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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포장마차

*코로나 이전에 썼던 오래전 글인데 버리기 아까워서 올려봄 ㅋ




일이 끝날 무렵. 배고픈 배를 부여잡으며 향한 곳은 영등포에 있는 포장마차였다. 인터넷으로 알게된 곳인데, 이미 유명한 유튜버들도 연예인들도 방문했던 곳이다.


연예인의 방문보다 더 호기심이 끌렸던건 소라와 골뱅이였다. 따뜻한 국물에 담겨진 소라와 골뱅이를 살살 꺼내어 초장에 찍어먹는 모습은 안가고는 못배길 정도의 모습이었다.


가는 길은 순탄치는 않았다. 영등포역에 바로 붙어 있는게 아니라 한 10분정도 걸어야 길가에 놓여진 포장마차를 만날수가 있었으니까.

텐트로 이루어진 포장마차에는 연예인이 다녀갔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가운데 불이 꺼진 곳을 제외하고 둘중에 한 곳을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아주머니가 밝은 표정으로 맞이해 주었다. 왜 그렇게 밝은 표정인가 했더니 포장마차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 두명의 여자만이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원래 이 시간에는 손님이 별로 없나 봐요?"


대뜸 나의 질문에 벽에 걸린 현수막을 가리킨다. 현수막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대는 모습이 있었다.

"전에는 사람이 많아서 북적북적 댔는데 코로나인지 머시긴지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겨 버렸수"


아주머니에게서 한숨이 길게 나왔다.


"골뱅이랑 소주 하나 주세요"


나의 주문에 아주머니는 곧장 자리로 돌아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 포장마차를 둘러봤다. 예전 같으면 가득찼을 이 자리가 텅비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포장마차를 비추는 전등 불빛만이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골뱅이와 소라가 담긴 그릇과 소주가 나왔다. 국물을 한모금 들이키자 속이 시원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때는 느끼지 못한 이 시원함. 어릴때 아버지는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들어갈 때마다 시원하다고 말씀하셨었지만. 그럴때 마다 나는 도저히 뜨거운데 시원하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고, 그당시의 아버지의 나이가 되자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기 시작한것 같다.



소라 안에 있는 골뱅이를 이쑤시개로 살살 달래어 꺼내어 보니 살이 통통한게 야무지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주를 한잔 입안에 털어 넣고 골뱅이를 붉은색 초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넣는다.

쓰디쓴 소주가 입안에 잠시 감돌다가 골뱅이의 달짝지근한 맛으로 상쇄됨을 느낀다. 오물오물 씹다보니 어느새 입안에서 사라진 골뱅이.





골뱅이를 먹으면 영화 구타유발자들의 한석규의 대사가 떠오른다.


“골뱅아…”

영화를 본 사람만 아는 그 뉘앙스와 대사..



아무튼..




한잔 술에 세상 모든 시름을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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