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기가 내 인생을 바꿨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나 훌쩍 지나 아기가 10개월이 지났다. 그 동안 아기랑 한국이랑 일본에 다녀와서 가족 친구들도 만나고, 나는 회사에 복직도 하고, 아기 어린이집 자리도 받아 무탈하게 아기와 즐거운 고군분투 중이다. 처음 3개월 산후관리사님, 그 다음 3개월 엄마, 그 다음 2개월 이모 등 주변의 도움을 크게 받아 나는 산후 회복에 전념할 수 있었고 다행스럽고 감사하게도 산후우울증이나 몸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어쩌면 더욱 행복하게.
내 아기는 복덩이라 자기 복 자기가 타고났는지 산후관리사님도 좋은 분을 만날 수 있었고, 딱 적기에 맞게 좋은 어린이집 자리도 받아 적응도 잘 하고, 아기를 예뻐해주는 동네 친구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게 잘 먹고 잘 크는 중이다. 남자아기라 여자아기들보다 조금 늦겠거니 싶었는데 10개월 넘기자마자 스스로 걷기도 시작했고, 9개월 부터는 엄마엄마 하루종일 나를 불러대고, 요즘은 신기하게도 아빠아빠를 불러댄다 (미안 애기야 집에 아빠가 없다...!)
정말 이상하게도, 싱글맘이지만 아기를 낳고 나는 내 자신이나 나의 인생에 자신감이 크게 붙었다. 이제 겨우 아기 10개월이라 앞으로 갈길이 구만리지만, 임신과 출산을 무탈하고 씩씩하게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뿌듯함을 느끼는 중이다. 누가 내 브런치를 심각하게 보겠느냐 싶어서 조금 더 솔직하게 써보자면, 원시시대 가치관에 입각하여 나쁘지 않은 어느 수컷과 종족번식을 하여 나의 후손을 생산해냈다는 것도 미친소리같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뿌듯함 포인트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별도로 더 심도있게 글을 써보고 싶다...
하여튼 나의 성을 물려받은 (내 눈에) 귀엽고 영특한 아기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걸어와 목에 착 안길 때면 이 행복은 정말 알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하던 것이었기에 이 행복을 알게해준 아기에게 고맙다. 물론 자기주도식을 하느라 온 몸에 음식을 퍼바르고 자기 귓속에 음식을 밀어넣는 모습을 보면 뚜껑이 열린다... 음식물로 찐득한 바닥을 닦노라면 세상에 만상에 현타가 온다. 아기 기저귀 갈아입히고 옷 입히려는데 빨가벗고 다다다다 도망가는 아기를 허겁지겁 쫓아가다가 아기가 갑자기 뒤를 돌아 바가지앞머리를 들이밀며 헤 하고 헤벌쭉 바보웃음을 지으면 그 순간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한방에 녹아내린다. 물론 기저귀를 채우기 전에 바닥에 쉬하면 다시 빡친다 ^^
나의 아기를 알고 나서 나의 행복의 기준과 불행의 근원이 근본적으로 재정립되었다. 아기가 잘 먹고 잘 자고 웃는 얼굴로 행복해하면 그것이 나의 행복이고, 기저귀가 두 개 남았는데 마침 배송완료 알람이 뜨면 그것도 행복이다. 예전에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고 복장터지게 했던 직장상사나 조직의 병신같음은 이제 내 알바냐 배째라 할 수 있을만큼 더 이상 중요하게 마음쓰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별 거 아니었던 것이 예전의 나에게는 그렇게나 큰 스트레스였다니. 역시 새롭게 애정과 정신을 쏟을만한 대상이 생기면 내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는 스트레스들은 내 안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남들이 보고 아 전형적인 애엄마네 라고 말해도 좋다. 나는 이제 전형적인 애엄마이고 그것이 즐겁다. 몸이 가뿐해지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기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내 운동하고 재택근무 하고 낮잠 좀 자고 아기 하원 픽업가는 일상이 안정되었고 동네 친구랑 가끔은 아기 픽업 전에 해피아워에서 와인 한 잔 하고 같이 아기 픽업을 가기도 한다. 소소한 일상이 소소한 행복이고, 이는 싱글맘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여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회사일은 진짜 개같지만 이런 미친 워라밸을 제공해주므로 아기가 좀 더 클 때 까지는 존버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애기아빠는 양육비 협의 및 간헐적 연락으로 본인의 책임은 다 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불만도 없다.
사진은 9/25 가격 인상 전 두 달이나 먼저 출산 1주년 기념으로 산 ^^;;; 테니스 팔찌. 너무너무 예쁘다! 앞으로 매년 아기 생일 때마다 나도 잘 챙겨야지. 고생은 내가 다 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