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의 보이지 않는 감옥

공포.jpg 진짜 공포는 이성적인 인간이 어떻게 비이성적인 시스템의 함정에 빠지는가에 있다.


너는 스스로를 이성적이라 믿는다. 주어진 정보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며,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네가 살아가는 세상 자체가 거대한 심리적 함정이라면 어떨까. 너의 모든 행동과 생각이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의해 설계되고 있다면.


조지 오웰의 소설 속 윈스턴을 보라 . 그는 빅 브라더의 눈이 그려진 포스터와 어디에나 존재하는 텔레스크린의 감시 아래 살아간다.... 그의 세상에서 당의 슬로건—"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은 모순이 아니라 진리다. 이것은 단순한 물리적 통제가 아니다. 모든 공간에 설치된 명백한 신호(cue)를 통해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정교한 환경 설계다.... 체제에 순응하라는 신호는 너무나 명백해서8 저항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된다9. 너의 주변을 둘러보라. 너의 행동을 유도하는 보이지 않는 신호는 없는가?


시스템의 진짜 힘은 그것이 우리의 내면으로 파고들 때 발휘된다. 매일 반복되는 ‘2분 증오’ 시간을 생각해 보라. 스크린에 나타난 당의 적을 향해 모두가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는 의식이다. 이성적인 윈스턴조차 이 집단적 광기를 피하지 못한다. 그는 증오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함께 소리친다고 느낀다.


이것이 바로 습관이 매력적일 때 벌어지는 일이다. 집단에 소속되고 싶다는 인간의 깊은 욕망, 즉 사회적 규범을 따르려는 끌림은 저항하기 어렵다. 모두가 증오할 때 침묵하는 것은 고립을 의미하고, 고립은 곧 죽음이다. 시스템은 증오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그 감정적 해소를 즉각적인 보상으로 제공한다. 반면, 윈스턴이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이성적 저항은 고독하고, 발각될 경우의 처벌이 명확하기에 고통스럽고 불만족스럽다. 행동의 결과가 즉시 만족스러우면 반복되고, 고통스러우면 회피된다. 시스템은 비이성을 따르는 습관을 달콤하게 만든다.


이제 너의 이야기다. 너는 윈스턴처럼 극단적인 통제 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고 안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의 습관을 형성하는 시스템은 더욱 교묘하게 작동한다. 습관은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야" 혹은 "나는 원래 숫자에 약해"와 같은 믿음은 과거 행동의 반복이 만들어 낸 이야기일 뿐이다. 이 정체성은 너를 특정 행동의 틀 안에 가두고, 그 틀을 벗어나는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된다.


너의 텔레스크린은 무엇인가? 무의식적으로 스크롤하는 스마트폰인가, 아니면 "다들 그렇게 살아"라고 속삭이는 사회적 통념인가? 너의 ‘2분 증오’는 무엇인가? 특정 집단을 향한 맹목적인 비난에 동참하며 소속감을 느끼는 순간인가? 나쁜 습관은 당신이 그것을 원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바꾸기 위한 잘못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복된다.


변화는 거창한 목표가 아닌, 아주 작은 습관들의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현재의 습관을 자각하는 것이다. 윈스턴이 일기장을 펼친 행위는 거대한 체제에 맞선 1퍼센트의 반항이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기록함으로써, 통제된 현실 속에서 ‘생각하는 존재’라는 정체성을 지키려 했다.


그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성적인 인간을 비이성적인 함정에 빠뜨리는 시스템의 존재를 그가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너의 차례다. 너를 둘러싼 시스템의 실체를 파악하고, 너를 파괴하는 습관의 고리를 끊어낼 아주 작은 행동을 시작할 수 있는가? 아니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시스템이 원하는 모습으로 조각나 버릴 것인가. 그 선택의 결과는 오직 너만이 알게 될 것이다.


--------------------------------------------------------------------------------

출처

• 1984 (George Orwell)

• Atomic Habits (James Clea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기록, 내일의 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