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수정 Jul 14. 2023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제3편 - 하이델베르크 여행

2022년 9월 17일

하일브론 캠퍼스에서 교환학생들을 모아 하이델베르크에 보내주는 이벤트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이런 이벤트가 있는 줄 모르고 신청 기한을 놓쳤는데, 학교 측에서는 다행히 자리가 남아 있다며 합류하라고 하셨다.

(천만다행)

거울샷 맛집 내 방 거울

출발하는 당일 너무 신나서 새벽부터 거울 샷을 찍었다.

준비를 다하고 밖을 나왔는데, 이른 새벽이라 아직 해도 뜨지 않았었다.

(아직은 가을이라 조금 밝았지만, 유럽은 겨울이 되면 아침 7시에도 깜깜하다.)

역 가는 길에 발견한 빵 가게

새벽 6시 이른 아침부터 벌써 분주하다.


이 가게를 보니 생각나는 글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를 가거나, 출근하기 싫을 땐 우리를 태우기 위해 더 일찍 출근하는 기사님들을 생각하라고.

알게 모르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또 열심히 살아갈 의지를 다지곤 한다.


교회 앞에서 아드리안을 만났다.

역 가는 지름길을 알려준다고 해서 열심히 따라갔다.

(이 길을 안 덕분에 앞으로 역 갈 때 엄청 수월했다.)

역을 가다 보니 슬슬 해가 뜨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지만, 어쩌다가 더 일찍 일어났을 때 이런 핑크빛의 일출을 볼 때면 큰 행복감이 몰려온다.

이런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음에 참 감사함을 느낀달까.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한 묘미인 것 같다.

건너편엔 'Haller löwenbräu'라는 슈베비슈 할 지역의 맥주 양조장이 있다.

그렇게 지름길을 통해 슈베비슈 할 역에 도착

(다른 지역, 소도시 등에 놀러 갈 때 항상 왔던 슈베비슈 할 역이다.

직원분도 안 계신 정말 작고 투박한 역이지만, 정이 많이 간다.)

슈베비슈 할에서 하일브론까지는 기차 타고 40분 정도가 걸린다.

하루에 한 시간 간격으로 기차가 있는데 어쩌다가 이걸 놓치면 하일브론 역에서 빵 하나를 산 뒤, 의자에 앉아서 빵을 먹으며 한참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하일브론 역에서 하일브론 캠퍼스로 가려면 또 버스를 타야 했다.

성공과 기쁨의 브이

아드리안은 독일어 수업을 듣기 위해 매주 한 번씩 하일브론 캠퍼스에 와야 했기에 이미 가는 법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린 아드리안만 믿고 버스를 탔다.

(아드리안 땡큐!)

버스에서 내리고 정류장에서 조금 더 걸어야 캠퍼스가 나온다.

걷는 길에 독일 마트 중 하나인 LIDL(리들)을 발견하여 잠시 들리기로 했다.

마트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REWE 말고 첫 마트라 엄청 설렜다.

(마트를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가면 항상 마트 구경은 꼭 하는 편이다.)

독일에 지내면서 엄청 자주 먹었던 내 최애 Käse Brezel (치즈 프레첼)

여기는 우리 동네 마트보다 큰 마트라 그런가 이렇게 빵도 많이 팔았다.

(밑에 봉투가 있어서 그걸 하나 들고 빵을 꺼내서 담은 뒤, 계산대에 가서 결제하면 된다.)

초콜릿을 무척 좋아하는 나는 초코우유 하나를 샀다.

맛있어 보여서 샀지만, 단 맛이 전혀 없어서 밍밍한 맛만 났다.

그래도 도전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맛이니, 경험해 봤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계산을 할 때도 마트에서의 독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내 물건을 두고 나면, 꼭 저 분리바를 내 물건 뒤에 같이 둬야 한다.

이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여러분들도 하고 나면, 아마 뒤에 계신 독일 분들에게 'Danke Schön!'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본 후, 하일브론 캠퍼스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언니가 초콜릿우유를 떨어트리는 바람에 다 터져서 다 같이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이런 사소한 추억 하나에 웃음이 나는 걸 보면, 그때가 참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캠퍼스에 도착해서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약 1시간 넘게 달렸을까, 누가 봐도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강과 하이델베르크 느낌의 건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이델베르크는 독일에서 다닌 도시 중 가장 아름다웠던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예쁜 다리와 건물이 가득했다.

우리는 가이드 투어를 통해 하이델베르크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덕분에 더 흥미 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설명을 듣던 중 갑자기 하늘이 맑게 개이기 시작했다.

맑아진 날씨 덕분에 예쁜 사진도 건질 수 있었다.


이렇게 맑은 날씨 하나만으로 행복해지는 내 모습을 보며

'행복 참 별거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흐린 날보다 맑은 날이 더 많은 한국에서 살다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가진 유럽에서 생활하니 사소한 거에도 절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서로를 안은 채 음악을 감상하고 있던 아름다운 부부

강을 구경하고 교회 투어도 했다.

유럽에서 구경하는 첫 교회라 더 열심히 구경을 했었다.

교회까지 투어를 마치니 이제 더할 나위 없이 날씨가 맑아졌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자유시간이라 다 같이 점심을 먹으러 왔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안에 있는 멘자(학생식당)에 왔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른 후 무게에 따라 금액을 지불하는 형식이다.

