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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으로 담아 주시면 안되요?

*글쓰기로 고자질을 해보자.


더위가 살짝 올까 말까 하는 봄의 시작 무렵, 목을 축이러 잠시 카페에 들렀다. 널찍한 카페에는 그러나 사람은 별로 없었다. 원래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 때문인지는 몰라도 카페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운 느낌마져 들게 했다. 


마침 두명의 아줌마가 주문대에서 이제 막 주문을 하려고 서 있었다. 그런데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종이컵으로 주시면 안 되요?"


옆에서 들어 보니, 아줌마는 매장에서 일반 머그 컵 대신 종이 컵으로 커피를 먹고 싶어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점원은 곤란해 하고 있었다.


"저.. 매장에서는 머그 컵으로 드셔야 하는데.."


점원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아줌마는 당당하게 그리고 약간의 짜증이 섞인 투로 점원에게 말했다.


"시국이 이런 분위기인 만큼 컵으로 음료수 먹기 싫단 말예요"


그녀의 톡 쏘는 대답에 점원은 조심스럽게 말했고, 같이 왔던 일행도 말리는 모양새였다. 가만히 옆에서 듣던 나도 그녀의 당당함과 짜증은 듣기에 매우 거북했다. 아줌마는 너무도 당당하게 요구를 하고 점원은 조심스럽게 안된다고 하는 모습이 썩 보기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럴거면 나가서 먹던지..


"결국, 아줌마는 종이컵을 들고 카페를 나섰고, 대신 일행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안되는 것을 되게 하게 해서 였을까, 아니면 자기만 깨끗한 척 위선을 보여서 였을까. 생각이 복잡해졌다.


"매장에서 종이 컵으로 먹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나 봐요?"


결국 궁금해지는 나는 아줌마가 나간 뒤 점원에게 물었다.


"내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로 종종 요청하시는 분이 계시네요. 전에 요청을 하도 하셔서 종이컵으로 바꿔 드린적이 있는데, 그걸 찍어서 신고를 하는 바람에 그만..."


점원 아줌마의 눈이 아주 살짝 촉촉해 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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