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누군가가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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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살을 에이는 추위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끝없이 펼쳐진 산능성이의 눈밭. 에베레스트 산은 저리가라 할만큼 높은 고산지대에 있는 곳이다. 두껍게 여러겹 겹쳐입은 옷으로도 영하의 추위는 감당할 수가 없다. 살들은 얼다 못해 불어터져 손과 발의 감각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허리까지 차올라 푹푹 빠지는 눈에 젖은 옷에 몸은 천근만근하다. 음식은 언제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숨은 가빠져 오고 쏟아지는 눈 폭풍에 조금도 눈을 뜰 수가 없지만 가야만 한다. 이젠, 뒤돌아 갈 수 없다. 그런데도 고난의 길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눈밭을 어렵게 헤쳐가는 사이. 앞에 누군가가 한발한발 디디며 조금씩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보니 그는 묵묵히 나보다 더 어렵게 고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노쇠해 보이는 그는 호흡을 가빠하고 있었다. 이제보니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덕분에 가는 길이 조금 더 쉬웠는지도 모른다.


그의 등이 내 손에 닿을라 치면 저 멀리 나아가있었다. 그는 한번도 뒤 돌아 보지 않았다. 잠시 눈 앞 폭풍이 잠잠해 졌을때, 정체가 드러났고 내게 등을 드러냈다.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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