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

장미의 욕망

무념무상..

모두가 취한 저녁, 은은한 달빛이 거리의 어두운 구석을 비출 때. 사람들 사이로 걷는 여자가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멋진 장면처럼 유유히 걷는 그녀의 주위 사람들은 슬로우 비디오라도 틀어놓은듯 느릿한 모습이다. 잘못 본 것인지 두 눈을 문지르고 보지만 신기한 광경은 그대로다.

작고 아담한 키의 하얀 피부를 가진 그녀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 우아한 각선미를 뽐내고 있기에 눈길이 자꾸만 쏠릴 수 밖에 없었다. 하얗고 새끈한 다리 위로 새겨진 붉은색 장미는 오른쪽 다리의 발목에서 허벅지까지 그대로 이어져 그야말로 가관이다. 발목의 장미 넝쿨로 시작해서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녀의 하얀 얼굴 위로 붉은 입술에서 멈춰지게 되는데, 넋을 놓고 그녀얼굴과 마주치게 되기라도 하면 옅은 미소를 마주하게 된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살인 미소란 말인가? 그녀를 갖고 싶다는 내 안의 욕망이 고개를 쳐들 때면 ‘그녀와 함께라면 곧 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악마의 속삭임마져 들리는 것 같다. 허벅지의 붉은 장미는 지옥의 문을 열었던 선악과의 색과 같은 것이었던가.

장미는 소유하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장미에게도 나에게도 이득임을 상기하며 잠시의 황홀경에서 빠져 나올 때 그녀가 손을 내민다.

‘XX BAR에요. 놀러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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