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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 Mar 20. 2023

S에게

시간이 너무 빠르다. 너무 빨라.


아주 오랜 고민 끝에 너가 처음으로 일본으로 가고 싶다고 말한 순간이 아주 어렴풋이 기억나.

당시 우리의 대화 주제는 언제나 우리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였지.

그때의 시간과 장소는 기억나지 않지만 너의 눈이 반짝거렸다는 건 확실해.

그 대화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너가 떠나기 며칠 전이다.


치열하게 준비하는 열정부터 목표를 이뤄내기 직전의 두려움까지

모든 것을 오롯이 느끼고 감내해 내는 너가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


지금까지의 우리도 나름 비슷하지만 꽤나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이제는 진짜 갈림길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어. 너가 갈 길과 내가 갈 길이 보여.


그런데 다행히 슬프지 않고 아주 기뻐.

전혀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럼에도 혼자 가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걱정을 덜고

낯선 곳에서도 너가 의지할 친구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


평생 못 보는 것도 아닌데 막상 보내려고 하니 실감이 안나네.

다음주 이시간엔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 다른 땅을 밟고 있겠지.


새로운 곳으로 가는 너에게 익숙한 곳에 있을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부디 건강하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길 바랄게.


매순간이 꿈만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힘든 시간마저도 너가 바래왔던 날들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잘 지내주길 바라. 

(그렇지만 힘들어서 다시 돌아오는 건 언제나 찬성이야. 미치도록 힘들면 버티지 말고, 꺽이지 말고 돌아와줘)


마중 나가고 싶었는데 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음,, 오바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족과 시간을 위해 양보할게.


아주 멀리 가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야.

보고 싶을 거야. 간간히 연락하자.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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