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더(이하 '리다')는 2011년 7월 14일 서울대입구 근방에서 태어났다. P씨 커플과 함께 지내던 고양이가 출산한 자식들 중에 하나였다. 치즈 태비이고, 남성이었다. 몇 남매였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막내 아니면 막내 바로 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리다의 형제들은 다른 집으로 입양되었다. 리다도 마찬가지로 P씨 지인의 어느 집으로 입양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해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에 거주하던 나에게 연락이 왔다. 고양이를 키워보지 않겠냐고.
그해 10월에 같이 살던 가족이 결혼을 하면서 분가를 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완벽하게 혼자 살게 되었다. 넓은 집에 혼자 살게 된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몇 번 초대했고, '고양이만 있으면 완벽하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자취하면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경외의 대상이었고, 다른 말도 많이 들었지만 유독 그말에 꽂혀서 별다른 고민하지 않고 리다를 들이게 된다. 고양이를 들일 때 기본적으로 사야 하는 것은 화장실, 모래, 사료, 이동장이다. 고양이는 금방 쑥쑥 자라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처음부터 큰 것을 사야 한다. 기본적인 것들을 준비해서 리다를 데려왔다.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만나 이동장에서 이동장으로 리다를 옮기고 지금은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봤다. 임시로 '치즈'라고 부른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데려왔다. 지하철에선 조용히 있었다. 집에 오니 꼬리를 바짝 세우고, 그르릉그르릉 거리면서 집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나는 그르릉 거리는 연유를 몰라 조금 놀랐다. 검색창을 열어서 검색을 해봤다. 기분이 좋으면 내는 소리라고 했다. 화장실을 보여주고, 밥을 보여줬다. 집에서 찬찬히 보고 있으니 그렇게 예쁜 고양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귀엽긴 귀여웠지만.
이름은 '글로벌리더'라고 지었다. 매번 글로벌리더라고 길게 부를 수는 없으니 '리다'로 불렀다. 리더는 발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태어난 지 6개월 된 것 치고는 조금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이가 많아 보이면 내가 안 데리고 갈까봐 일부러 적게 말한 것인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 때는 작은 것이었던 게 맞다. 책과 책 사이의 빈 공간에 들어가서 앉을 수 있었으니까.
리다가 오고 나서부터는 밤에 잠을 계속 설쳤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는 데다가 여기저기 기어 올라갔다. 어느 날은 한밤중에 애옹애옹 거려서 불을 켜보니, 자켓을 옷걸이에 걸어 세탁소 비닐로 덮어놓은 것을 발톱을 이용해 타고 올라가서 행거 위에 매달려 있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간신히 매달려서 애옹애옹 거리고 있었다. 높이 올라온 것을 자랑하려고 했던 것인지, 내려오지 못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만 두었어도 알아서 잘 내려오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리다는 낮 동안 계속 혼자 있었기 때문에 밤새 나에게 놀아달라고 했다. 얼굴을 계속 핥았다. 나는 어떻게든 자야했기에 이불로 얼굴을 덮었다. 어떤 날은 불을 켜고 장난감으로 놀아주기도 했다. 이 때는 같이 노는 것이 나도 신나고 리다도 신나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래도 재미가 있었다. 고양이의 미친 체력을 감당하기엔 내 체력이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지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말이었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었다. 낮에 묵혀두었던 한을 밤에 나에게 풀었다.
처음 며칠은 어떻게 견뎠지만, 이대로 지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