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1-5) 다시, 마지막 오뎅 한 그릇

단편 ― 마지막 오뎅 한 그릇

지훈의 집 안은 원고와 종이로 뒤덮여 있었다.


벽에는 신문 스크랩이 붙어 있었고, 책상 위에는 타자기로 쳐낸 원고 뭉치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진호는 그 속에서 자신이 썼던 문장을 보았다.

밤새워 적었던 구절, 그녀와의 추억을 담아 쓴 대사가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내 글을… 훔쳤던 거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진호는 몸을 돌렸다.

지훈이 문가에 서 있었다.


“네가 쓴 게 아니잖아. 이건 내 글이야.”


진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분노로 가득했다.


지훈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네가 글을 썼다고? 웃기지 마. 세상은 내 이름을 기억해. 너 같은 무명은 영원히 그림자야.”


그 말에 진호의 시야가 흔들렸다.

분식집에서 오뎅 한 조각을 남기며 버텨왔던 세월, 잃어버린 여자친구의 기억, 출판사 사장의 모멸적인 말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순간, 두 사람은 뒤엉켰다.


책상이 넘어가고 원고지가 허공에 흩날렸다.

신문 스크랩이 찢겨 바닥에 나뒹굴었다.


지훈은 진호의 멱살을 움켜쥐고 밀어붙였다.

“넌 사랑도 못 지켰고, 글도 못 지켰어. 넌 아무것도 아니야.”


진호의 눈이 흔들렸다.

순간의 충동, 밀쳐낸 손길.


쿵—!


지훈의 몸이 탁자 모서리에 부딪히며 쓰러졌다.

바닥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붉은 얼룩이 번지며, 흩어진 원고 위에 그녀의 이름이 젖어 들었다.


진호는 멍하니 서 있었다.

손끝이 떨렸고, 입술이 바짝 말랐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는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

밤거리는 싸늘했고,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이 울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며칠 뒤, 분식집.

진호는 구석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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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순대, 튀김, 그리고 오뎅 한 그릇을 시켰다.


그는 말없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붉은 국물 위에 오뎅 한 조각이 남겨져 있었다.

그것은 여자친구의 몫이자, 이제는 그의 죄의 증거였다.


진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분식집을 나섰다.

문 위의 종소리가 짧게 울리고, 그의 뒷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진호를 본 사람은 없었다.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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