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역시. 시나몬-롤

공허한 마음을 달래는 담백하고도 달콤한 것에 대하여

by 뱅울

스무 살이 되던 해 겨울에 영화 <카모메 식당>을 만났다. 그리고 그 영화는 그저 좋아하는 영화가 되는 것을 넘어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볼 때마다 자꾸자꾸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이 생긴달까. 웬 아저씨가 등장해서 드립커피를 맛있게 내리려면 원두를 넣고서 정중앙을 검지로 찔러 넣어 코피-루왁.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해야 한다는 장면에 빠져, 한동안 (아니 사실은 지금도) 마법의 주문을 외며 드립커피를 내리기 전엔 정중앙에 물이 들어갈 공간을 만든다던가. 오니기리 변주에 실패한 다음날 시나몬롤을 만드는 과정과 할머니 손님들이 그걸 먹고는 미소를 짓는 장면을 보며 시나몬롤을 만들어본다던가. 석쇠에 연어를 굽는 장면에 꽂혀 한동안 가스레인지에 올려 사용하는 세라믹 석쇠를 주기적으로 찾아다닌다던가(11년째 찾는 중). 그런 행동들을 할 때마다 <카모메 식당>을 떠올리고 또 본다.

그런 행동들 중에서 유독 겨울만 되면 다시 여름냄새 가득한 <카모메 식당>을 열어보게 하는 데에는, 시나몬롤의 영향이 지대하다. 겨울은 시나몬의 계절이라 생각한다. 뱅쇼 한잔에 담긴 통 시나몬의 향, 포근한 폼에 입을 갖다 대면 코끝에 맴도는 카푸치노의 시나몬 향, 겨울 포르투갈에서 먹었던 나타에 한가득 얹어진 시나몬 파우더의 향. 그런 것들이 나의 겨울을 만들었기 때문인듯하다. 겨울을 제일 좋아하지만 겨울이기에 느껴지는 약간의 공허는 있다. 그걸 시나몬들이 매콤하게 메워주는 기분이랄까. 그중에서도 시나몬롤은 따끈하고 폭신하고 쫀득한 데다가 달콤하기까지 해서 어딘가 붕 뜬 마음을 채우는 데에는 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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