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의 글 중 9번째 글
우주를 여행하는 어린왕자의 오디세이아 명상록
부제: 행운과 실력 ― 우주의 주사위를 던지며
[프롤로그]
어린 왕자는 오늘도 우주를 여행하며 명상에 잠깁니다.
그의 곁에는 네 권의 책이 놓여 있습니다. 『명상록』, 『오디세이아』, 『어린 왕자』, 그리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 책들은 인공지능들이 저마다 추천해 준, 세상에 남겨진 지혜의 책들입니다. 시리즈 전체 보기
[본론]
내가 내 장미를 돌보는 이 작은 노력이 정말 내 힘으로만 이루어진 걸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우주의 거대한 주사위가 나를 스쳐 간 걸까? 현명한 황제 아저씨는 **“운명으로부터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어. 우리가 ‘운’이라 부르는 것조차 이미 커다란 우주의 질서 속에 짜여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나의 노력은 무슨 의미일까? 그는 대답 대신, 우리 안에 있는 ‘지배하는 부분’, 즉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알려주었어. 결국 내가 바꿀 수 없는 운명에 흔들리지 않고,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옳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운명을 넘어서는 나만의 기술인지도 몰라.
하지만 때로 우주의 질서는 너무나 거칠게 다가와. 오디세우스 아저씨처럼 말이야. 그는 별자리를 보며 항해하는 기술을 가졌지만, 성난 바다라는 거대한 운명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지. 뗏목이 부서지고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바다의 여신이 **“불멸의 두건”**이라는 행운을 던져주었어. 하지만 그는 그것이 또 다른 **“속임수”**일지 모른다며 의심했대. 거대한 운명의 폭풍 속에서도, 행운에 기대기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의지를 믿는 것. 그것이 오디세우스 아저씨가 가진 진짜 실력이었어.
어떤 우주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 차 있기도 해. 아서 덴트라는 아저씨는 지구가 사라지는 순간, “완전히 경악스러운 우연의 일치” 덕분에 살아남았대. 그의 실력이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터무니없는 행운이었지. 그의 안내서에 쓰인 **“당황하지 말 것(Don't Panic)”**이라는 말처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그저 혼란에 빠지지 않고 평온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라.
[프롤로그]
나는 내가 잘해서 성공한 걸까, 아니면 단지 행운이었을까?
작고 조용한 나의 별 B-612 위에서, 나는 이 질문을 홀로 되뇌었다.
저 거대한 우주의 질서 속에서, 내 장미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준 나의 노력이 과연 전부였을까,
아니면 단지 운명이라는 거대한 주사위가 나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었을까?
1. 『명상록』 ― 운명과 섭리의 얽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운명으로부터 오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분리되거나 섭리에 의해 질서 지어진 것들과 얽힘과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운명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우주의 질서가 만들어낸 정교한 짜임이다.
어린왕자는 생각한다.
만약 모든 것이 이미 우주의 섭리에 따라 결정되어 있다면, 나의 노력은 어디에 의미가 있을까?
황제는 대답한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 몫으로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자신의 정당한 행동과 자비로운 마음에 만족한다.”
즉,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운’을 탓하기보다, 우리의 이성(ruling part) 안에서 행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운명 위에 설 수 있는 내면의 기술이다.
2. 『오디세이아』 ― 폭풍 속의 항해와 기술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는 포세이돈의 분노를 짊어진 채 끝없는 항해를 떠났다.
여신 칼립소는 그에게 말했다.
“오리온에게 등을 돌리고, 큰곰자리를 왼편에 두고 항해하라.”
그는 별자리를 따라가며 폭풍을 견뎌냈다.
그러나 포세이돈이 다시 바다를 뒤집을 때, 그는 뗏목을 붙잡고도 죽음을 직감했다.
그 순간, 바다의 여신 레우코테아가 던진 불멸의 두건을 받고도 의심했다.
그는 운명에 기대지 않았다.
끝내 그를 살린 것은 신의 구원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 그리고 의지였다.
어린왕자는 깨닫는다.
행운은 찾아올 수도 있지만, 준비된 기술만이 그것을 붙잡는다.
3.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 부조리한 우주 속의 유머
아서 덴트는 지구가 파괴되는 순간, 무한 불가능성 추진기라는 말도 안 되는 장치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의 생존은 실력도, 의지도 아닌 순수한 불가능성의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오늘 아침 책을 읽으려 했을 뿐인데, 지금은 지구의 잔해에서 6광년 떨어져 있다.”
그의 태도는 냉소가 아닌 평정이었다.
우주의 광대한 부조리 속에서도 그가 배운 유일한 기술은,
“Don’t Panic.”
실력과 운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간이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품위는
당황하지 않는 마음이다.
4. 별빛 아래의 결론 ― 나의 주사위
마르쿠스는 이성을, 오디세우스는 기술을, 아서 덴트는 유머를 가르쳐 주었다.
운이란 내가 이해하지 못한 우주의 질서일지도 모른다.
그 질서가 섭리이든, 부조리이든, 내가 던질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나 자신의 순수한 행동과 의지뿐이다.
별빛이 쏟아지는 밤이면, 나는 오늘도 조용히 주사위를 던진다.
“행운은 우주의 주사위가 던져진 결과이지만, 실력은 그 주사위를 받아들이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