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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정 Jul 07. 2023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제1편 - 독일 도착

나는 어릴 때부터 미디어를 통해 한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아름다운 풍경,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 한국어 말고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보며 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 환상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에서 살아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어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교환학생은 내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결국 2022년 3월 교환학생 지원을 했고, 그 해 9월 독일로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설렘을 가득 안고 9월 12일 비행기를 탈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아니 이게 웬걸? 갑자기 비행시간이 하루나 지연이 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몇 시간이 아니라 하루나 지연이 돼서 처음에는 단순 오류인가 싶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알림 창을 보며 결국 이전에 예매를 해뒀던 독일 기차, 숙소 등 모든 시간을 변경했다.

(기차표, 숙소 값은 무료 취소가 안 되는 바람에 결국 다 새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이미 하루 지연된 이상 집에 하루 더 있다가 갈까 고민을 했다.

그러나 나는 지방에 살고 있고, KTX 표도 이미 예매해 뒀던 터라 일단 원래 계획대로 공항에 갔다.

9월 12일 오전 10시에 공항에 도착을 했는데, 이미 루프트한자 고객센터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는 사실 일정이 없어서 괜찮았지만,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가는 단체 손님들은 솔직히 좀 안타까웠다.

그들에게는 이 하루가 정말 소중한 시간일 텐데

나도 고객센터 줄에 합류했고, 기다리는 동안 왜 지연이 되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람이 아프다는데 어쩔 수 있겠는가-


다행히 루프트한자 측에서는 하루 묵을 숙소와 최대한 빨리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까지 예매를 해주었다.

(그 비행편도 다음날이었지만, 아시아나 비행기라 사실 내심 기뻤다.)

그렇게 인천에 한 호텔에서 하루 머무르다가 새벽 일찍 다시 인천 공항으로 출발을 했다.

(버스에는 우리 둘 밖에 없어서 덕분에 편하게 왔고 기사님도 매우 친절하셨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중.

이걸 타고 가면 바라고 바랐던 유럽에 도착한다는 점, 오랜만에 비행기를 탄다는 점 때문에 무척 설렜다.

그리고 또 이게 무슨 일인가!

내 옆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데다가 편하게 눕코노미로 갈 수 있다니, 마치 내가 교환학생을 가는 것을 모두가 축하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 잠시만 안녕

더욱 커진 설렘을 가득 안고, 인사를 받으며 한국을 떠난다.

오랜만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하늘 풍경

날씨도 맑고, 구름은 너무 예뻤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창밖 구경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데,

비행기 안에서도 여전히 음악을 들으며, 창밖 구경을 했다.

비행한 후 얼마 안 돼 첫 기내식을 받았다.

아시아나 항공을 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쌈밥


비행기에서 먹는 쌈이라니

듣던 대로 엄청 맛있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나온 두 번째 기내식

나는 가만히 앉거나 누워만 있었는데, 맛있는 끼니를 두 번이나 받았다.

이런 게 바로 행복일까?

맛있는 기내식으로 열심히 사육을 당하며, 약 14시간 정도 비행 후에 독일에 도착을 했다.

(내가 드디어 유럽 땅을 밟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너무 설레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무사히 착륙.


내가 유럽에 왔다는 게 가장 실감 나던 순간은 바로 착륙했을 때이다.

 왜냐하면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다 서양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때의 감정은 정말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짐을 찾고 공항철도로 가려는데, 한 분이 우리의 짐을 들어주시고 타러 가는 방향까지 친절히 알려주셨다.

(이것이 독일의 낭만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25kg짜리 캐리어 두 개와 큰 백팩을 메고 낑낑거리고 있으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셨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하나카드가 자꾸 안 돼서 우여곡절 끝에 샀던 첫 기차표.

사실 이것도 DB 앱으로 사면되는데, 그것도 몰랐었던 교환학생 시절 초반의 나.








프랑크푸르트 공항 -> 프랑크푸르트 역으로 가는 나의 독일 첫 기차.

