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그릇의 물, 두 개의 영혼
네 손에 들린 그 물 한 잔을 생각해 본 적 있나. 그저 갈증을 해소하는 액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지. 하지만 모든 것이 메마른 세상에서 그 물은 권력이 되고, 신념이 되며, 한 인간의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오늘 밤, 그 거울 속에서 너는 무엇을 보게 될까.
권력의 목욕물 • Mad Max: Fury Road (George Miller)
한 사내가 있다. 그는 황무지의 지배자다. 그의 발아래, 갈라진 대지처럼 타들어 가는 입술로 수많은 이들이 그를 우러러본다. 그들은 물을 갈구한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 사내는 거대한 수문을 열어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로 그들의 복종을 확인한다. 잠깐의 환희, 그리고 이어지는 긴 갈증. 그것이 그의 통치 방식이다.
그가 사는 곳은 물이 넘쳐흐른다. 그는 깨끗하고 귀한 물로 몸을 씻는다. 그의 몸을 씻어낸 물은 더러워졌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생명과도 같다. 하지만 그는 그 물을 그냥 버린다. 아니, 버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과시한다. 그에게 물은 생명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쥐고 흔드는 도구일 뿐이다. 그는 풍요 속에서 자신의 영혼을 익사시킨다. 그에게 자비란 경멸과 동의어이며, 나눔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리석음이다.
존엄의 세숫물• Man’s Search for Meaning (Viktor Frankl)
여기 다른 사내가 있다. 그는 모든 것을 빼앗겼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매일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잠든다. 그가 있는 곳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더럽다. 한 조각의 빵이 하루의 전부이며, 흙탕물 같은 멀건 수프가 유일한 식사다.
어느 추운 새벽, 그는 얼음장 같은 세숫물 한 모금을 얻는다. 마시기에도 부족한, 흙과 오물이 섞인 물이다. 하지만 그는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 대신 날카로운 유리 조각으로 밤새 자란 수염을 깎는다. 꽁꽁 언 뺨이 베이고 피가 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이 행위는 단순한 위생 관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간이다’라는 마지막 저항이다. 그는 비참한 현실에 자신을 내맡기기를 거부한다. 한 모금의 더러운 물로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다. 그에게 물은 생존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태도를 선택하는 마지막 자유의 상징이다.
그리고, 당신의 물
이제 거울을 보라. 너의 세상은 사막도, 수용소도 아닐 것이다. 너의 손에는 시간, 지식, 돈, 애정이라는 자원이 들려 있을 테지. 너는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너에게 남는 것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너의 '목욕물'을 그냥 버리는가, 아니면 그 물이 간절한 누군가를 위해 남겨두는가. 너의 '세숫물'이 아무리 더럽고 초라할지라도, 그것으로 자신의 내면을 단정히 하려 애쓰는가.
진정한 공포는 저 괴물과 내가 다르다고 확신하는 그 오만에서 시작된다. 권력의 맛을 본 순간, 풍요에 익숙해진 순간, 우리는 누구든 첫 번째 사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잃은 절망의 순간에도 우리는 두 번째 사내처럼 자신의 존엄을 선택할 수 있다.
네가 가진 그 자원으로, 너는 익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존엄하게 일어서고 있는가. 선택은 언제나 너의 몫이다. 그 물그릇에 비친 네 영혼의 민낯을 직시하라.
소스 출처 명시
• Mad Max: Fury Road (George Miller)
• Man’s Search for Meaning (Viktor Fran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