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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마스크 사러 약국 간 이야기.


*공적마스크 사러간 경험을 글로 남겨 보자.


토요일 아침 거리에는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보았더니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 앞에 길게선 줄이었다. 주말에는 번호 상관 없이 구매를 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 있었다. 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이 더 많았다.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들이 구매하면 좋겠지.. 하면서 지나치려고 했는데 마침 나도 마스크 여유분이 많지 않은게 생각나 줄을 서기로 했다.

이토록 약국이 인기가 많은 적이 있었던가, 소화제 같은 구급 용품등은 편의점에서 팔기에 나도 약국을 가본지가 꽤 오래된것 같다. 게다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왜 이리 안나와~ 씻지도 말고 모자 눌러쓰고 나와!!"


내 앞의 목소리 톤이 높아진 아주머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전화받는 사람은 이제 일어났는지 꾸물대는 모양새고 전화를 하는 아주머니는 화를 내며 다그친다. 그 목소리가 줄의 끝에서 처음까지 다 들릴 정도다. 아주머니의 답답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는 줄서고, 아직 안일어났고 뭐 이러면 화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아주머니는 여기 재고 아직 있다며 전화하는 사람도 있고, 아는 동네 주민이 나왔는지 서로 인사하며 안부도 묻는다. 그러고 보니 줄을 선 사람의 상당수는 중년 아줌마다. 아주머니들은 확실히 부지런들 하신것 같다.


마스크 사러 먼 지역까지 갔다느니, 그래도 갈수록 좀 낫지 않느냐. 든지 하는 사이 아까 버럭하던 아줌마는 아직도 안 나온 누군가에게 또 전화하고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그랬다.


20분쯤 지났나.. 약사가 갑자기 나와서 줄을 센다. 하낫 둘.. 셋..넷....


운명의 시간이다. 과연 내 차례까지 돌아올 것인가.. 숫자가 높아지고 내차례가 가까워 올수록 부담은 더하다. 이렇게 기다렸는데 헛되게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손해일까.






열여덟, 열 아홉, 스물.. 여기까지!


다행이 내 뒤로 10명 가량까지 순위안에 들어갔다. 잘린 아주머니는 이제막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잘렸다며 서운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생각보다 줄은 빨리 줄어들기 시작했다. 약국을 나서는 사람들의 마스크는 기쁨과 안도가 교체하는 전리품과 같이 보였다. 그들의 부러움이 곧 나에게도 다가올 것을 기대하며 약국 안으로 들어섰다.


중년의 약사 두분이 계셨다. 한 분은 마스크를 꺼내어 주고, 한 분은 신분증을 보고 컴퓨터 안에 기입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내차례가 되어 신분증을 보이자, 서툰 솜씨로 컴퓨터의 자판을 하나씩 두드린다. 신분증 보고 화면 보고 버튼 누르고.... 숫자 한 개에 한번씩이다. 그녀의 눈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엇!"


내 신분증을 입력하던 여자 약사는 하던 일을 멈추고, 남자 약사를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은 나와 나머지 10명의 사람들을 번갈아 가면서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고가 없다고 뜨는데?"


그 말을 듣던 뒤의 열명과 나는 순간 얼어 붙었다. 긴 시간을 기다린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아직쌀쌀한 날씨에 30분여를 기다렸는데 화가 났다. 하필 내 앞에서 끊기다니.. 뒤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몹시 경직되었다. 아마 툭 건드렸으면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였을 거다. 당황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화를 내야 하나 포기하고 뒤돌아 가야 하나.


"여기 박스에 마스크 있잖여. 잘못 적었나 부지"


우리의 얼굴을 인식한듯. 남자 약사는 마스크가 들어 있는 박스를 꺼내 보이며 안심을 시킨다. (아마 그의 행동이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났을지 모르겠다.) 그러자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마스크 2장을 얻어가는 길. 약사님에게 한마디 건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약국을 찾아주는데, 다른 제품들도 더 팔리면 좋을텐데요..."


그러자 약사님이 한마디 했다.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죠"


이렇게 고생하는데도 약사님들께 화를 내는 사람도 있는가 부다. 줄서는 사람도 고생이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고생하시는 약사님들이 고맙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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