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현실조언

<혹시나는 역시나 일 수 밖에 없다.>

두서없이 막쓰기

* 이 글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읽을 수 있도록 제목을 간단하게 씁니다. 사견일 수도 있으며, 정확한 정보는 아닐 수 있사오니,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1)


"혹시..자요?"


늦은 저녁 무렵, 전화 한통화를 받았다. 무언가 집중이 안되는 듯한 목소리는 선잠을 자던 나의 잠을 깨우고 말았다.


"물어볼게 있는데 도저히 물어볼 곳이 떠오르지 않아 전화 했어요"


아는 분의 목소리. 그와 친분은 있었지만, 자주 볼 정도의 친분은 아니었다. 낯선 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제가 아는 분이 한분 계신데 조금 상황이 복잡해요."


상황이 복잡하면 얼마나 복잡하겠느냐 마는 이야기를 들을 수록 나의 심장은 쿵쿵 거리기 시작했다.


"제가 아는 분이 계신데 부인과 사별하고 두 아이를 키우면서 사업을 하는 분이에요. 그런데 그분에게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게 된거에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사업으로 한 여자분을 알게 되었는데, 동업을 하자고 하더라는 거죠.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도와주기도 하고 투자도 하고는 했는데 수익은 별로 없는데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법인 대표를 맡아달라고 해서, 투자된 금액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법인 대표를 맡았다는 겁니다."


나는 심드렁한 말투로 물었다.


"사업이야 뭐 그럴 수 있다 쳐도, 그게 무슨 큰 일인가요?"


그러자 전화기 넘어로 한숨섞인 대답이 흘러 나왔다.


"그.. 그게, 법인 대표를 해주고 여자분이 주로 사업을 하면서 돈을 쓰고 다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돈을 사용한 내역도 전혀 알지 못하구요. 심지어 회사 이름으로 대출 받은걸 남자분이 갚고 있다는 겁니다."


"여자분은 돈을 쓰면서 뭐라고 하던가요?"


"사업해서 갚을 테니 기다려달라고만 하고 돈을 더 필요로 한다고만 하더라구요"







(2)

조금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이유는 바로 남자분이 여자에게 호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사업을 하는 여자는 온갖 구실로 남자를 유혹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업을 핑계로 돈을 조금씩 사용하였을 것이고, 남자는 초기 투자비용에서 조금씩 조금씩 돈을 더 지출하다 보니 결국 그 돈을 받기는 커녕 법인 대표로 이름을 올려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는 것이었다.


상식에 반하는 경우를 가끔씩 본다. 어떻게 저지경까지 왔을까. 전혀 알 길이 없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처음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 부터 늪에 점점 빠져드는 것과 같이 들어가게 된다. 한배를 탄것과 같다고나 할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한가지 사업만 하지 않는다. 이것저것 발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한가지가 망하면 또 다른 사업을 하고 사업에 사업을 하면서 돈을 끌어 모으고 망하고도 당당하고 이것은 사업을 빙자한 사기에 점점 가까운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그렇게 생기는 돈으로 생활하고 사용한다. 남의 돈이 자기 돈이 되는 순간이다.






(3)

통화를 하고 나니 생각이 난건. 바로 '콩깍지'였다. 사랑에 빠지면 콩깍지가 씌인다고 하지 않던가. 여자를 직접 사랑했을 수도 있고,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장미빛 미래를 사랑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눈을 가리워 판단을 흐리게 한다. 카지노에서 동전을 지속적으로 넣으면서 가끔 터지는 잭팟을 기대하는 심리는 투자하는 내내 지속되는 것처럼, 당하는 동안에는 헛된 희망을 품고 가게 된다는 것이다.


'잘 되겠지....'


방어기제는 스스로에게 문을 걸어 잠그게 된다. 그저 잘될거라는 헛된 믿음만 가지고 상대방이 어떻게 사용하던 신경 안쓰고 있다가 혹은 믿고 있다가 댐이 순식간에 터지는 것처럼 어느 한 순간에 잘못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4)

"방법이 없나요? 벗어나는 방법"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셔야 해요"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 일단 상대가 잘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면, 여자분이 자신에게 기망행위를 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면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1. 적을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우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문서로 남겨놓는 것이다. 회사는 어떻게 설립이 되었고, 법인은 왜 무슨 이유로 대표를 맡게 되었으며, 여자분은 언제 어떻게 돈을 빌려가거나 요청을 했으며 갚지 않았는가.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텍스트로 남겨야 한다. 형사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증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변호사가 서류 뭉치를 엄청나게 많이 들고 있는건 설정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상황을 법정에서 진행이 된다면 그때는 증거우선의 법칙이 적용이 된다. 디테일하고 디테일하고 디테일한 작성 서류들이 필요하다. 돈이 많은게 아니라면 변호인을 믿기 보다 자료를 80%이상 만들어 가는 편이 일이 수월하다. 자료는 디테일에 디테일에 디테일이다. 당한 사람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스스로 정신차리고 만들어 내야 한다. 돈이 많으면 비싼 변호사를 사시던가.


2. 그 다음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가. 최악의 경우 법정으로 갈 때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럴땐 법률 자문을 구하는것이 좋다.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가, 소송을 걸 것인가. 여자를 압박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여자에게 공증을 요구할 것인가.


3. 자료를 남겨야 한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모든 상황은 녹음과 기록을 해야 한다. 문자 메시지등을 정리하고 기록해 두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여자가 눈치채지 못하는 한에서 여자가 자백에 가까운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4. 회사 법인 카드가 있다면, 카드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 모든 것들은 여자가 쓰고 다닌 사실을 증거로 제시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해 두어야 한다.


5. 미끼를 만들어야 한다.

여자가 사기꾼이라는 것이 맞다면 미끼를 만들어야 한다. 투자를 더 해주겠다고 하거나 등등 기회를 만들어 얼굴을 보고 그의 속내를 끌어내야 한다. 돈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그리고는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


6. 사기꾼이 돈을 갚을것 같은가?

헛된 희망은 버리시라. 최악의 상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돈을 회수 할 수 있다는 희망 대신 수도꼭지의 물을 잠그듯 더 이상의 추가 지출을 줄이고, 사기꾼의 동태를 살펴야 할 것이다.


7. 시간이 없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

여자는 언제든 연락 두절로 도망가고 남을 수 있다. 대게 사기꾼은 처음에 자신이 사기로 걸렸다고 생각하면 우선 시간을 번다. 최대한 불쌍하고 애처로운 모습으로 봐달라고 돈을 갚겠다며 울부 짖는다. 하지만 이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도망가기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동안 사용한 돈을 어떻게 갚을 수 있겠는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었다면 벌써 조금씩 갚았을 것이다. 목돈으로 갚는다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사기 피해자를 통해 가져오는 것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혹시나'는 '역시나' 일 수 밖에 없다.



혹시나 나에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꺼야.

혹시나 나에게 돈을 빌린 그가 사기꾼 일 리가 없어.


역시나 그는 바뀌지 않았어

역시나 세상에 쉽게 돈을 벌 수 있을리가 없어.




세상에는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들이 많다.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도끼가 네 도끼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