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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교회의 속삭임

무너진 교회의 속삭임


전쟁의 불길이 교회를 집어삼킨 뒤, 황혼은 붉고 무겁게 내려앉았다. 십자가는 부러진 채 잿더미 속에 반쯤 묻혀 있었고, 종탑은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불길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기둥 틈새에서 솟구치는 화염이 마치 마지막까지 인간의 죄와 고통을 증언하는 듯했다.


그 폐허의 한가운데, 어린 수녀가 홀로 서 있었다. 그녀의 망토는 바람에 휘날리고, 희미한 불빛 속에 드리운 그림자는 작고도 위태로웠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흔들림보다 깊은 결단이 깃들어 있었다. 카메라는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떨리는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기도를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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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연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장 어두운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메시지가 도래하는 순간이다.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이 온다."

나는 무너진 교회 앞에 홀로 서 있었다. 불길이 여전히 타오르는 잔해 속에서, 종탑은 침묵했다. 전쟁의 포화가 모든 것을 삼켰고, 신도들은 흩어졌다. 내 손은 떨렸지만, 입술은 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주여, 자비를..."


죄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과거의 실수, 용서받지 못한 벌. 이 불길은 내 영혼의 반영인가? 심연 속에서, 나는 구원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어둠이 깊을수록, 변화의 빛이 가까워진다는 그 말처럼.

갑자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죄를 저지른 자들, 벌을 피하려는 나 같은 자. 하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이 어두운 순간에, 빛이 올 테니까.


2
"스스로의 잘못보다 더 큰 참회에 잠긴 자들을 어찌 벌할 수 있겠는가? 참회야말로 그대들이 섬기고자 하는 바로 그 법이 내리는 심판이 아니겠는가?"

무너진 교회 앞, 불길이 잦아드는 가운데 나는 무릎을 꿇었다. 신의 이름이 입에서 떠나지 않았다.


"주여..."


전쟁의 흔적이 내 죄를 비추었다. 내가 저지른 실수,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내 영혼을 찢었다. 가까이에서 적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들은 나를 찾아왔을까? 하지만 나는 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내 참회는 이미 나를 심판하고 있었다. 눈물이 흘렀고, 그 눈물 속에서 나는 신의 법을 느꼈다. 벌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이 내려준 구원이었다.

불꽃이 꺼지며 조용함이 찾아왔다. 나는 일어나 잔해를 바라보았다. 참회하는 자에게는 더 이상 벌이 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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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간의 죄는 우리 영혼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다. 우리 모두는 이미 저지른 죄, 혹은 영혼이 저지르기를 간청하는 죄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무너진 교회 앞, 불길이 잦아든 밤 11시가 지나고 있었다. 나는 잔해 속에 서서 신의 이름을 속삭였다.


"주여, 저를 구원하소서..."


전쟁은 끝났지만, 내 안의 전쟁은 계속되었다. 과거의 죄, 그리고 아직 저지르지 않은 죄의 유혹이 영혼 깊숙이 뿌리내렸다. 내 손은 떨렸다.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 그리고 분노로 적을 저주하고 싶었던 마음. 그 죄는 내 안에 살아 있었다. 불빛 속에서 그림자가 흔들렸지만,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 영혼이 이미 심판을 받고 있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나는 조용히 기도했다. 죄를 품은 채 살아가는 이 순간이, 나를 구원으로 이끌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불길은 마침내 잦아들고, 교회는 적막 속에 잠겼다. 잔해 위로 내리는 잿빛 눈송이 같은 재가 천천히 내려앉으며, 전쟁의 소리를 덮어버렸다. 소녀의 무릎은 흙과 재에 젖어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카메라는 잿더미 위에서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며, 불타 무너진 교회와 그 앞에 홀로 선 수녀의 실루엣을 보여준다. 침묵의 공간 속에서, 그녀의 기도는 더 이상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둠을 가르는 속삭임, 그리고 새로운 여정의 서곡이었다.


1. 조지프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2. 칼릴 지브란, 『예언자』

3.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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