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 발표에 도와주실 수 있나요? 저희 아이와 친구가 발표를 하기로 했는데, 노래를 하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어머니는 마음이 다급해 보였습니다. 노래를 하기로 해서 한번 들어 보았더니 도저히 학예회 발표로 설 수 없을것 같다는 겁니다. 학예회는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좋은 발표를 하는게 목적이라는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부모님은 멋지고 좋은 발표를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는 무엇이죠?"
이번 개인지도는 저에게는 커다른 숙제와도 같았습니다. 보통 마술도구와 음악은 제 마음대로 선정하기 때문에 제게도 가장 익숙한 노래와 도구를 쓰는 편인데 이번은 달랐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를 배경으로 하면 그동안 연습한 노래도 살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을 하기전 노래를 찾아 들어봤습니다. 노래는 외국 드라마 주제곡인데 저에게는 매우 생소했습니다. 노래의 비트도 생소하고...저의 고민은 깊어만 갔습니다.
수업을 위해 집으로 찾아간 날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도구가 비에 젖을 새라 가슴에 품고서는 집앞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자 하얀 얼굴의 소녀와 엄마가 저를 맞이 했습니다. 거실에 자리를 잡자 친구인 듯한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도착했습니다. 두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현재 3학년까지 단짝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노래인지 한번 불러줄 수 있겠니?"
아이들이 준비한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한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한 명의 아이는 표정이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부르기 싫어요"
한 아이는 인상을 쓰며 말했습니다.
"남자 아이들이 놀린단 말이에요"
아이는 짜증이 약간 섞인 태도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노래를 못 불렀으면 그랬을까나.. 하지만 그동안 연습한게 있을 테니 한번 불러봤으면 좋겠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노래를 부르자 마자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노래에는 '소울'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여서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도대체 왜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를 놀렸을까? 초등학교 3학년 답지 않게 노래에 소울과 리듬감이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데...'
하지만 아이는 이미 자신감이 어느정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발표에서 중요한건 자신감인데 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짐짓 모르는 척 마술 수업을 우선 시작했습니다. 도구의 사용방법과 동선등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저의 요청을 곧잘 따라 하였습니다.
"나는 너희가 준비한 노래가 너무 아까워. 그 노래에 맞춰서 발표를 하면 좋을것 같아. 아이들이 놀리는건 상관 없어. 마술사인 나도 아이들이 가끔은 놀리곤 하거든"
저는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노래를 마술과 접목하면 더욱 시너지가 날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제 설득을 아이들은 받아 주었고, 노래와 마술은 시작되었습니다. 중간 중간 노래를 부르며 마술을 하는 아이들의 집중력은 대단했습니다. 이미 노래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라 그랬던것 같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생소한 노래라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괜히 노래에 맞추기로 했나 싶었습니다. 머릿속으로 동선과 동작을 만들어 내느라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터지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마술의 동선을 수정한 끝에 겨우 발표를 할 수 있도록 2시간여의 수업이 끝이 났습니다.
"어때 발표 잘 할 수 있겠지?"
아이들은 처음보다는 자신감이 더 높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노래를 전혀 못부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한건 아이들의 자신감이 부족해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