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8일 일요일.
세상에 남은 마지막 지혜들은 저에게 어떤 사람으로 살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이 책들은 광활하고 때로는 부조리한 우주를 항해하는 고독한 여행자로서의 삶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세상이 거대한 우주적 계획의 일부일 뿐이며, 그마저도 관료주의와 우연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서 덴트는 어느 날 갑자기 집이 철거되고 지구가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을 겪으며 은하계를 떠돕니다.
『어린 왕자』 역시 작은 별을 떠나 여러 행성을 여행하며 ‘중요한 일’에 매달린 어른들을 만납니다.
이들의 여정은 목적지를 모른 채 표류하는 현대인의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성공, 명예, 부와 같은 외부의 ‘정답’을 찾아 헤매지만, 『히치하이커』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42’라는 무의미한 숫자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 그 자체입니다. 결국, 세상이 제시하는 목표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본질적인 질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혼란스러운 여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붙들어야 할까요?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는 키클롭스와 세이렌 같은 수많은 위협과 유혹을 이겨내며 고향을 향합니다. 그의 여정은 외부 세계와의 싸움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명상록』**은 한 걸음 더 들어가 말합니다.
진짜 괴물은 바깥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 있다고.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판단’이라는 것이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 어떤 곳보다 평온하고 소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자신의 영혼 속이다.”
삶이라는 항해에서 만나는 괴물들은 결국 우리가 겪는 고난과 역경이며, 그것을 이겨내는 힘은 외부에 맞서는 용기와 더불어 내면을 다스리는 지혜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여정의 의미는 어디에 있을까요?
**『어린 왕자』**는 여우의 목소리로 답을 줍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단다.”
수천 송이 장미가 아니라, 내가 물을 주고 시간을 쏟아 ‘길들인’ 단 한 송이가 소중해지는 이유. 그것은 관계와 책임 때문입니다.
오디세우스가 그토록 돌아가려 했던 ‘고향’도 단순한 땅이 아니라, 아내 페넬로페이아와 아들 텔레마코스와의 관계와 책임이 얽힌 자리였습니다.
『명상록』 역시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우리의 본성은 결국 서로를 돌보고, 역할을 다하는 데 있다는 것이죠.
만약 이 책들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지혜라면, 저는 거대한 해답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가 되기보다, 내 작은 행성의 정원사가 되는 삶을 택해야 할 것입니다.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유머처럼 삶의 부조리에 “당황하지 않고(Don’t Panic)”,
『명상록』의 가르침처럼 외부 사건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요새”**를 세우며,
『오디세이아』의 오디세우스처럼 끈질기게 나의 길을 걷되,
그 길의 목적이 『어린 왕자』의 장미처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할 소중한 것을 지키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이 책들은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길들여라. 책임져라. 그리고 너의 내면을 다스려라.
그러면 너의 작은 세상이 곧 너의 우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