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1-3) 오뎅 한 조각

단편 ― 오뎅 한 조각

분식집 안은 늘 붉은 국물 냄새와 기름 튀는 소리로 가득했다. 저녁 무렵이면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좁은 가게가 금세 북적였다. 그 남자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메뉴를 시켰다. 떡볶이, 순대, 튀김. 그리고 늘 오뎅을 추가했다. 아줌마는 국물 담긴 그릇을 건네주면서 또 툴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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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또 남기는 거야? 한 조각 남겨서 뭐 하려고?”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웃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붉은 국물 위에 덩그러니 떠 있는 오뎅 한 조각. 그것만 남기고 그는 늘 자리를 떴다.


몇 해 전, 가게가 막 문을 열었을 때였다.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우산도 없이 뛰어 들어온 남자는 흠뻑 젖어 눈치만 보며 구석에 앉았다. 그때 창가에 앉아 있던 여자가 피식 웃더니 손을 흔들었다.


“야, 이거 가져가. 나 우산 두 개야.”


남자는 얼떨결에 우산을 건네받았다. 젖은 머리칼 사이로 얼굴이 붉어졌다.


“…고, 고마워요.”


그녀는 떡볶이를 집어 먹으며 싱긋 웃었다.


“찌질하긴. 근데 귀엽다.”


그날 이후, 둘은 자주 마주쳤다. 여자는 남자의 번호를 강제로 찍어주며 “다음에 또 보자” 했다.


둘은 늘 엇박자였다. 남자는 순수하고, 말주변 없고, 늘 머뭇거렸다. 여자는 거칠고 솔직했다. 노래방에서 담배를 빌려 피우다 주인에게 쫓겨나도, 길거리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도, 그녀는 껄껄 웃었다.

남자는 늘 당황스러웠지만, 이상하게도 끌렸다. 그녀와 있으면 세상이 조금은 환해졌다.


“야, 넌 왜 맨날 그렇게 눈치만 봐? 말 좀 시원하게 해.”


그녀가 웃으며 말하면, 그는 얼굴이 붉어져 아무 말도 못했다.


그녀는 그런 모습이 우습다는 듯 자꾸 더 놀려댔다.


어느 날 밤, 그녀가 동네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었다. 담배를 빌려 달라던 남자들과 욕설이 오가더니, 위협적인 분위기가 번졌다. 남자는 벌벌 떨면서도 그녀 앞을 막아섰다.


“그, 그만하세요!”


주먹이 날아왔다. 그는 맞았다. 또 맞았다. 눈이 퉁퉁 붓고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친구들이 끼어들어 상황은 겨우 마무리됐다.


그녀는 얼룩진 화장을 거칠게 닦으며 웃었다.


“야, 너 의외다? 완전 멋있는데?”


그 순간, 남자의 눈에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처럼 보였다.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 교통사고였다.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 웃음 많던 그녀는, 더는 세상에 없었다.


남자는 망연자실해 분식집 앞 전봇대에 붙은 부고 종이를 바라봤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그 후로도 남자는 분식집을 찾았다. 늘 같은 자리, 같은 메뉴.


그리고 마지막에 오뎅 한 조각을 덜어냈다. 그녀가 늘 집어 먹던 마지막 한 입.

아줌마는 오늘도 투덜거렸다.


“또 남겼네. 그냥 다 먹지.”


남자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냥 버리세요. 그 사람 몫이에요.”


붉은 국물 속에서 떠다니는 오뎅 한 조각.


그건 남자에게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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