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물

여행기록

비어있는 오후다.
작업실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기엔
너무 적막한 시간이다.
작은 냉장고의 냉각팬 소리,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까지 들려온다.
그 적막을 깨려 기타를 들었다 그리곤 이내 내려놓고는

생각에 빠진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머릿속 폴더에서
꺼내었다.
그리고 그 위에 그려보았다.
오늘의 이미지는 제주의 절물이다.
그 구릉에 올라 펼쳐진 초록의 분지를 사진으로 다시 확인했다.
언제라도 나를 안아줄 수 있겠지.

그리고 숲을 동행한 사람을 떠올린다.
부드럽게 이어진 곡선 모양의 숲길을 정성스레 정돈된 데크를 따라 올랐던 그 길.
작은 것을 볼 줄 알았던 그 사람과 말을 이어나갔다.
참 오랜만에 편한 대화였다.
자연스레 숲은 우리에게 그 맑은 향으로 손짓했다.
그 길을 함께 걸으면 뛸 듯이 좋아할 엄마 이야기도 했다.
차분하지만 길게 호흡하듯이 걸었던 것 같다.
물론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생각의 잠에서 깨어보니
벽시계의 초침이 그리 요란했을까 싶은 빈 오후이다.
생각의 잔에 한 방울 떨어뜨린 잉크처럼 기억의 남는 색이 퍼져 나갔다.

넓은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적어 놓고 한참을 생각하니
맞는 말이다.
넓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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