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점점 사라져 갔다.

속닥속닥...

“휴지 있으세요?”

“어머 한장 남았는데”

지하철 옆자리 두 아가씨의 대화가 심상치 않다. 졸고 있던 나는 그 소리가 무척이나 신경 쓰인다. ‘맞다 내게 물티슈가 있었지’ 결국 나도 모르게 가방을 뒤진다. 이럴땐 지난번 길에서 나눠주던걸 받아두길 참 잘한것 같아 기분이 좋다. 받을땐 이걸 어따 써 했었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가방 안을 한참 찾아도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가방 안에 뒀는데..

“손 선풍기라도 쓰실래요? 이걸로 말리시면..”

대화를 들으니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휴지가 없으나 대처할 방법이 없나보다. 그냥 흘려듣기엔 마음이 불편해진다. 나들이 하는 아가씨의 하얀치마의 얼룩이 웬말인가 싶다. 손선풍기로 말린다는 어처구니 없는 둘의 농담이 무척 안쓰러웠다. 그래서 더욱더 내가 할수 있는걸 해주고 싶었나 보다.

‘찾았다!’

이것저것 들어있는 물품들이 들쑥날쑥 하니 물티슈를 찾을 수가 없다. 마음이 급하니 더 보이지 않는다. 가방을 정리해야 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가방 구석에 숨겨져 있던 물티슈가 고개를 빼꼼이 내민다. 오랫만의 친구를 만나기라도 한듯 기쁨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일단 안젖어있나 확인을 해본다. 휴지가 다행히 젖어있다. 가끔 오래된 물티슈는 말라비틀어져 민망할 때가 있다. 그런 마른 물티슈를 줬다면 안주는게 나을거다.

‘안 받으면 어떻게 하지? 거절하면 이 부끄러운 손은 어떻게 거두나? 괜한 참견일까?’

이까짓게 뭐라고 가슴이 콩닥콩닥 한다.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하다. 대부분 부정적 생각들이라 안타깝다. 심호흡을 깊게 들이 마신다. 고개는 정면을 응시한 채 무심한척 물티슈를 내민다. 살짝 민망하다고 느끼지만 민첩한 손동작과 최대한 공손하려고 애쓴다. 무심하지만 배려깊은 느낌이 전달되는게 포인트다. 내 얼굴에 실망할지 모르니 되도록 시선은 마주치지 않도록 아가씨쪽은 보지 않는다. 그래, 츤데래라는 표현이 있지. 딱 고 모양새다.

“어멋. 감사합니다”

예상치 못한 옆 남자의 반응에 놀란 그녀는 고마워 하면서도 한마디 건넨다.

“한 장만 주셔도 되는데”

나는 기다렸다는 듯 허공을 쳐다보며 한마디 툭 던진다.

“가지세요”

뭔가 되게 멋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처리가 끝난 그녀를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 필요할때 도움주는 것만큼 인정받는 일이 또 있을까? 그렇게 깨끗이 처리를 한 후 10분쯤 우리는 아무말없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 곧 내리는 그녀가 내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아깐 고마웠어요”

“별말씀을요”

내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되뇌인다.

‘시간 있어요? 커피 한잔 할래요?’

그녀가 사라져가는 동안 내 목소리도 점점 작아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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