이때만 해도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허둥지둥 + 우왕좌왕했었는데, 몇 주 후에는 완벽 적응을 했다지.


그리고 나의 교환학생 도시였던 슈베비슈 할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 타고 3-4시간이 걸리는데, 3번 정도 환승을 해야 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루트>

1. 프랑크푸르트 공항 -> 프랑크푸르트 역

2. 프랑크푸르트 역 -> 슈투트가르트 역

3. 슈투트가르트 역 -> 하일브론 역

4. 하일브론 역 -> 슈베비슈 할 역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던 프랑크푸르트 역에 도착을 했다.

말로 듣던 대로 역이 정말 커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촌사람답게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열심히 구경도 했다.)


아 참.

교환학생 오기 전에는 프랑크푸르트 여행을 꼭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결국엔 하지 못했다.

이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 여행이 더욱 설레는 법이니 후회는 하지 않는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면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나랑 같이 교환학생을 온 언니와 여기서 하루 묵고 슈베비슈 할로 출발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우리는 큰 짐이 있기에 프랑크푸르트 역과 가까운 숙소로 예매를 했다.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예상이 안 가서 역과 엄청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던 숙소는 한참을 걸어야 했다.

게다가 비까지 내려 더 힘들었던 길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 첫 경험)

숙소에 들어오니 4인실이었던 우리 방엔 아무도 없어서 살짝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안 있다가 갑자기 남성 한 분이 들어오셨다.

갑자기 또 다른 남성 분도 들어왔고, 그분도 엄청 당황을 하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분명 여자 방으로 예약을 했는데, 우리에게 혼성 방으로 잘못 배정해 주신 것이었다.

총 두 명의 남자와 같이 자야 하나 싶었지만, 담당자분께서 방을 바꿔주셔서 우리는 여자 방으로 옮겼다.

내가 독일에서 처음 산 물건

그렇게 대충 마무리를 하고, 너무 목이 말라서 물을 샀다.

정말 힘들고 목말라서 이 한 병을 열자마자 다 마셔버렸다.

정말 꿀 맛 그 자체였다.

방음 하나도 안 되던 우리 방

기차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고, 새벽 일찍 일어나서 출발을 했다.

새벽부터 또 어김없이 비가 내리던 독일

양손에 짐을 가득 쥐고 가야 했던 우리에게 우산은 사치였다.

일어나자마자 씻은 것이 무색하게 비를 다 맞았지만, 그래도 바람막이를 입어서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역 안에서 발견한 베이커리 가게

빵을 너무 사랑하는 빵순이인 나에게 설렘을 주었고, 너무 신난 나머지 양손에 쥐고 있던 캐리어를 놓아 버린 채 사진을 찍었다.

엣헴

설렘도 잠시 역 안에서 샀던 나의 첫 스콘은 실패했다고 한다.

맛없는(?) 스콘을 먹으며 기차를 기다렸고, 드디어 슈투트가르트로 향했다.


그런데 또 이게 무슨 상황인가?

기차가 연착이 되는 바람에 우리가 다음에 타야 할 기차를 놓치게 되었다.

이것이 그렇게 사람들이 마르고 닳도록 얘기하던 문제의 DB의 연착인가 싶었다.

결국 DB 앱에서 추천해 주는 경로를 따라 우리는 하일브론 역이 아닌 슈베비슈 할 하센탈 역으로 가게 되었다.

(다행히도 DB 기차에는 와이파이가 가능하다.)

연착이고 뭐고 너무 신나서 찍은 셀카 한 장.

(이때만 해도 독일 대중교통 안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슈베비슈 할 하센탈에 도착.

여기서 슈베비슈 할 시내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몰랐는데, 역에 계시던 DB직원 분께서 친절히 알려주시고 티켓까지 결제해 주셨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슈베비슈 할 시내로 향했다.

기사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우리가 짐을 다 옮길 때까지 기다려주시고, 여러 이야기도 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시내에서 내려야 했는데, '슈베비슈 할'이라는 글자만 보고 슈베비슈 할 역에 내려버렸다.

