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수정 Jul 07. 2023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제2편 - 슈베비슈 할 적응기 (Schwäbisch Hall)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슈베비슈 할에 무사히 도착했고, 슈베비슈 할에서의 첫날이 밝았다.

대부분의 유럽은 하루에도 날씨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증명하듯, 분명 맑을 것이라고 했던 이날 아침도 많이 흐렸다.


나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지만, 슈베비슈 할에서의 첫날이어서 그런가 전혀 무기력하지 않았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일어나자마자 어제 장을 볼 때 샀던 요거트를 먹었다.

(여담이지만, 유럽에서 요거트를 먹는 것은 한 때 나의 로망 중 하나였다.)

게시판에 꽂혀 있는 필름지는 나의 여행 책을 꾸밀 때 필요한 영수증을 코팅 하려고 가지고 온 것이다.

전날 열심히 정리했던 나의 방.

여유가 생겼을 때 조금 더 청소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인생 첫 자취방이기도 하니 더 열심히 청소를 했던 것 같다.


사실 전에 있던 사람이 방을 너무 더럽게 써서 조금 미웠지만, 그래도 큰 흰색 책장을 두고 가서 이건 좀 감사했다.

(저 흰색 책장은 물건 수납할 때 정말 편했었다!)

정리를 다한 후 교환학생 담당자분들, 교환학생들과 Webex로 미팅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친구가 아직 본국에 있어서 온라인으로 미팅을 했다.)


슈베비슈 할 캠퍼스의 교환학생은 총 4명이었는데, 한국인 2명 (나와 같이 간 언니), 한 명은 프랑스 친구, 또 다른 한 명은 우크라이나 친구였다.

우크라이나 친구는 러시아와의 문제 때문에 결국 교환학생을 오지 못했다.

약 1시간가량의 미팅을 가지고 언니와 함께 잠시 동네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날씨는 비록 흐렸지만, 아직 9월이라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가득했다.

슈베비슈 할은 완전 소도시라, 시내도 매우 작다.

시내는 우리 숙소에서 엄청 가깝기 때문에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한다.

정말 너무 예쁜 우리 도시.

아직 다른 도시를 가보지도 않았지만, 우리 도시가 제일 예쁠 거라는 왠지 모를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식 카페 느낌이 낭낭했던 카페

동네를 구경하다가 더 거세게 내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구글지도에서 미리 보고 왔던 카페에 도착을 했다.

골목이 많아서 찾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미로 같은 골목도 적응을 하게 되었다.

내가 독일 와서 처음으로 주문했던 음료다.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딸기 말차 라떼였던 것 같다.

음료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들이 있어서 몇 개 같이 주문을 했다.

음료 컵에 묻은 비

사실 우리는 원래 카페에서 먹고 가려고 했다.

그래서 주문을 한 뒤 자리에 앉았는데, '먹고 간다.'라고 말을 안 해서 그런지 이렇게 포장을 해서 주셨다.

당황했지만, 너무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주신 상자를 보니 여기서 먹고 가려고 했다는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음료를 그리고 상자는 꼭 안으면서 억수 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이날 이후 포장 할 게 아니라면, 꼭 여기서 먹고 갈 것이라는 말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음료와 디저트를 먹으며 방에서 쉬다가 마트에서 샀던 과자가 생각나서 뜯었다.

처음 먹은 독일 과자였는데, 야채 타임 맛이 나서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엄청 난 짠맛을 곁들인)

덕분에 당충천 완료

아무리 익숙한 맛이더라도 너무 짰던 나머지 한국에서 들고 온 빅파이 하나를 꺼냈다.

가방에 꾸역꾸역 넣어온다고 다 부서졌지만, 그래도 들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한국 맛이 최고야)

그렇게 과자를 먹으며 방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까워서 또 밖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시내에서 조금 더 걸어 나왔다.

걷다가 발견한 아시아 마켓

한국 마트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한국 관련 물건이 엄청 많아서 신기했다.

대도시도 아니고, 동양인도 거의 없는 이 소도시에서 한국 제품이 이렇게나 많다니.


한국이 점점 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1편에서 역에서 숙소로 갈 때 건넜던 다리

여기서 가족에게 보낼 인증샷도 하나 찍었다.

한참을 걷다가 또 구글지도에서 저장해 놨던 디저트 가게에 왔다.

와플, 팬 케이크를 파는 디저트 가게인데, 우리는 팬 케이크를 주문했다.

(가격은 6유로였던 걸로 기억한다.)


팬 케이크 하나를 주문하면, 그 위에 토핑은 무제한으로 고를 수 있다.

사장님은 우리를 위해 친절히 재료 하나하나 다 설명해 주셨다.

우리가 고른 재료들로 완성된 팬 케이크

아주 달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주문하고 난 뒤부터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줄 서가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이 가게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기를 입증하듯 사장님은 교환학생이 거의 끝날 시점에 더 큰 가게로 옮기셨다.