(멘자에서 밥을 먹으려면 멘자 카드가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내가 먹고 싶은 음식들이 많이 없어서 그냥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음식들로만 담아왔다.

(절대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먹는 내 식습관이 그대로 보이는 듯하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하이델베르크 성에 올라가기로 했다.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려 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풍족하게 살 수 없는 교환학생의 현실은 만국공통인 듯했다.)


그래도 덕분에 친구들과 웃으면서 추억이라도 더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 '오히려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어라? 이렇게 높다고?"


옆에서 하나둘씩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끝도 보이지 않는 높은 언덕을 보니 다들 그런 말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나도 걷는 동안 '어디가 끝일까,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계속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끝은 있는 법

열심히 걸어오니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드디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신나서 풍경과 함께 찍은 사진. 찍고 나니 완전 역광이었다.

이 변덕스러운 날씨는 또 어두워지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날씨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다.

열심히 걸어온 게 헛수고가 아니었고, 이보다 더 뿌듯할 수는 없었다.

역시 학생 할인 최고

학생 할인을 받아 4.5유로로 입장권까지 끊고 전망대를 구경했다.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내려다본모습

인증샷은 필수!

고통을 함께 나눈(?) 친구들과 단체 사진도 찍었다.

같이 온 몇몇 친구들이 사진에 없어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내가 처음 찍은 교환학생 친구들과의 사진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영어"라는 소통의 수단 하나로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어울릴 수 있다니.

내가 평상시에 꿈꿔왔던 순간이었는데, 이날 그 소원을 이룬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 교환학생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니까 우리 학교에 온 교환학생들이 다 같이 놀러 다니는 느낌을 금방이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한편으로는 슈베비슈 할 캠퍼스에는 교환학생이 3명이라, 이렇게나 많은 교환학생이 있는 하일브론 캠퍼스가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친구들보다 더 많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라도 다른 캠퍼스 친구들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만족했다!

(나중에 더 이야기할 거지만, 슈베비슈 할 캠퍼스였기에 더 좋았던 점 하나가 있다.)

그리고 입장료를 보여주면 푸니쿨라를 탈 수 있어서 구경을 마친 후에는 편하게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갔다.

여기서 또 웃긴 사실 하나 더 있는데, 푸니쿨라를 잘못 타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었다.

갑자기 푸니쿨라가 올라가길래 우리 모두 당황했던 순간이 새록새록하다.

남은 자유 시간에는 그냥 정처 없이 하이델베르크 시내를 걸었다.

그러던 중 린트 초콜릿 가게를 발견하여 무작정 들어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콜릿은 이 린도르 초콜릿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한국에서 자주 못 먹었다.


유럽 가격도 엄청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미 들어온 거 어쩌겠는가.

처음 보는 맛, 내가 좋아하는 맛 등 여러 개의 초콜릿을 담아서 맛있게 먹었다.

(물론 결제할 때 금액보고 조금 놀라긴 했었지만)

나의 첫 린도르 :)

그리고 젤라또도 먹었다.

유럽에 오면 젤라또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가게 앞에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는 Gelato 글자를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렇게 젤라또를 먹으며 걷다가 아름다운 골목을 발견했다.

골목을 보자마자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젤라또를 들고 급하게 찍었다.

그리고 우리는 버스 탑승 시간이 되기 전에 잠깐 강가도 구경하기로 했다.

강가 구경을 끝으로 나의 하이델베르크 여행이 끝이 났다.

사실 하이델베르크는 교환학생 끝나기 전에 또 방문하고 싶었는데, 시간 상 그러지 못해서 정말 아쉽다!


독일에 여행하게 된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인 하이델베르크

독일이 처음이라면, 하이델베르크는 꼭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와인을 마실 때 찍어야 한다는 얼굴 사진(?)도 찰칵

그리고 9월 중순은 하일브론에서 와인 축제가 한창인 기간이었다.

하이델베르크에서 하일브론 도착하자마자 와인 축제를 가기로 했다.


사실 와인 맛을 1도 모르는 나지만, 언제 이렇게 또 와인 축제를 경험해 보겠냐며 화이트 와인 하나를 주문했다.

와인잔 보증금을 포함해서 5유로로 얻은 나의 첫 와인!

(와인잔을 돌려드리면 보증금 3유로를 받을 수 있다.)

예쁘게 찍으라며 세팅해주는 아드리안 MERCI!

독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소세지도 같이 시켰다.

와인 맛은 모르겠지만, 엄청 맛있었던 소세지를 먹으며 와인 축제를 즐겼다.

독일 사람들 틈에 섞여 음악을 들으며 축제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날도 저물고, 비도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슈베비슈 할로 돌아가기 위해 하일브론 역으로 갔다.

하일브론 역에서 슈베비슈 할까지 가는 열차에 탑승 성공!

그렇게 우리는 하이델베르크 여행, 하일브론 와인 축제까지 경험하며 하루를 알차게 마무리했다.


나의 첫 독일 여행지이자, 교환학생들과 함께 한 첫 여행이라 더욱 의미 있었던 날

아마 이 날은 내 인생에 잊지 못하는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하이델베르크 편도 끝 - !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