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김용규
“그 남자는(아빠) 경제적으로 무능력할 뿐만 아니라 알콜중독자에 가정폭력자였어요. 그 남자가 술을 먹고 집으로 들어올 때면 심장이 터질 듯이 빨리 뛰었어요. 그리고 언제나 이불 속에서 자는 척을 했죠. 하지만 다 듣고 있었어요. 그 남자의 욕설을, 그리고 7살 때 ‘엄마’라고 데려온 그 여자의 울음소리를요”
“나를 낳아준 엄마(지금도 한번도 ‘엄마’라는 이름을 소리내어 불러본 적이 없어요)의 얼굴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엄마는 나를 낳고 집을 나가버렸어요. 저는 3명의 엄마가 있어요. 나를 낳아준 엄마, 아빠가 7살 때 데려온 여자, 죽고 싶을 때 나를 구해준 수녀님 엄마”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왜 우리 부모님은 이리도 못살까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것, 그 사실이 제겐 가장 큰 수치에요. 아빠, 엄마가 부끄러워요”
상담실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가족의 비밀들이 있습니다. 원가족 안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들을 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많은 내담자들은 “선생님, 제가 만약 우리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라는 이야기를 하며, 본인 스스로도 선택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에...라는 가정 하에 현재의 고통을 잠시나마 벗어나고픈 마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숲에게 길을 묻다』 김용규 선생님의 책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1장 ‘태어나다 – 선택할 수 없는 삶’에서 내담자가 던진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발견했습니다.
김용규 선생님은 숲을 통해 인생의 철학을 배우고 성찰해가는 과정 속에서 발견한 “숲에서 태어난 자리를 억울해하는 생명은 없다”라며, ‘탄생 – 태어남’을 원망하고 불평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들에게 “탄생, 그것은 숙명이며, 돌 틈새 속과 벽을 배경으로 한 자리에도 삶은 시작된다.”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숲에서 태어난 자리를 억울해 하는 생명은 없다. 태어나는 것은 숙명이고, 돌 틈새와 벽을 배경으로 한 그 고통의 자리에서도 생명의 삶은 시작된다”라는 이야기를 마음 속에 되새깁니다.
그리고 나아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이 둘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평온을 위한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언젠가 오두막과 같이 편히 쉴 수 있는 개인상담실을 오픈하게 된다면... 상담실을 찾은 내담자들에게 척박한 돌 틈 사이에서 아름답게 꽃을 핀 민들레 사진을 배경으로 김용규 선생님의 시, 《지금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를 선물로 드리려고 합니다.
“지금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 김용규
사람이 묻는다
왜 나는 그곳이 아닌 이곳에서 싹을 틔웠냐고
뱀처럼 흐르는 강가
거침없는 들판을 얻지 못하고
왜 거목 아래
비좁은 땅 위에서 시작하느냐고
나는 답한다
태곡적 내 삶이 그곳에 있었기에 때문이라고
그 시절 내 삶이 너무 쉬었기 때문이라고
다시 사람이 묻는다
두렵지 않느냐고
힘겹지 않느냐고
거목의 가지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가리키며 내가 웃는다
모든 생명에게 주어진 자리는 미래가 아니까
그것은 과거일 뿐
지금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니까
2016. 1. 20 엄마(맘)들이 마음(맘) 편이 놀 수 있는 그날을 꿈꾸는 오두막바리스타 배우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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