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는 없는 책방 만일에 다녀왔다.
망원동, 망원동 거리며 다니지만 사실 나에게 망원동은 '책방 만일' 하나 뿐이었다. '망원동에 간다.'는 '만일에 가서 책을 산다.'는 말이었다. 16년도에 특히 많이 갔는데, 일종의 덕질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장님의 큐레이팅이 너무 좋아서 사장님이 골라 놓은 책 중에 책을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책방에 가면 책을 최소 한 권은 사서 나오는데, 만일에선 3권 이상 사오는 날이 많았다. 사장님이 늘 물어보셨다. '이 책을 다 읽으세요?' 라고. 대답을 늘 얼버무렸다. '아, 뭐 그냥.', '언젠간 읽겠죠.' 한 30퍼센트 정도 읽었을 것 같다. 비닐도 안 뜯은 책도 있고, 한 번도 안 펼쳐본 책도 있고, 대부분은 10페이지 미만으로 읽었다. 30퍼센트에는 잡지,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가 책을 막 잘 엄청 그러니까 웅앵웅앵.
작년에는 연초에만 세 번 정도 가고, 그 이후에는 가지 못했다. 망원동 자체에 잘 가지 않았으며, 갔는데 문을 닫았던 적이 두어번 있다. 어쩌다 가려고 해도 문을 열었는지 닫았는지 알 수 없어 경유지에 둘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제, 거의 1년만에 다녀왔다. 만일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서가에는 책이 반도 안 남아 있었다. 천천히 들여다보고, 손에 집었다 내렸다를 몇 번 했다가 네 권을 샀다. 사장님이 매우 반가워해주셨다. 서비스도 주시고, 할인도 많이 해주셨다. 이름도 알고 계서서 우수 고객으로서 매우 뿌듯했다.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셔서 흔쾌히 찍어드렸다. 계산을 하고, 앞날을 응원해드리고,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이제 망원동에 갈 일이 잘 없을 것 같다. 망원동에서 김밥 레코즈까지 걸어가면서, 앞으로 이 길을 다닐 일이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걸어서 다니면 진짜 멀다.)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내일이면 또 하나 없어진다. 향뮤직은 아직 있지만, 신촌의 향뮤직 매장이 없어어졌을 때만큼의 아쉬움이 있다. 과연 앞으로 만일 같은 책방을 만날 수 있을지. 사장님한테 추천하는 책방이 있는지 여쭤볼 걸 그랬다. 사장님,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거 많이 하시면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만일을 거쳐간 모든 분들이 행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