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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몸을 사릴 일이 얼마나 많은데

<오토바이와 택시>

* 씨잘데기 없는걸 글로 표현해보자.


비가 오는 늦은 저녁 나는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어두운 길에 빗물에 젖은 낙엽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은 아쉬운지 눈물을 흘리는것만 같다. ‘말년병장은 젖은 낙엽처럼 꼼짝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떠올렸다. 바닥에  붙어 떨어지기 어려운 낙엽. 살면서 몸사릴 일들은 얼마나 많을까. 조심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사거리에서 다음 신호를 위해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먼곳에서 택시는 신호를 받아 좌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오토바이 한대가 그곁을 지나쳐갔다. 아슬아슬하기 그지 없었다. 깻잎 한장으로 표현되는 얼마 안되는 아슬아슬한 거리 차이. 하지만 오토바이는  그랬던 모양인지 속도를 내는데 아무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바닥이 미끄러워 위험해 보였지만 상관이 없어 보였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죽을듯 달리는 오토바이는 어두운 숲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 한마리 같았다. 고라니는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지만 오토바이는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자칫 둘중에 하나라도 속도를  낸다면  사고로 이어질것 같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함을 깨는건 택시가 크게 울린 경적소리였다.

빠앙!!!!!!!!!!”

택시는 무척 신경질 적이었다. 누가 들어도 당황스러울 정도의 억센 손놀림이었다. 나는 소리가 난쪽을 놀라며 바라봤다. 택시는 지나쳤지만 지나치던 오토바이는  한가운데에 갑자기 멈춰섰다. 헬맷을 쓰고 있었지만 분명히 멀리있는데도 그가 쌍욕을 해대는 것이 느껴졌다.  경적을 눌러 놀라게 하느냐고 화가 단단히  모양이었다. 오토바이는 택시를 금방이라도 쫓아갈 기세였다. 5초간의 정적이 흐른뒤 오토바이는 마지못한듯 다시 갈길로 향했다.

신호를 무시한채 속도만 믿고 아슬아슬 하게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양보는 전혀 없이 신경질적인 택시기사의 승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살면서 몸을 사릴 일이 얼마나 많은데...’

위험 천만한 곡예운전과 양보없는 신경질적인 택시 그렇게 혐오하던  장면을 동시에 보자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덕분에  소재 하나는 건져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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