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변하셨네요”라는 말의 진짜 의미

때로는 리더의 성실함이 조직을 질식시키는 병목일지도 모른다

by 배성모


IT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가까운 임원 한 명이 내 방을 찾아왔다. 평소와 다르게 굳은 표정이었던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전과 다르게 많이 변하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창업 초기, 나는 프로젝트의 실무를 직접 챙겼다. 직원이 짠 코드를 믿지 못해 내 눈으로 다시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고, 조금이라도 어긋날 것 같으면 남의 모니터 앞을 차지하고 앉아 직접 자판을 두드렸다. 나는 이 통제욕을 리더의 책임감이자 헌신이라 착각했다.


하지만 다뤄야 할 체급이 커지는 순간, 나는 방식을 바꿨다. 실무자에게 일을 맡기면 웬만해선 개입하지 않았고, 세세한 보고를 받는 대신 굵직한 방향만 던져주었다. 직원들의 눈에 비친 나의 이 변화는 방관이나 게으름이었다.

“예전처럼 치열하지 않으시다”, “이제는 우리한테만 일을 던져놓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신다”는 불만이 임원의 입을 빌려 터져 나온 것이다.

임원의 원망은 당연했다. 하지만 변해야 했다. 여유가 생겨서 게을러진 것이 아니다. 밤을 새워 몸으로 때우던 나의 그 일차원적인 성실함이, 사실은 회사의 숨통을 조르는 결함이라는 사실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내가 실무에 꼼꼼하게 개입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내 컨펌이 떨어지지 않으면 조직 전체의 톱니바퀴가 멈춰 섰다. 나라는 하나의 부품에 과부하가 걸리면 회사 전체가 마비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단해야 했다. 실무를 내 손으로 통제해야만 안심이 되던 불안감을 포기하고, 에러가 나더라도 알아서 돌아가는 확장의 구조를 택하기로. 리더가 실무의 완장을 내려놓는 과정은 욕을 먹는 일이다.

구성원들은 리더의 빈자리를 무관심이라 오해하며 원망하고, 리더는 실수와 당장의 손실 앞에서도 뛰어들고 싶은 본능을 묶어둬야 한다. 그렇게 조직 내에 의도적인 빈 공간이 생겨야 시스템이 스스로 움직인다. 대표가 쳐주던 안전망을 걷어내야, 직원들이 비로소 스스로 책임을 지고 실패의 무게를 직접 감당해 낸다.


리더가 실무의 운전대를 놓는 것은 방관이 아니라, 장애물이었던 자신을 실무 라인에서 제거하는 건조한 구조조정이다. 그날 임원에게 변명하는 대신 밥을 한 끼 샀다. 그 원망을 들으면서도 내가 다시 코드를 들여다볼 수 없었던 이유는, 대표가 만만하고 익숙한 실무라는 피난처로 숨어버리는 순간 회사의 체급 성장이 멈춰버린다는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다.


리더의 윤리는 현장에서 같이 땀 흘린다는 감정적 동지애나 실무적 만족감을 얻는 데 있지 않다. 직원들 전체가 기대고 있는 생업의 무게를 무너지지 않게 버텨내는 책임감이다.


리더는 익숙한 땀방울을 흘리며 '나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자리가 아니다. 내 손으로 직접 노를 젓고 싶다는 실무자의 본능을 묶어버리고, 배가 알아서 굴러갈 수밖에 없도록 건조하게 구조를 짜는 기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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