(그때 다시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친절하셨다.)

독일 친구에 의하면, 그 큰 가게는 터가 매우 안 좋아서 많은 가게들이 망해서 나갔다고 한다. 이 가게만큼은 여전히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

가게 앞에 앉아서 팬 케이크를 먹는 동안 갑자기 날씨가 언제 흐렸냐는 듯 맑게 개기 시작했다.

날씨가 맑을 때 바라보는 풍경은 더 예쁘다.

여기서 바라보는 슈베비슈 할의 풍경은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너무 예뻤다.

(내가 한 학기 동안 제일 좋아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동그랗게 생긴 건 독일식 케밥인 Döner

이날 저녁으로는 케밥을 먹으러 왔다.

독일에는 터키 이주민자가 많아서 그런지 곳곳에 케밥 가게가 정말 많다.


가격도 다른 음식에 비해 저렴한데, 양도 많아서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 번씩 이 가게의 케밥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다음 날은 거주지 등록을 하러 버디와 함께 관공서에 왔다.

독일은 테어민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예약을 미리 해야 하는데, 슈베비슈 할은 소도시라 테어민 할 필요가 없어서 정말 편했었다.

볼 일을 다 보고 전에 봐두었던 과일 가게에 왔다.

유럽에 오면 납작 복숭아를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 가게에 납작 복숭아가 팔아서 많이 샀고, 이 외에도 망고와 자두(?)를 구매했다.


(이 날 먹은 납작 복숭아가 너무 맛있어서 또 갔는데, 우리가 독일에 온 시점이 납작 복숭아 끝물이라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더 많이 먹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과일 가에 맞은편에는 베이커리가 있어서 아주 맛있어 보이는 치즈 케이크를 구매했다.

한국에서 파는 꾸덕한 치즈 케이크일 줄 알았는데, 무슨 맛인지 전혀 모를 케이크여서 대실패를 했었다.

그리고 방에서 쉬다가 산책할 겸 다시 시내로 나왔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를 발견해서 하나 구매를 했다.

진짜 맛있었는데, 금방 녹는 바람에 손에 다 묻혀가며 먹었다.

이건 관공서 갔다가 받아 온 서류이다.

이걸 작성해야 거주지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방에 와서 써야 했다.


그런데 영어로 안 적혀 있는 데다가 적어야 할 양도 많았다.

결국 번역기와 버디의 도움을 받아가며 완성을 했었다.

저녁에는 프랑스에서 온 교환학생 친구를 만나는 날이었다.

이름은 아드리안이고, 나랑 동갑이어서 더 친밀감이 많이 들었던 친구다.


아드리안은 우리보다 한 달 먼저 이곳에 도착했었기 때문에 슈베비슈 할의 모든 장소를 다 꿰뚫고 있었다.

(독일어 수업을 듣기 위해 먼저 왔다고 한다.)

염소 친구들도 만났다.

그래서 다시 슈베비슈 할 시내 한 바퀴를 돌며 이곳저곳을 세세하게 설명해 줬다.

이건 도시 곳곳에 있는 기계인데, 동전을 넣으면 슈베비슈 할 동네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소도시에도 있었다.)

그런데 기계 안의 인형들이 다 무섭게 생겼다.

이유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자기 숙소도 소개해줘서 구경했다.

(원래 우리는 이 숙소로 가고 싶어 했는데, 이미 자리가 다 차서 현재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로 올 수밖에 없었다.)

사진에 보이듯이 역시 식전 음료는 빠지지 않는다.

방 구경까지 마치고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왔다.

나는 슈니첼을 시켰고, 저렇게 해서 25유로 정도 줬다.

(유럽은 진짜 외식 값이 엄청 비싸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며 서로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를 나누었고, 다음 날에 갈 하이델베르크 여행 계획도 세웠다.

(다음 편에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학기 시작 전에 학교에서 하일브론 캠퍼스, 슈베비슈 할 캠퍼스 교환학생들을 모아 하이델베르크로 여행을 보내줬다.)

디저트 위에 올라 간 과자는 우리나라 와플 과자랑 맛이 똑같아서 독일에 있을 때 자주 먹었다.

아드리안은 본식을 다 끝내고 디저트를 시켰다.

언니와 나는 배가 너무 불러서 위의 음식도 다 못 먹고 남은 걸 포장했는데, 이 친구는 진짜 많이 먹어서 놀랐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드리안뿐만 아니라 유럽 사람들은 1인 1 피자를 할 만큼 많이 먹는다.)


게다가 이 디저트는 떡처럼 쫄깃한데, 차가웠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까지 얹어 먹으니 정말 정체를 알 수 없을(?) 맛이었다.

저녁을 다 먹은 후, 다음 날에 일찍 일어나야 했던 우리는 서둘러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밤에 보는 이곳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그러면 2편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고, 다음 3편은 하이델베르크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