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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소지 Sep 08. 2022

"멋있는 어른"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 뒤에 있는 나는 사실 그냥 어른이기는 하지만.

내 이전 글들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략 아시겠지만, 현재 업무를 하기 전에 나는 꽤나 어시스턴트나 프로젝트 매니징 등 주로 데스크에서 하는 서포트 업무를 했었다. 나름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핵심 업무를 하는 중요한 사람들이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가며 내부 회의나, 클라이언트 방문을 하는 출장 행위가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하며 항상 동경했었다. 나의 당시 데스크 업무가 출장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던 와중에, 해외 지역총괄 지역에 나가계시는 한국인 선배님들이 철마다 한국에 가서 클라이언트들과 미팅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저렇게 되는 날이 오기나 할까? 가끔 생각하며 데스크에서 하리보 젤리를 질겅질겅 씹어먹던 날들이 가끔 있었다.


새로운 업무는 컨퍼런스 참여 등이나 클라이언트 미팅 등이 주요 업무가 되는 자리라 출장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코로나가 시작됨과 동시에 새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고 예정된 컨퍼런스나 클라이언트 미팅 등은 모두 원격으로 진행되었었다.


하지만 판데믹도 결국은 끝을 맞이한다. 2022년에 들어오니 유럽이나 미국은 위드코로나로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덕분에 2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관람을 시작으로 5월 중순에는 모나코에서 열리는 디스트리뷰터 업계 워크샵에서 스피커로 참석하였고, 5월 말에는 런던에서 열린 클라이언트 미팅에 급히 참석하게 되었다. 4월에 개인 일정으로 다녀온 한국에서는 마침 나의 온라인 워크샵을 관심있게 들으셨던 클라이언트사 임원분이 대면 미팅을 요청하셔서 휴가 중에도 발벗고 미팅을 진행하였다.


이렇게 상반기에 출장과 대면 미팅의 물꼬가 트이더니 하반기 기운이 뻥 뚫린 것인가, 8월에 미국 서부 출장이 잡혀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 난생 처음 가는 미국을 캘리포니아로 가게 되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첫 스타트가 좋다며 격려해주었다. 물론 급히 잡힌 출장 일정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ESTA 신청을 이상한 사이트에서 하는 바람에 14달러면 처리했을 비용을 이상한 커미션을 떼여서 98달러에 결제하지를 않나, 미팅 일정 2주를 남기고 급하게 비행기를 예약하다보니 발 동동 구르며 왕복 7천유로 짜리 비행기를 예약했다가 왕복 4천유로 짜리가 생겨서 겨우 예약을 바꾸는 등, 정신없고 숨막히는 일정 준비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다.


하지만 공항에 발을 들이고 카운터 앞에 죽 늘어선 사람들을 지나 Sky Priority 카운터에 짐을 딱 내려놓으니 아, 멋진 어른의 출장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미국 출장 이야기는 따로 포스팅을 올려보는 것을 목표로 잡고,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번 출장을 통해 내가 꿈꿔오고 동경했던 "멋진 어른"의 생활방식을 영유하게 되었다는 것이니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사회 초년생 때에는 어디로 여행을 가든 환불과 일정 변경이 불가능한 가장 저렴한 비행기표와 호텔방, 그러니 에어프랑스, KLM, 루프트한자 등 대략 선호비행사는 있었지만 저 셋 중에 가장 싼 항공사를 골랐었고, 호텔은 말할 것도 없이 로케이션이 괜찮은 호텔들 중 저렴한 호텔을 골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또 이런 티켓들로 모을 수 있는 마일들은 짤짤이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굳이 멤버십에 마일을 모으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출장을 다니면서 아 이렇게 올해 정도로 매년 다니게 된다면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결심을 하고 주사용 비행사와 호텔 체인을 결정하게 되었다. 비행사는 루프타한자와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장거리 비행시 와인셀렉션이 중요한 요소이고 파리 환승은 면세점 이점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에어프랑스로 정착했고, 호텔 체인은 4성과 5성 호텔이 잘 믹스되어 있고, 내 주요 출장지 혹은 방문지일 예정인 한국/미국/영국에 호텔 수가 많은 메리어트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다.


8박 9일이었던 짧다면 짧은 한 번의 미국 출장으로 쌓인 항공사 마일리지와 호텔 포인트가 이렇게 그득한데, 한 곳에 로얄 고객으로 등록되어 장기적으로 포인트 적립을 집중하게 된다면 나중에 큰 보상을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미국 출장에서 만난 미국지사 임원분이 자기는 20년 이상 유나이티드의 충성 고객이었고, 최근에 총 여정 거리 얼마를 달성하면서 유나이티드의 파일럿과 승무원을 대동한 VIP팀이 콕핏 투어를 시켜주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너도 이제 출장 라이프가 시작되니 충성고객이 될 곳들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해주셨던 것도 결심 동기가 되었다. 


특히 출장 마지막 일정 중 개인 일정에 개인 비용으로 추가로 머물렀던 매리어트 호텔에서 라운지 출입이 되어 라운지에서 간단한 다과를 즐기거나 쉴 수 있었던게 매리어트를 고르게 된 이유 중 큰 요인이 되었다. 서비스업에서의 "경험"이라는 것이 이렇게 장기적인 고객 확보에 중요하다는 것을 내가 직접 느끼며, 다가올 11월 출장을 준비하며 에어프랑스 티켓과 메리어트 객실을 확인하는 중이다.


비지니스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다니며, 호텔 멤버십으로 라운지 사용을 하는, 내가 생각하던 "멋진 어른"의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겪기 시작하다니. 감격의 내적 눈물을 흘리며, 아 이제 마일 많이 모아서 휴가로 한국 갈 때에는 마일 업그레이드를 받아야지, 하며 월급쟁이는 소소한 기쁨에 잠시나마 기뻐하며 곧 다가올 주말에 더욱 더 기뻐한다.


직장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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