기사님께서 "너희 분명히 시내 간다고 했잖아. 여기서 내리는 거 맞아?"라고 재차 물어보셨지만,

우리는 당당히 "Yes!"라고 대답하며 내렸다.

슈베비슈 할 역에서 우리 숙소까지 걸어서 15~20분이 걸렸다.

이때만 해도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어떤 길인지 꿈에도 모른 채 도착한 것에 기뻐하며 숨을 돌렸다.


여기 서서 바라본 슈베비슈 할의 모습은 내가 구글 지도에서만 보던 슈베비슈 할 모습과 똑같아서 너무 설렜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사실 원래 우리가 가야 할 지역은 하일브론이었지만, 슈베비슈 할 캠퍼스로 결정이 나게 되면서 슈베비슈 할 지역으로 오게 되었다는 길고 긴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다가 구글 지도를 따라 열심히 숙소를 향해 걸었다.

여기는 슈베비슈 할 역과 시내를 연결해 주는 다리

날씨가 맑을 때 여기서 바라보는 건물은 정말 예뻤다.

(가본 적은 없지만, 마치 덴마크 코펜하겐 같았다.)

이 사진을 끝으로 아주 큰 언덕을 넘어야 해서 사진은 없다.

(바닥도 돌이라 캐리어를 끌기 더욱 힘들었다는)

숙소 가기 전에 숙소 오피스에서 열쇠를 받아야 해서 기다리는 중.


오피스와 숙소는 무척 가까울 줄 알았는데, 두 개의 언덕을 더 올라가야 했다.

이때 정말 너무 힘들어서 캐리어를 다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열심히 걸어 도착한 숙소는 전에 누가 썼는지 참 더러웠다.

대청소를 해야 했지만, 할 엄두가 안 나서 잠시 방에서 쉬다가 물 살 겸 마트를 가기로 했다.

잠시 숙소에 있던 사이에 거짓말처럼 날씨는 맑게 개었고, 덕분에 힘듦이 싹 가셨다.

마트 가는 길에 있던 가게들

낭만

하리보 고장답게 마트에는 하리보도 무척 많았다.





마트를 다녀온 후 대청소를 했다.

청소를 열심히 하다가 버디와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우리는 이불, 베개, 커버 등을 사야 했기에 버디의 차를 타고 시내 밖에 있는 가구점으로 향했다.


처음에 가격도 안 알려주시고 물건을 다 꺼내 주셔서 걱정했는데, 약 10만 원 정도라 안심하고 구매를 한 기억이 난다.








이불을 사고 난 후에는 바로 옆에 있던 큰 마트에 들러 간단히 장을 봤다.


버디가 과일 무게 담아서 계산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독일 추천 음식, 시리얼 등을 알려줘서 다 구매를 했다.


짐이 많았는데, 버디가 차가 있으니까 덕분에 너무 편하게 장을 볼 수 있었다.














장을 끝으로 저녁을 먹으러 왔는데, 여기서 또 독일 문화를 경험했다.


독일은 본식을 주문하기 전에 음료를 먼저 시켜야 한다.

(버디 말에 의하면,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버디를 따라 독일에서 가장 기본 음료 중 하나인 사과 탄산수를 시켰다.

이름은 Apfelschorle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지만, 내 입맛에 쏙 맞아서 독일에서 이것만 계속 마셨다.

(한번 꽂히면 그것만 주구장창 먹는 사람)

본식으로는 스파게티와 같이 나눠 먹을 피자 한 판을 주문했다.


양이 많을 줄 몰랐는데, 얼마나 많던지.

엄청 배고팠음에도 불구하고 다 못 먹고 남겼다.

(여기서 또 나오는 독일 문화 중 하나는 남은 음식은 싸들고 가는 것이다.

이게 예의라고 해서 이날 이후부터 남은 음식은 항상 싸들고 오게 되었다.)


그렇게 버디와 밥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헤어졌다.


이렇게 나의 독일 편 1편은 끝이다.

다음에 2편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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