단을 바라보았다. 햇살 속에서도 마지막 13번째 계단은 붉은빛을 품은 채, 밤의 기억을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집은 기묘한 침묵에 잠겼다. 그 고요함 속에서, 쇼오지는 어쩐지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담배를 피우며 집 밖을 둘러보다가, 옆집 정원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한 노인을 보았다. 은퇴한 정신과 의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흰 머리칼에 깔끔하게 다려진 셔츠, 구부정하지만 기품 있는 자세. 겉보기에는 평범한 노인이었다. 그러나 쇼오지는 그 순간, 이유 없는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노인의 눈빛 때문이었다.
짧게 마주친 그 눈은 이상하게 너무 깊고 날카로워, 마치 쇼오지의 마음속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좋은 아침이오.”
노인은 잔잔한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 알 수 없는 단단함이 숨어 있었다.
“아… 네, 좋은 아침입니다.”
쇼오지는 어색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피했다. 단순한 인사 한마디에 심장이 빨리 뛰는 이유를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정원은 놀라울 만큼 정갈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잔디는 군더더기 없이 다듬어져 있었고, 나무들은 마치 줄지어 선 병사들처럼 똑같은 각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완벽한 질서가 오히려 더 기괴하게 느껴졌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인간의 손길 같지 않은 정돈이었다.
마치모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선배님, 저분이 바로 옆집에 사는 분이에요. 은퇴한 정신과 의사라네요. 친절하시다던데요.”
그러나 쇼오지는 여전히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왜 이런 시골 마을에 혼자 살고 있는 걸까. 도시에서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그가 담장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쇼오지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노인이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창문 너머로 잠시 번뜩이는 낯선 그림자가 스쳐갔다. 사람인지, 물건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쇼오지는 담배를 비벼 끄며 중얼거렸다.
“겉보기엔 평범한데… 저 사람, 뭔가 숨기고 있어.”
쇼오지는 집에 머무는 동안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이유 없는 피로와 통증이 쌓여갔다. 낮에는 버틸 만했으나, 밤만 되면 목덜미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는 듯했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마치 누군가가 그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감각이 엄습했다. 특히 13계단을 오를 때면 발밑이 꺼지는 듯한 기묘한 떨림과 삐걱거림이 울려 퍼졌다. 그 마지막, 붉은 기운이 배어 있는 듯한 13번째 계단은 그를 유난히 불안하게 했다.
“마치모토… 이 집, 뭔가 이상하다.”
쇼오지는 참다 못해 입을 열었다. “몸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 단순한 피곤이 아니야. 계단을 오를 때마다 무언가 붙어 있는 듯한 기운이 느껴져.”
마치모토는 애써 웃음을 지었다.
“선배님,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닐까요?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그냥… 시골집 특유의 삐걱거림 같은 거 아닐까요?”
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쇼오지의 귓가에는 다르게 울렸다. 괜찮아요라는 말이 오히려 여긴 안전하지 않다는 은밀한 암시처럼 들렸다.
며칠 뒤, 쇼오지는 의도치 않게 옆집 노인을 마주쳤다. 노인은 은퇴한 정신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공손하게 인사했다. 그는 연약해 보였으나, 눈빛은 지나치게 맑고 날카로워 쇼오지의 마음속까지 꿰뚫어보는 듯했다.
“여기선 다들 조용히 지냅니다. 생각이 깊어지고, 때로는… 너무 깊어져서 빠져나오기 힘들 때도 있지요.”
노인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말 속에는 알 수 없는 섬뜩한 울림이 스며 있었다.
그의 집은 겉보기에 흠잡을 데 없었다. 정원은 잘 다듬어져 있었고, 내부는 병실처럼 깔끔하고 정돈돼 있었다. 그러나 그 완벽함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책장에는 오래된 의학서적과 심리학 논문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는데, 지나치게 먼지가 없다는 점이 쇼오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창가에는 오래된 흑백 사진이 하나 놓여 있었다. 흐릿하게 웃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계단 앞에 서 있는 한 아이가 유난히 또렷하게 보였다. 쇼오지는 그 사진에서 이상하게 낯익은 기운을 느꼈다.
저 아이… 왜 저 계단 앞에 서 있는 걸까? 그리고 왜 사진 속에서 나만 바라보는 것 같지?
노인의 집을 나온 뒤에도 불길한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집은 너무나도 깔끔했지만, 그 속에 살아 있는 듯한 위화감이 있었다. 마치 모든 물건이 인위적으로 배치된 세트장 같았고, 그 안에서 노인은 친절한 안내인처럼 굴었지만, 눈빛만은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쇼오지는 뒤에서 시선이 따라오는 듯한 감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정원 나무 사이 어둠 속에서, 방금 본 흑백 사진 속 아이가 서 있는 듯한 환영이 스쳤다.
쇼오지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 노인, 단순히 은퇴한 의사가 아니야. 뭔가… 이 집과, 저 계단과, 오래된 자살 사건과 연결돼 있어.”
하지만 마치모토에게는 차마 이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후배의 안도하는 얼굴에 더 큰 두려움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속으로 결심했다.
더 파고들어야 한다. 이 집의 비밀, 그리고 그 노인의 과거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5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