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바게트의 조건
어릴 땐 그런 꿈이 있었다. 종이봉투에 담겨 위로 볼록볼록 솟아오른 길쭉-한 바게트를 들고 거리를 거닐다 집에 와서는 한입 가득 베어물곤 쭈안득쭈안득 바게트를 먹어보고 싶다는 꿈. 어떻게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서 보고선 그런 미래를 그려보았으리라. 분명 그 시절에는 바게트를 이렇게 들고 다니는 사람이 한국에 그중에서도 우리 동네에는 많지 않았으므로, 그저 상상 속에만 있던 순간일 뿐이었다. 그런데 갓 나온 바게트를 저렇게 들고 가면 가는 내내 고소하고 맛있는 냄새가 내 코끝에 맴돌지 않을까. 그러면 집 가는 길이 더욱 즐겁지 않을까. 그런 꿈을 품고 살던 과거의 어느 날, 엄마의 손을 잡고 간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길쭉한 바게트를 샀다. 꿈에만 그리던 길쭉길쭉 바게트를. 물론 내 상상처럼 길쭉한 바게트빵 그 자체가 종이가방에 들어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것과 함께 봉투에 넣어주신다던 말을 한사코 거절하며 낱개 봉지에 잘린 상태로 담긴 바게트를 한 손에 품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나를 못 말리는 거지 뭐. 걸어가는 동안 상상만큼 고소한 냄새가 나지도 않았고, 다 낱개로 잘려있어서 요즘말로는 그 감성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바게트를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집 가는 길이 너무 즐거웠다. 빨리 집에 도착해서 한입 왁 베어 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호다닥 손을 씻고 바게트를 한 조각 꺼내 한입 베어 물었는데. 그것은 내가 생각한 느낌의 맛이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바삭함이 사라진 바게트 껍질과 왜인지 푸석하고 질겼던 바게트 속. 그게 내 첫 바게트였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어째서?? 그럼 외국 사람들은 전부 이 맛없는 바게트를. 그렇게 맛있게 먹는 이유가 뭐지? 내가 왜 이걸 골라왔을까. 그냥 늘 먹던 대로 소세지빵을 고를걸. 끝도 없는 후회와 실망만이 나의 첫 바게트 기억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는 빵집에 가면 바게트는 쳐다도 안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고, 바게트를 안고 다니는 장면이나 이미지를 볼 때마다 그건 그저 보이는 게 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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