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동안 모자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하철 문이 열리자, 엄마와 아들로 보이는 사람 두 명이 탔다. 60대 정도 되는 어머니와 30대 후반정도 되는 남자. 자세히 보니 남자는 지체장애가 있어 몸을 가누기가 어려워 보였다. 뒤뚱뒤뚱 조금씩 걸어가는 남자. 지하철의 한쪽 구석에 있던 내 옆으로 두 모자는 섰다.
"어머니 앉으세요"
아들의 안내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기어코 아들을 노약자석에 앉혔다. 내가 보기에도 아들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것처럼 보였다. 기댈 곳이 필요하지만 어머니를 위한 배려였다. 노약자석에 자리를 잡은 아들과 그 곁을 지키는 어머니. 노약자 석에 앉기엔 위치가 거꾸로 된 것 같지만 어머니의 모정을 아들이 어찌 감당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다음 역에 지하철 문이 열리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세 명이 들어왔다. 남자 노인 한명과 여자 노인 두명이었다. 노약자 석 3자리 중 두자리에 노인 두명은 얼른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자리를 못잡아 불편한 기색의 노인은 몸이 불편한 젊은 남자 앞에 섰다.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이 서서 가야지"
먼저 자리를 잡은 노인이 서 있는 노인에게 미안해서 그런건지 젊은이를 들으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껄껄 웃으면서 농담을 건냈다. 옆의 젊은 남자를 훑어보면서 말이다. 그러자 서 있던 노인은 '다리가 아프다'며 기어코 엉덩이를 디밀어 남자를 구석으로 밀어내듯 자리를 잡고 말았다. 그렇게 3명의 자리에 4명이 앉아서 가는 동안 어색함이 흘러갔다.
"어디까지 가슈? 우린 교대까지 가요."
노인들은 보다 큰 목소리로 자기들끼리 선문답을 하기 시작했다. 누구 들으라는 것인지 모르지만 굳이 긴 목적지를 다시한번 상기 시켜주기 시작했다.
젊은 남자의 어머니는 그 모습을 쭈욱 지켜보고 있었다. 입술을 굳게 닫은 채. 그렇게 시간이 지나 내릴 역이 오자. 젊은이는 어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내리는 동안 모자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