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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두막바리스타 Feb 07. 2016

쓰러져본 아이가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 사랑하기에 아이 손을 놓는 연습하기 

쓰러져본 아이가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하늘이 주신 재능을 가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라 저는 서울 상일동에 위치한 주몽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활동 담당실무자 선생님께서는 고등학교 남학생,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학생이 중증장애인들의 목욕봉사를 하는 것은 힘들겠다는 판단을 하셨는지 저에게는 센터에서 기숙하고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학습멘토의 자원봉사가 주어졌습니다.      

처음 만난 아이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 유상희(가명). 

바가지 머리를 하고 웃을 때 잇몸이 다 보이도록 활짝 웃던 아이는 첫 만남부터 저를 잘 따르고 가르쳐주는 공부도 빠르게 이해하는 영리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하반신 사용이 불편해 목발이나 휠체어 없이는 거동하기 불편한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었죠.      


매주 토요일마다 2시간씩 아이의 공부를 가르쳐주고 돌아가려고 일어서는데 한 날, 아이가 손을 잡고 “형(그 당시에는 고등학교 학생이었으니... ㅎㅎㅎ) 밖에 나가서 산책하고 가면 안되요?”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햇살이 따뜻했던 토요일 오후 아이와 함께 바람을 쐬러 기숙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목발을 집고 힘겹게 이동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혹시 넘어지지면 어떻하지? 꼭 넘어질 것만 같은데...’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더군요. 역시나 그 불긴한 예감은 어찌나 그 타이밍도 정확한지 제 눈 바로 앞에서 아이는 꽝당, 철퍼덕, 쿵... 넘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자연스럽게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줬고, 옷을 털어줬으며, 나뒹굴고 있는 목발을 주어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그 때, 그 장면을 목격하던 실무자 선생님께서 저에게 해주시던 이야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학생, 우리 상희 혼자서 잘 일어설 수 있어요. 일으켜주지 않아도 되요. 학생이 자꾸 상희를 일으켜주면 혼자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없어요. 그냥 곁에서 괜찮은지 물어봐주고, 다치지 않았는지 바라봐주면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해주기만 하면 되요”      


그래요.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단한번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이가 원하는 욕구를 100% 아니 200% 채워주려고 하고 있지 않나요? 이 질문에 여러분들은 어떤게 대답하시나요?     

놀이치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 자기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엄마를 향해 거친 언어를 쓰고 심지어 때리고 침을 뱉는 경우를 보게 되요. 때론 떼를 쓰고 대기실 바닥에서 뒹굴며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보게 되죠. 이렇게 결핍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 만족지연능력이 없는 아이들, 다시 말해 온실의 화초처럼 비바람을 맞아보지 않은 아이들은 조그마한 시련과 고통이 찾아와도 견디지 못하고 언제나 그랬듯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퍼우먼 엄마의 손길을 찾게 되는데, 문제는 엄마가 아이의 그림자처럼 언제나 함께 있을 수 없고, 교육기관 교사와 또래와의 관계에서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체 문제를 회피하거나 잘못을 타인에게로 돌리게 되는 경우로 사회적응하지 못한 아이로 자라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반대로 실패하고 넘어지고 쓰러졌을 때, 아픈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부모의 자녀들은요. 이렇게 성장하는 합니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그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우게 되고, 나아가 자신의 힘으로 장애물을 뛰어 넘는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갖게 되며 이는 “자신감”으로,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자녀로 다시말해, 사회에 적응적인 아이로 자라게 될 거에요.      

듀크 엘링턴이란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답니다. “세상에는 단 두 가지의 법칙만이 존재한다. 첫째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 것이고 둘째는 첫 번째 법칙을 절대로 잊지말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다가 때로는 시련과 고통을 경험하기도 하고, 상처 받고 눈물을 흘리며 낙망하고 좌절할 때에 “사랑하는 서연아 재훈아, 인생을 살다가 예상치 않던 장애물로 인해 좌절하고 실패할 때면 (스스로) 다시 일어나렴. 아빠가 너희들 뒤에서 언제나 지켜보고 믿음으로 응원하고 있단다. 사랑하는 내 딸과 아들이 넘여지고 쓰러져도 일어나는 법을 알고 있다면, 바라는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시 내딛을 용기가 생길테다. 너희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너의 손을 이제 놓는다”     

저에게도 참 어려운 과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 같이 해봐요. 

사랑하기에 아이 손을 놓는 연습을요.      


- 2016. 1. 8 엄마들이 마음 편이 놀 수 있는 그날을 꿈꾸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      

* 이미지는 네이버에서 퍼옴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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