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무척이나 큰 존재가 내 안에서 자란다.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쌀알같이 작아져버리도 한다.
아니다.
작아진 게 아니라 희미해진다. 옅어진다.
생겨났다가 자라났다가 희미해졌다가 사라졌다가
그리고
다시 생겨난다. 사라진다.
02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것들이 남긴 흔적은
모든 곳에 흩어지고 뿌려지고 스며든다.
그리고 우리에게 온다.
서서히 조금씩 차오른다.
생각한다 결심한다 움직인다 생겨난다.
사라지는 것들은 그렇게 다시 생겨나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